안철수 약진하자 친윤 일제히 포문 열어…결선 도입 ‘고차방정식’ 예측불허 혼전 예고
#나머지 두 장은 누구?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1월 31일 제6차 회의를 열어 이번 전대 후보자가 당대표 4인, 최고위원 8인, 청년 최고위원 4인 기준으로 인원을 초과할 경우 컷오프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당 대표의 경우 컷오프를 통해 4명만 본선에 올라가는 셈이다. 2월 2일부터 이틀 동안 등록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2월 5일 자격 심사, 2월 8일과 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거쳐 2월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국민의힘 전신 보수정당은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좀처럼 컷오프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 당대표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은 대다수가 중진급 이상 거물인데, 이들에게 컷오프 통보는 ‘정치적 사망선고’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수 후보가 나온 2016년 새누리당 전대의 경우 선관위는 컷오프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정현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 김용태 등 당대표 선거에 나온 6명의 후보가 컷오프 없이 모두 본선에 올라갔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명문화된 컷오프 규정이 있는 게 아니어서 컷오프 여부는 선관위 재량에 맡긴다”며 “컷오프 당하는 후보, 특히 3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은 이미지에 굉장히 타격을 입기 때문에 역대 선관위는 컷오프에 대해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선출했던 2021년 전대에서 컷오프 제도를 장롱 속에서 끄집어냈다. 당대표 선거에 도전한 후보 8명 중 5명을 가려내는 컷오프를 단행했다. 당시 초선의 김은혜 김웅 의원, 3선의 윤영석 의원이 컷오프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거물 중에도 컷오프 굴욕을 맛봐야 할 이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본선 대진표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한 채 그동안 쌓아올린 정치적 명성에 큰 흠집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 ‘양강’으로 꼽히는 김기현 안철수 후보는 컷오프 통과가 유력하다. 복수의 여론조사를 봤을 때 황교안 후보는 보수성향이 강한 당내 ‘고정표’가 있는 것으로 분석돼 김기현 안철수 양강 후보 다음으로 컷오프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온다.
결국 나머지 한 장을 두고 ‘현역 중진’ 윤상현 조경태 후보와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 출신 강신업 후보, 이준석 전 대표 지지를 받는 천하람 후보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당내의 일반적 관측이다. 다선 의원으로서 정치적 무게감이 큰 윤상현 조경태 후보는 컷오프 통과를 위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컷오프에서 탈락된다면 ‘이제 한물갔다’는 낙인 효과가 생겨나는 탓이다.
윤 후보는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우며 최근 부쩍 늘어난 수도권 당원들의 표심을 기대하고 있다. 조 후보는 국민의힘 당원 밀집지역인 영남 출신임을 내세우며 텃밭의 지원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이 그대로 먹힐지 부정적 시각도 적잖다. 윤 후보는 수도권 후보론을 앞세우는 안철수 후보와, 조 후보는 텃밭인 영남권 세몰이를 하고 있는 김기현 후보와 지지세력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컷오프는 본선 가늠자
2021년 전대 당대표 선거 기억을 소환해보면 컷오프 성적표가 본선 결과로 직결됐다. 컷오프 때 나온 결과치로 대세론이 형성됐고, 강자에 대한 편승 효과가 발생하면서 컷오프 결과물이 굴절 없는 강한 경로를 형성했다.
당시 컷오프를 통해 이준석 나경원 주호영 홍문표 조경태 후보 5인 대결로 압축됐다. 컷오프 대상 명단만 나오고 각 후보별 성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언론의 취재로 순위가 나왔다. ‘0선 30대’ 돌풍의 주인공 이준석 후보가 1위(41%)를 차지했고, 나경원 후보(29%) 주호영 후보(15%)가 그 뒤를 따랐다. 이어 홍문표(5%) 조경태(4%) 후보 순이었다.
본선 결과물도 컷오프와 거의 유사했다. 이준석 후보가 43.8% 득표율로 컷오프 득표(41%)와 비슷한 결과치를 내면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나경원 후보가 2위(37.1%), 주호영 후보가 3위(14.0%)였는데 이 순위 역시 컷오프 때와 같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컷오프 순위가 나오면 일단 대세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심’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 받는 김기현 후보든, 수도권 후보론을 내세우며 전략적 선택을 외치는 안철수 후보든, 컷오프 결과물에 따라 양강 후보 중 한 명이 기선제압 효과를 만들고 이에 따른 바람몰이를 쉽게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후보가 앞서면 당의 주류를 장악한 것으로 평가되는 그의 대세론은 더욱 강력해진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대세를 뒤집은 역전극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안철수 바람이 새로운 대세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이번엔 막판까지 모른다
2021년 전대 때와 달리 3·8 전당대회는 결선투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기에 마지막까지 변수가 계속해서 생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표의 이동이 마지막 순간까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기류는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 당대표 출마 포기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뚜렷한 약진을 보이는 것만 봐도, 당원 표심의 변동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 후보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놓칠세라 ‘김기현 대세론’ 허물기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출신임을 내세워 윤심은 오히려 자신에게 있음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면서, 김기현 후보의 진지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안 후보는 2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심이 김 의원에게 100% 가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나는 축구로 치면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관계”라며 “내가 당대표가 돼서 당과 용산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것을 이미 작년에 증명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 후보는 김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밖 앞서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에 대해 “객관적 지표”라며 “수도권에서 승리할 후보가 누구냐, 한 표라도 더 받고,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킬 수 있는 당 대표가 누구냐, 거기에 의견들이 전국적으로 수렴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김기현 후보는 윤 대통령과 안 후보와의 거리를 최대한 멀어지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2월 1일 국민의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 임기 초에 대선 나갈 생각을 하고 여당 대표가 되면 당에 분란이 생긴다”며 “대권 욕심 차리는 미래권력이 아니라 대통령과 손발을 척척 맞춰 일할 수 있는 일꾼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직격했다.
윤심을 들고 나온 안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 친윤 의원들도 맹공을 퍼붓고 있다. 재선의 이철규 의원은 2월 2일 자신의 SNS에 안 의원을 겨냥해 “동지들을 향해 ‘윤핵관’이니 ‘윤심팔이’니 비난하면서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수행에 태클 걸던 분께서 윤심이 필요해지니 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진짜 친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팔이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며 “자신이 진윤이라 하는 것은 가짜 상품으로 상표 도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후보 당대표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이 2월 2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재가한 이 사안을 두고 “윤심이 안철수 후보 쪽은 아닐 것”이라는 정치권 해석이 쏟아졌다.
2월 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안 의원 본인이 ‘윤심팔이’를 하려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안 의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인수위 때부터 안 의원은 인사나 정책에서 대통령에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를 ‘윤심’이 실린 후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윤심’이 안 후보에게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친윤계가 앞서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를 압박할 때처럼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가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당내 친분과 세력을 과시하고 윤심팔이 하는 경쟁이 아니라 모두가 다시 하나 되는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 “집단적 이전투구에 대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당원들이 말한다. 정정당당하게 페어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이끌 지도부를 뽑는 선거다. 우리는 모두 ‘팀 윤석열’”이라면서 윤심 구애를 빼놓지 않았다.
이처럼 윤심을 둘러싸고 양강의 난타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안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이번 당대표 선거가 예측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심이 설사 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명시적으로 밝힐 수 없는 한계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층 이동 △컷오프 이후 탈락 주자들의 고정표 이동 △본선에서의 결선투표 때 표의 재이동 등을 고려할 때 막판까지도 결과를 점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