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급여 인상·숙식 제공 등 처우 개선 나서…주요 도시들도 최저임금 앞다퉈 인상
2023년 들어 요식업과 제조업 분야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업체는 급여 인상, 휴일 보장, 식사 제공, 초과 근무 폐지, 어린이집 제공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하고 있지만 좀처럼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베이징에서 한 대형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왕 사장은 종업원 채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들어 매일 만원이다. 요리사, 계산원, 청소부 등 모든 자리에 사람이 부족하다. 파트타임 직원들을 고용해 간신히 하루하루 꾸려가고 있다”면서 “급여를 올리고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 공고에도 인원을 채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했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퍼디배터리유한공사의 인사담당자 궈 씨는 “연말까지 2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채용은 500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이 회복된 후 고용시장의 노동력 부족사태가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채용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노동자는 더 이상 ‘을’이 아닌 ‘갑’이다. 공고만 낸다고 직원을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채용을 위한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연스레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임업중기주식회사는 최근 조립공을 뽑기 위해 월 급여를 8000위안(148만 원)에서 1만 위안(186만 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각종 보험 지급과 숙식 제공을 더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독립화장실과 목욕·세탁실을 제공하고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었다. 젊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었다.
산둥성 밍런푸리다제약회사 채용정보도 화제를 모았다. 근무시간은 8시 30분부터 17시로 초과 근무 시 수당을 지급한다. 회사는 생일, 결혼, 출산 등 각종 행사 때 축하금을 줄 뿐 아니라 육아보험까지 들어준다. 직원이 원하면 무료숙박, 셔틀버스, 식사를 이용할 수 있다. 성과에 따라 명절 인센티브도 준다.
기업들은 젊은 직원들을 뽑기 위해 채용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회사 홈페이지, 구직 사이트에 공고를 냈던 것과는 달리 SNS(소셜미디어)와 틱톡, 위챗 커뮤니티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인사담당자는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입소문이 나길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얼마 전 하이테크구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선 이런 상황이 잘 나타났다. 기업들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복지를 내걸며 구직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채용 요강엔 기업 소개, 급여, 보험뿐 아니라 기숙사 사진, 식당 식사, 어린이집 현황 등이 실려 있었다.
한 중견업체 인적자원관리자 마 아무개 씨는 “예전엔 월급에만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야근이나 숙식 제공 여부 등 꼼꼼히 따진다. 초과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구직자들도 많았다. 사실 회사 입장에선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사람을 채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뿐 아니라 각 성에서도 채용에 비상이 걸렸다. 한 당국자는 채용을 두고 ‘봄바람 작전이 필요할 때’라며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 들어서만 4개 성이 최저임금을 올렸다. 한 노동 전문가는 “노동자와 가족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소득 분배 패턴을 최적화하기 위해선 적시에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후이성은 3월 1일부터 월 최저임금을 2060위안(38만 원)으로 올렸다. 1780위안(33만 원)에서 280위안 오른 금액이다. 시간당 임금은 18위안(3300원)에서 21위안(3900원)으로 높였다. 구이저우성과 칭하이성은 2월 1일부터 각각 1890위안, 1880위안(35만 원가량)으로 올렸다. 두 성의 최저임금은 기존에 1700위안(31만 원)이었다.
최저임금을 가장 먼저 올린 곳은 허베이성이다. 허베이성은 1월 1일 월 최저임금을 2200위안(41만 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허베이성은 시간당 임금도 22위안(4100원)으로 책정했다. 화난사범대 정치공공관리학원 교수인 중신징웨이는 “2023년은 최저임금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해가 될 것”이라면서 “공동 번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현재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지역은 상하이로 월 2590위안(48만 원)가량이다. 그 다음이 선전(2360위안) 베이징(2320위안) 광둥성(2300위안) 순이다. 거대 경제도시들에선 최저임금이 이미 2000위안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올해 4개 성이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대부분 성이 2000위안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
당국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2년마다 1회 조정된다. 노동자와 그 부양인구의 최저 생계비, 도시 거주자 소비자 물가지수, 노동자가 납부하는 사회보험료 및 주택적립금, 경제발전수준, 고용상황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중신징웨이 교수는 “지금의 최저임금으론 도시 거주자의 생활수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면서 “경제가 호전되고 노동자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저임금 조정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국은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적용도 보다 엄격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자는 사용자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줄 경우 인적자원사회보장부서에 신고하고 불만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사측 눈치를 보느라 부당한 대우를 모른 체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당국 관계자는 “일단 최저임금 분쟁이 발생하면 노동자와 사용자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결렬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노동쟁의 중재기관에서 법에 의한 중재가 가능하다. 여기서도 실패하면 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노동자가 이러한 절차를 잘 숙지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