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연맹전 앞두고 지도자·선수 1500명 집회 운집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9일, 대회가 진행되는 통영 산양스포츠파크센터에서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대회에 참가팀 중 상당수가 모여 대한축구협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탓이다. 대회장 곳곳에는 협회를 향한 날선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한국대학축구지도자협의회는 이날 국내 성인리그의 '연령별 의무출전 규정 철폐'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춘계연맹전에 나서는 참가팀 중 상당수가 참여한 이번 집회에는 지도자, 선수 포함 15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4시 이전부터 각 대학 이름이 새겨진 버스가 속속 집회 현장으로 들어섰다. 선수시절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유명 지도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상호(칼빈대), 신연호(고려대), 이관우(청주대), 하석주(아주대) 감독 등 현장에서 선수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이날 집회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본격적인 집회 시작 이후 대학지도자협의회를 이끄는 설동식 회장은 "지난 4년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단 한번의 공식 답변이 없었다. 이제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 상황을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해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며 집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설 회장은 "우리는 협회가 시키는대로 따라왔다.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면서 "대학 축구를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할 축구협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제도 개선을 위해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축구협회는 우리를 위한 협회가 아니라 국가대표만을 위한 협회다. 그런 협회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를 주도한 대학지도자협의회가 성명서를 통해 발표한 요구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저연령 출전의무 규정 폐지 ▲U리그 예산 현실화 ▲협축구협회와 대학축구 현장간 소통 증대 등을 외쳤다.
이들은 저연령 출전의무 규정에 대해 "U-21, U-22 출전의무 규정으로 인한 대학축구 침체의 폐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규정의 완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K리그에서 이 같은 U-22 규정이 약 10여년간 유지돼 온데 이어 실업리그 격인 K3, K4리그에서도 최근 U-21 제도가 적용됐다.
또한 대학축구 예산과 관련해선 "예산을 현실화해 각 대학과 학생 선수 측이 부담하고 있는 재정을 적극 지원해 질 높은 리그가 될 수 있도록 만들길 요구한다"고 했다. 한 지도자는 "과거 U리그 진행에 있어서 대한축구협회가 구장 사용료, 현장 의무진 고용 비용 등을 지원했으나 현재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대학지도자협의회의 화살은 정몽규 현 축구협회장에게도 항했다. 이들은 "정몽규 회장은 대학 및 아마추어 축구 현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며 "현장에서 외치는 목소리에 귀기울여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현실에 맞는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우리의 요구를 오는 3월 10일까지 응답해야할 것이다. 공식적인 답변이 없다면 지도자협의회는 선수들과 공동 연대해 적극적은 대응을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