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 ‘대행사’ 등 네 편 모두 두 자릿수 시청률…‘주중 2편→주말 1편’ 편성 변화에 시청 습관도 적응
이런 분위기가 2023년 들어 급변하고 있다. 특히 토일드라마(금토드라마 포함) 시장이 매우 뜨겁다. 요즘에는 토일드라마 4편이 동시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토요일이었던 2월 18일 시청률을 보면 tvN ‘일타 스캔들’이 12.5%, JTBC ‘대행사’가 11.0%, SBS ‘모범택시2’가 10.3%, TV조선 ‘빨간 풍선’이 8.9%를 기록했다. 토요일은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대행사’, ‘빨간 풍선’, 그리고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가 모두 방영돼 시청률 경쟁이 가장 뜨거워 개별 드라마 시청률이 다소 낮게 나온다. ‘모범택시2’의 경우 금요일인 17일에는 12.1%를 기록했으며 일요일인 19일에는 ‘대행사’가 13.4%, ‘일타 스캔들’은 13.0%, ‘빨간 풍선’도 10.1%를 기록했다. 모두 토요일 대비 1~2%포인트가량 상승한 수치다.
특히 3.7%로 시작한 ‘빨간 풍선’이 종영을 한 주 앞둔 18회에서 드디어 10%의 벽을 넘었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경쟁작이 전도연과 정경호가 출연해 큰 기대를 불러 모은 ‘일타 스캔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1월 8일 8회에서 6.9%를 기록 중이던 ‘빨간 풍선’은 ‘일타 스캔들’ 첫 회가 방영된 1월 14일 9회에서도 6.7%를 기록하며 거의 밀리지 않았고, 15일 10회에서는 7.7%로 오히려 시청률이 상승했다.
그 여파로 ‘일타 스캔들’은 1·2회에서 4.0%와 5.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빨간 풍선’이 결방된 1월 21일과 22일 ‘일타 스캔들’이 5.0%와 7.6%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더니 1월 28일 5회에서 9.1%를 기록하며 ‘빨간 풍선’을 역전했다. 29일에는 11.0%까지 치솟았다. 그렇지만 ‘빨간 풍선’ 역시 28일 6.9%, 29일 7.9%를 기록하며 시청률이 빠지지 않는 저력을 선보였다, 꾸준히 8%대, 9%대로 상승을 이어가더니 2월 19일 18회에서 드디어 10.1%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하며 2022년 12월 25일 종영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본격 시작됐다. 오랜만에 공전의 히트를 친 미니시리즈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자들에게 잊고 있던 본방 사수의 쾌감을 일깨워준 것. ‘재벌집 막내아들’이 한창 종반부를 향해 나아갈 무렵인 12월 17일 ‘빨간 풍선’도 방송을 시작해 서서히 시청률을 올려 가기 시작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후속 ‘대행사’도 1월 7일 4.8%의 시청률로 시작해 13.4%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1월 14일 ‘일타 스캔들’까지 가세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20%를 뛰어 넘는 공전의 히트 드라마는 없지만 2월 18일 방송된 드라마 4편의 시청률 합계는 42.7%나 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은 바로 SBS 금토드라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 앞서 이미 강력한 바람몰이를 시작한 게 SBS 금토드라마이기 때문이다. 9월 23일부터 방영된 ‘천원짜리 변호사’가 최고 시청률 15.2%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후속작 ‘소방서 옆 경찰서’ 역시 ‘재벌집 막내아들’과 경쟁하면서도 10.3%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월 6일 시작한 후속 드라마 ‘법쩐’ 역시 최고 시청률 11.4%를 기록했으며 그 기세를 이어 받은 ‘모범택시2’는 2월 17일 첫 회부터 12.1%의 높은 시청률을 찍었다.
이런 기세는 OTT 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2월 21일 기준 넷플릭스 국내 방송 순위 1위는 ‘일타 스캔들’이며 3위는 ‘빨간 풍선’이다. 티빙 국내 방송 순위에서도 1위는 ‘일타 스캔들’, 3위는 ‘대행사’, 그리고 6위는 ‘빨간 풍선’이다. 웨이브에서는 ‘모범택시2’가 1위, ‘빨간 풍선’이 6위다. OTT 업체마다 서비스되는 드라마가 달라 상위권에 오른 드라마가 다르지만 하나같이 현재 방영 중인 미니시리즈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눈길을 끄는 드라마는 ‘빨간 풍선’으로 유일하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에서 모두 서비스되고 있는데 모두 TOP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방송가 현실에서 ‘금토드라마의 부흥’은 다른 말로 ‘미니시리즈의 부흥’이다. 오랜 기간 미니시리즈는 지상파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를 의미했지만 서서히 지상파 방송사에서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는 사라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tvN만 월화드라마 ‘청춘월담’과 수목드라마 ‘성스러운 아이돌’을 유지하고 있다. 토일드라마가 없는 KBS는 월화드라마 ‘두뇌공조’를 방영하고 있고 수목드라마로 ‘연모’가 방송되고 있다. ‘연모’는 2021년에 이미 방영된 드라마로 에미상 수상 기념으로 재방송이 편성돼 방영 중이다.
대신 과거의 미니시리즈가 주말에 방송되고 있다. SBS와 MBC가 금토드라마로 미니시리즈를 방영하고 있고 JTBC, TV조선, tvN 등이 토일드라마로 미니시리즈를 방송 중이다. MBC 금토드라마는 ‘꼭두의 계절’로 4편의 인기 드라마에 포위돼 2월 18일 8회 방송에서 시청률이 1.4%까지 떨어졌다.
K드라마 글로벌 흥행의 일등공신이던 미니시리즈는 방송사마다 최소 주중 2개(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가 편성됐지만 이제 금토나 토일 한 편만 편성되고 있다. 이마저도 OTT 오리지널 드라마에 밀리는 분위기지만 최근 몇 달 새 확연히 부활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주중 2편에서 주말 1편으로 달라진 편성 환경에 시청자들이 적응하며 새로운 시청습관이 굳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