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국회 일정 고려해 16일로 늦춰…영장심사 땐 50 대 50 가능성, 기소 후 법정다툼 예고
적용된 혐의는 네 가지다. 특경법위반(배임), 특가법위반(뇌물), 이해충돌방지법위반, 구 부패방지법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다.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소환조사에서도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탓에 영장청구가 불가피했다는 게 검찰 내부 반응이다.
#대장동·성남FC 의혹 합쳐 영장 청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사건과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합쳐 영장을 청구했다.
정진상 전 실장, 유동규 전 본부장과 공모해 2013년 11월경,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남욱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각각 선정되도록 함으로써 2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구 부패방지법 위반)와 김만배 일당 등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7886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위반)다.
또 정진상 전 실장, 유동규 전 본부장과 공모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제대로 된 배당이익(전체 개발이익의 70%인 6725억 원)에 크게 부족한 1830억 원의 확정이익만 배당받도록 함으로써 4895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위반 배임)도 적용됐다. 이 대표는 1공단 공원조성비(2561억 원)와 서판교터널 등 조성 비용(1120억 원)도 민간업자들로부터 환수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이는 대장동 개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비용으로 간주해 제외했다.
성남 FC 후원금 사건 관련해서는 정진상 전 실장과 공모해 네이버와 두산건설, 차병원 등으로부터 성남 FC에 운영자금 및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관련 특혜를 준 혐의(특가법위반 뇌물)가 적용됐다. 또, 성남 FC가 네이버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임에도 기부를 받는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 넣고, 기부단체를 통해 (주)성남시민프로축구단에 돈을 지급하게 해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 등을 가장했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도 함께 적용했다.
다만 천화동인 1호의 지분 가운데 일부가 이재명 대표의 것이라는 혐의(부정처사후수뢰)는 일단 영장청구 사실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김만배 씨의 천화동인1호 일부 지분(428억 원)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실 몫이라고 보고 있지만, 여전히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1호는 본인의 실소유라고 주장하고, 이 대표 측근들도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이 다른 혐의로 우선 기소한 뒤 추가 수사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회와 충돌하는 모양새 피한 듯"
당초 법조계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정해져 있던 구속영장’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다만, 구체적인 영장 청구 시점은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 수사는 ‘다시 제대로 시작’ 되는 게 당연했고 그 시나리오에는 영장 청구도 포함돼 있었다”며 “다만 2차 소환 조사를 마무리한 뒤 곧바로 영장을 쳐서 ‘영장 칠 거면서 불렀다’는 비판을 받는 것보다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고, 이번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법무부가 국회 일정을 소화해야 하다 보니 일부러 충돌하는 모양새를 피하고자 목요일로 영장 청구 날짜를 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수요일에는 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월~수요일 중 영장을 청구했다면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법무부 관계자들과 설전을 하는 그림이 연출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상당히 치열한 법정 공방 예상"
국회 회기 중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도 영장 청구를 대비해 임시국회를 열어뒀던 상황. 때문에 법원은 검찰에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내고, 검찰은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송부한다. 국회는 체포동의안을 접수한 뒤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 하고, 국회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지만, 민주당 내 이탈표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도 지난주부터 기동민, 김종민, 이원욱, 전해철 의원 등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며 검찰 영장 청구를 대비한 ‘민주당 내 민심 다지기’를 해왔던 상황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만큼 범죄 혐의가 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검찰은 해야 할 일은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영장이 국회에서 가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청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 역시 “영장실질심사까지 가지 못해도 된다.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정도의 혐의라면 당연히 영장을 치는 게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더라도 50 대 50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범죄 혐의나 금액만 보면 중하지만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영장전담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 청구 혐의만 보면 중한 범죄 같아 보이지만 이재명 대표가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챙긴 게 없는 구조”라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라도 ‘정상적인 운영 과정에서의 결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판사가 느낀다면 제1야당 대표인 점까지 고려해 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소 이후 법정 다툼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형사 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핵심 공모자인 정진상 전 실장이나 김만배 씨 등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 아니냐”며 “특히 성남 FC 후원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수수는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할 경우 상당히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