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리그 우승컵’ 탈환해야…남 ‘선수단과 갈등설’ 실력으로 잠재워야…안 ‘리딩구단’ 면모 되찾아야
이제 막 출발을 알렸지만 일부 사령탑을 향한 시선에는 불안함이 함께한다. K리그1 감독직은 대한민국 축구계에 선택받은 12명에게만 허락된다. 지도자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일거수일투족에 조명이 비추는 어려운 자리기도 하다. 40번째 리그 개막을 앞두고 유독 특별한 시선을 받는 감독들을 짚어봤다.
#김상식 "3개 대회 우승 목표로 도전"
김상식 감독은 전북 사령탑 부임 이후 두 시즌 동안 우승컵 2개(리그, FA컵)를 들어 올렸다. 선수와 코치로 오랜 기간 소속된 전북 현대에서 감독 지휘봉까지 잡았다. 전북이라는 구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전북은 늘 이적시장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수혈하는 팀이다. 감독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1년에 하나씩 두 개의 트로피를 따냈으나 김상식 감독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팀이 갖춘 강한 전력에 비해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리그 우승에 성공한 2021시즌에도 훈련장이나 경기장에는 그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 걸개가 걸리기도 했다.
2022시즌에는 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심화했다. 경기 전후 공식 인터뷰에서 특정 선수를 지적하는 발언으로 라커룸 내 문제를 외부에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리그 우승컵을 라이벌 울산 현대에 내줬다. 전북은 6년 만에 리그 우승을 놓쳤다.
다만 FA컵 우승으로 자존심을 지켰고, 구단은 김상식 감독과 재계약했다. 그를 향한 선물은 이뿐 아니었다. 정태욱, 이동준, 정우재 등 국내 정상급 자원이 영입됐고 월드컵 스타 조규성을 지켜냈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 루이스(브라질) 영입에 30억 원 이상 거액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구단은 김상식 감독 재임 기간 중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 감독으로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의 로베르토 디 마테오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를 선임해 힘을 보탰다.
김상식 감독은 결국 리그 우승을 되찾아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길을 걷어내야 한다. 공격적인 전력 보강으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그는 개막에 앞서 "3개 대회 우승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요 전력 잃은 남기일 '진정한 시험대' 올라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리그 내 가장 확실하게 결과를 내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2013시즌, 광주 FC 감독 대행에 임명되며 사령탑으로 데뷔, 이번 시즌까지 성남 FC, 제주를 거치며 11년간 쉼 없이 감독직을 맡아왔다. 최용수 강원 FC 감독을 제외하면 리그 내 가장 장기간 프로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다.
그가 거친 3개 구단은 모두 K리그2에서 K리그1로 승격을 이뤄냈다. 자연스레 '승격 청부사'라는 별명이 뒤따랐다. 단순 승격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1부리그에서 각각의 팀을 모두 안정적으로 잔류시켰다. 제주의 승격 직후였던 2021시즌에는 팀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남기일 감독은 다소 흔들렸다. 시즌 중 선수단과 관계가 악화됐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공격적인 영입으로 상위권 도약이 예상됐지만 최종 순위는 5위였다.
2022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영입된 윤빛가람이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이적 이후 그와 남 감독 사이 갈등이 있었음이 인터뷰 등을 통해 드러났다. 남 감독의 지도자 생활 중 '불편한 관계'가 뒷말로 떠돌았으나 이처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지난 20일 열린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한 자리에 동석한 남 감독과 윤빛가람의 미묘한 표정 변화가 팬들 사이에서 관전 포인트가 될 정도였다. 이에 더해 2년간 39골을 기록한 공격수 주민규, 정상급 측면 수비수 정우재도 제주를 떠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또 2021시즌 1년간 활약 이후 팀을 떠난 외국인 공격수 자와다는 최근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감독은 한국의 펠릭스 마가트('독재자'라는 별명이 붙은 독일 감독)다. 모두 그를 두려워해 말을 꺼내지 못한다"며 저격했다. 활약이 저조했던 그의 푸념을 어느 정도 걸러 들을 필요는 있겠으나 남 감독과 불편한 상황이었음은 짐작 가능하다.
남기일 감독은 2023시즌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상위권으로 평가받던 제주는 정우재, 제르소, 주민규 등 주요 전력을 잃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제주는 지난 시즌에 비해 선수단 파워가 약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남기일 감독에게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기일 감독은 개막에 앞서 "전북과 울산을 능가할 수 있는 팀이 되지 않을까"라는 지향점을 밝히면서도 "(지도 스타일과 관련) 나도 달라지려 한다"고 말했다.
#결과 필요한 안익수
안익수 감독은 2022시즌을 가장 힘들게 보낸 지도자 중 한 명이다. 2021시즌 흔들리던 FC 서울에 부임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단순히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트렌디한 전술과 좋은 경기력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그를 '익버지'로 지칭하는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는 덤이었다.
하지만 서울 사령탑 2년 차인 지난해 부침을 겪었다. 리그 내 보기 힘든 진보적 전술은 그대로였지만 경기 중 고비를 넘지 못하며 승리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순위는 떨어져 갔고 시즌 막판까지 강등을 고민해야 했다. 일부 팬들은 경기 후 선수단 퇴근 버스를 막고 감독 사퇴를 외치기도 했다.
기성용, 나상호, 윤종규, 조영욱 등 국가대표급 선수진에 유망주까지 다수 보유한 서울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새 감독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구단의 선택은 안익수 감독의 유임이었다. 3년 차를 맞은 그에게 전력 보강으로 박수일, 임상협, 황의조 영입이라는 선물까지 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시즌에 나서는 안익수 감독과 서울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구단이 발표한 새 주장 일류첸코와 관련한 지적이 뒤따른다. 한 축구인은 "일류첸코의 기량에 대한 의심은 없다"면서도 "서울은 지난 시즌에도 한 차례 주장이 바뀌었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또 주장이 교체됐다. 게다가 새 주장은 구단 경력이 단 6개월뿐인 외국인이다. 이는 팀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간 갈등 분위기를 암시하기도 했다.
안익수 감독은 전술과 경기력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서울의 성적표는 지난 3년 연속 7위 이하를 기록하며 '낙제'였다. 퇴단 위기에서 되살아난 안익수 감독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리딩구단'으로서 면모를 2023시즌에는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