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컷오프 통과하고 김기현-안철수 결선 시 결과 ‘예측불허’…“황교안·윤상현·조경태 행보도 깜깜이”
“나경원 전 의원이 당권 레이스 불참을 선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전당대회가 일찌감치 양강 구도로 굳어졌다. 2강 다약으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후보 간 단일화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당권 레이스에서 특정 주자가 이탈할 때마다 그 지지세를 더 많이 흡수하는 쪽이 결선투표에서 이길 것이다.”
당대표 후보자 한 캠프에서 활동 중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당권 레이스 중요 체크 포인트로 '군소주자 행보'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컷오프를 전후로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라면서 “양강 후보를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지지율이 5% 미만으로 집계되는 군소주자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을 낀 단일화는 정치적으로 무의미한 이벤트가 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단일화 경우의 수를 조합해 봐도, 정치적 시너지가 나는 단일화 조합이 없다”면서 “김기현 안철수 양강 후보들이 ‘주연 배우’처럼 두각을 나타내면서 다른 주자들은 사실상 단역으로 내려앉은 모양새”라고 봤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스포트라이트는 양강을 형성 중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향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은 ‘윤심’을 대변하는 대표주자 포지션을 굳혔다. 자신의 정치를 내려놓고서라도 윤석열 정부에 추진 동력을 싣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2022년 12월 27일 김 의원은 당대표 출사표를 던지며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른바 ‘5560 비전’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 대한민국 성공을 위한 밀알이 되는 ‘희생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대권에 욕심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총선 압승을 위한 공천을 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자신의 정치보다 윤석열 정부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안철수 의원과 양자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은 자연스럽게 친윤과 윤심 등 키워드를 대표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대표론’을 앞세웠다.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은 “제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한 건 수도권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라면서 “2024년 총선에서 보수와 중도를 다시 통합하고 수도권에서 승리를 견인해 과반이 넘는 압도적 1당이 되게 하겠다. 대통령께 힘을 보태는 ‘윤힘’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계파갈등을 없앨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정권교체를 완성하려면 총선 압승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 연결고리를 부각하고 있다.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힘에 기대는 대표가 아니라 힘이 되는 대표가 될 것”이라면서 “대선 단일화, 대통령실 인수위원장 등을 거친 나는 윤 대통령 연대 보증인이자 운명공동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는 양강 후보 공약과 관련해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집권하려면 총선 압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뉘앙스인 반면, 안 의원은 총선에서 압승을 해야 윤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집권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당직자는 “두 후보 말은 사실 똑같은 말이지만 방점이 찍힌 대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김 의원은 대통령 성공에, 안 의원은 총선 승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실 도우미를 자처한 김 의원과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출 또 다른 축을 강조한 안 의원 메시지는 ‘친윤 대 비윤’이란 전당대회 핵심을 관통한다”고 덧붙였다.
당권 레이스 최대 변수는 바뀐 전당대회 룰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100% 당원투표 방식으로 진행한다. 오로지 당심으로 집권 여당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후보 옥석 가리기는 예비심사와 1차 컷오프를 거쳐 총 4명이 본선에서 자웅을 겨룬다. 본선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선투표 순위와 결선투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 등록 기간 국민의힘 내부에선 “전당대회가 1차 투표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뒤론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결선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조경태 의원, 윤상현 의원이 ‘존재감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이 신스틸러로 등장하면서다. 당내 일각에선 천 후보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재임 시절 늘어났던 청년 당원들 지지세를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다 갈 곳 잃은 유승민계 지지층 표심도 가져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선 투표에서 천 후보의 득표율이 높을수록 결선투표 가능성도 커진다는 함수관계가 당내에서 고개를 들었다. 천 후보 지지층 앞에 ‘양강 선택지’가 놓이는 경우가 생겼을 때 그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변수로 주목 받는다. 당 일각에선 천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하고 당대표 선거가 결선 투표로 이어지는 선결조건이 완성된다면, 김기현-안철수 맞대결 결말이 예측불허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대표 선거가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황교안 전 대표, 조경태 의원, 윤상현 의원이 선택할 합종연횡 경우의 수도 오르내린다. 취재에 따르면 일부 후보는 캠프 자체가 껍데기만 남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의 캠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군소주자 후보들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선거를 마무리할지가 중요해진 시점”이라면서 “황교안 전 대표는 컷오프나 본선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윤심 강조’에 무게추를 실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면서 “조경태 의원 행보는 당내에서도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상현 의원은 안 의원과 오래 전부터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도권 대표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대선을 거친 뒤로 윤 의원과 안 의원 사이가 예전 같지 않아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다. 여기다 윤 의원은 정권 초반부터 친윤으로 분류되기도 했던 터라, 그의 마음은 베일에 감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군소후보들 향후 행보가 정말 깜깜이”라면서 “선거에 나온 이상 떨어지는 것을 가정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각 후보마다 세부적인 전략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취재에 따르면 선거 판도와 새로 바뀐 전당대회 룰이 맞물리면서 양강을 비롯한 모든 당권주자들은 어느 때보다 복잡한 손익계산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은 당내 여론 추세가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지금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들은 당원 대상 여론조사가 아니다. 어떤 상황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때”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