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관광청 협찬받은 ‘여행 예능’ 론칭 활발…홈쇼핑 여행상품, 주말 황금시간대 경쟁 치열
#여행 예능 쏟아진다
KBS 2TV ‘배틀트립 시즌2’에서는 국내와 함께 본격적으로 다시 해외 각지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MBC는 괴짜 기안84를 중심에 내세운 괴짜스러운 여행 리얼리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통해 한동안 여행지로는 잊혔던 남미 곳곳을 다뤘다. 공개되자마자 4.6%의 시청률을 기록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S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제치고 일요일 오후 5시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시즌2도 확정됐다.
스타 PD인 김태호 PD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시청자들을 각인시킨 케이블 채널 ENA에서 여행 예능에 손을 댄다. 주사위를 굴려 세계여행을 한다는 콘셉트의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부루마불 게임을 모티브로 ‘NO 답사 NO 예약 랜덤 여행’을 다룬다. 과거 여행사를 차렸던 이력이 있을 만큼 여행에 일가견이 있는 노홍철 등의 예능인을 MC로 세우는 한편 인기 유튜버들을 여행자로 등장시켜 최근의 시청 트렌드를 잡았다. 출연자들이 직접 던진 주사위 숫자로 여행지를 결정해 총 지구 5바퀴를 도는 ‘랜덤 세계일주’라는 콘셉트부터 신선하다.
KBS 1TV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제목을 딴 KBS 2TV ‘걸어서 환장속으로’ 인기도 상승세다. 제목 그대로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떠나면 곧잘 벌어질 만한 에피소드로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간 여행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어 가족이 다함께 보는 여행 예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영석 PD가 다양한 여행 예능을 줄지어 흥행시켰던 tvN에서도 이미 ‘텐트 밖은 유럽’을 통해 서둘러 해외로 나갔고, 시즌2도 3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니가 가라 시드니’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연예인 매니저들의 말에 따르면 연예인들의 리얼리티 해외여행 프로그램의 선호도도 높다고 한다. 이서진의 사례처럼 일단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광고와 함께 후속 프로그램까지 잇달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OTT 티빙의 ‘두발로 티켓팅’은 영화배우들까지 예능에 출연시켰다. 이젠 하정우과 주지훈 같은 걸출한 배우들도 여행 예능을 마다 않는다. 청춘들에게 여행을 보내준다는 콘셉트로 대리 고생(?)을 자처하는 출연자들이 자전거 라이딩이나 걷기 미션을 성공하면 여행 티켓을 획득하게 되고 이런 방식으로 뉴질랜드의 각지를 소개한다. KBS 예능 ‘1박 2일’이 잠자리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게임 예능이라면 ‘두발로 티켓팅’은 여행을 통해 티켓을 따는 해외 미션 예능이다.
과거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나 혼자 산다’ 같은 인기 예능에서도 자주 해외여행 콘셉트를 곁들인다. 코로나 시기에 대안이 됐던 랜선 세계 여행 프로그램 같은 것은 이제 과거의 전유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관광청도 통 크게 쏜다
각국 관광청들도 여행 예능 프로그램 지원에 적극적이다.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한 관광청 관계자는 “여행 예능 지원에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시청률만 높으면 단번에 인기 여행지가 되곤 해 관광청으로서는 무엇과도 대체하기 어려운 굉장히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관광청들은 이미 ‘꽃보다 할배’ 시리즈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숨겨져 있던 여행지가 재조명되는 특수를 경험한 바 있다.
홍콩관광청과 마카오관광청은 아예 항공권을 무료로 배포하기도 한다. 3월 1일부터 홍콩관광청은 전 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주요 항공사와 관광청 해외지사를 통해 50만 장의 항공권을 경품이나 1+1 증정 등의 방식으로 제공한다. 마카오여유국도 12만 장의 항공권을 무료로 푼다.
2022년에 이미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 태국은 2023년엔 2500만 명 관광객 유치에 약 56조 원의 관광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또 일본은 매달 한국인 방문객 수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이미 ‘노 재팬’과 코로나19 영향이 없던 시절의 70% 이상을 회복했다.
#TV홈쇼핑도 여행이 장악
이런 흐름을 타고 TV홈쇼핑 황금시간대인 주말 저녁도 여행상품이 장악했다. 교원투어, 인터파크투어, 롯데관광 등 모기업 자본이 든든한 업체들은 더 적극적이다. 동남아는 고객 유치를 위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처럼 여전히 저가 상품도 많다. 베트남 39만 9000원 상품도 흔하다. 겨울이 끝나면서 동남아 성수기 시즌도 마무리되고 있어 항공권도 싸게 풀리고 있다.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주말 홈쇼핑 방송 비용이 1억 원을 넘어서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단기간에 여행객을 대량 선점하고 자금을 끌어오기에 아직 홈쇼핑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며 “지금은 코로나가 풀린 초기이기 때문에 가성비에 연연하기보다는 단기간에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동남아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훑고 간 뒤지만 소비자들에게 동남아 상품은 아직도 싸야 간다는 인식이 커서 보이지 않는 가격 상한선이 존재한다. 함부로 가격을 높였다간 경쟁사들에 밀리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의 콜 수에 비해 전환율이 예전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주말 저녁에 동시다발적으로 방송되는 홈쇼핑 여행 방송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다수의 홈쇼핑을 중복 예약하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넓혀 놓았다가 최종적으로 한 곳만 추리거나 정보나 경품만 취하고 아예 선택하지 않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라며 “홈쇼핑 방송이 주말 황금시간대에 몰리다 보니 여행사들도 가격 경쟁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함부로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예전보다 프리미엄 상품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프리미엄 상품은 지역이 국한되는 데다 홈쇼핑을 이용하는 고객 타깃 층도 프리미엄 고객층과는 간극이 있기 때문에 수요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