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고 싶다고? 거긴 돈+α가 필요해
최근 매스컴을 통해 공개된 사정기관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문건에 따르면 한 대기업 회장과 권력 핵심 인사가 청담동 소재의 한 룸살롱에서 자주 술자리를 가졌으며 그 자리에 신인 연예인들이 동석해 술 접대를 했다고 한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예 간판조차 내걸지 않고 영업하는 곳도 있다. 딱히 회원제는 아닌데 마담 인맥으로 오는 손님들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요즘 들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 ‘일프로’라는 호칭이 자주 언급되는데 사실 대한민국 상위 1%에 든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데가 아니다. 상위 0.01, 아니 0.001% 정도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연예인이 술 접대를 한다는 이야기도 사실일까. 이 질문에 C 룸살롱 전 직원은 ‘손님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능하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손님이 원한다면 여자 연예인을 데려오는 것 역시 마담의 능력에 해당된다는 것. 오히려 연예기획사 대표나 임원들이 일프로 업소 업주나 마담들과 인연을 맺어 소속 신인 연예인들을 높은 분들이 온 룸에 들여보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고 얘기한다. 잘나가는 마담들은 나름 검증된 연예기획사 소속의 신인 여자 연예인을 골라서 룸에 들여보낸다고 한다.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C 룸살롱보다 N 룸살롱이 더 유명하다. C 룸살롱은 텐프로 전성기 시절부터 유흥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마담이 운영하는 가게라 유명하다면 N 룸살롱은 여자 연예인을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가게로 정평이 나있다. 그곳의 실제 사장이 유명 연예기획사 여자 대표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다음은 한 유흥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C는 정말 프로다운 가게다. 돈을 베팅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곳이니. 거기 애들(접대여성)도 철저히 그렇게 정신교육이 돼 있다. N은 그렇지 않다. 거긴 여자 연예인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가게지만 돈을 베팅한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순 없다. 보다 유명세 있는 연예인들하고 조용히 놀 수 있는 가게라고 보면 정확하다.”
일프로 업소들의 연예인 수급은 대부분 마담(내지 업주)과 연예기획사 대표의 거래로 이뤄진다. 예약 과정에서 연예인을 부탁하거나 룸에서 술을 마시며 연예인을 호출할 경우 마담은 평소 친분 있는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연락을 취한다. 어떤 손님이 와 있는데 그 회사 신인을 보낼 수 있냐는 의향을 묻는 것. 이에 연예기획사 대표는 주저 없이 소속 신인 연예인을 보낸다. 이는 술자리 접대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손님인 정·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다지기 위해서인 것.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고 장자연의 경우 역시 이런 메커니즘에서 룸살롱 룸에 불려가 고위층 인사들을 만났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유흥업계 종사자의 설명이다.
“철저히 서로의 이익을 위한 거래다. 마담들은 손님의 니즈(요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연예기획사 대표들은 투자해주거나 신인을 띄워줄 수 있는 윗선과 줄을 대야 하니 서로 믿을 수 있는 손님과 연예인을 소개해주며 공생하는 관계다. 그런 거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를 통하면 조금 더 유명하지만 한물간 애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애들은 괜히 스폰서 해달라며 엉겨 붙어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그런 가게는 검증과 안전이 제일 중요한 덕목이니까.”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가 술자리를 갖는 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비교적 난잡한 술자리가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신인 연예인의 경우 옆에 앉아서 술을 따라주는 등 술 시중을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2차를 나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아예 여자 연예인이 손님들과 동행해서 룸살롱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비즈니스 파트너를 접대하는 경우 아예 소속 연예인을 직접 술자리로 데려오기도 한다는 것.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가장 대표적인 연예기획사로 이제는 문을 닫은 H 엔터테인먼트가 거론됐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회사였다.
“거긴 중견 기업체 자회사였는데 자금세탁하려고 만든 회사라고 알려졌었다. 수억 원의 전속계약금을 주는 데다 활동 경비는 회사가 모두 부담하고 수익배분 10:0이었으니 연예인 입장에선 최고의 조건이었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과 여럿 전속 계약했다. 그래 놓고는 모 회사에서 접대가 필요할 때마다 소속 여자 연예인을 술자리에 불렀다고 한다. 처음엔 예의상 스타급 여자 연예인들도 그런 자리에 나가곤 했는데 결국 못 버티고 다 나가버렸고 나중엔 신인 애들만 남아 계속 그런 자리 불려 다니다 결국 회사가 문을 닫고 말았다.”
유흥업계나 연예 관계자들 모두 70~80년대처럼 여자 연예인이 정·재계 고위층 인사, 혹은 그들의 2세들과 불법 매춘을 일삼고 함께 마약을 투약하는 등의 일은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술자리 접대는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 연예인의 접대를 받으며 술을 마시는 게 하나의 특권인 양 받아들여지면서 이를 사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극소수 대한민국 상류층 일부의 이런 술 문화가 연예계를 통해 한국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