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감독으로 대한민국 상대
독일 현지 언론은 클린스만과 대한축구협회의 협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앞서 라파엘 베니테스, 바히드 알릴호지치 등 다수의 감독이 거론됐지만 독일 유력 언론들이 연이어 클린스만을 언급하고 있어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가운데 클린스만은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바 있어 눈길을 끈다. 첫 만남은 1994 미국 월드컵이다.
당시 독일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강팀이었다. 클린스만은 그런 독일에서도 주전 중앙 공격수로 활약했다. 한국과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나 2골을 넣으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한국은 황선홍과 홍명보가 만회골을 넣었다.
이후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또 다시 한국을 만났다. 2004년 12월 친선경기를 위해 부산을 방문했고 당시 조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을 만났다.
2002 한일 월드컵 주축이던 미하엘 발락,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을 필두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필립 람, 루카스 포돌스키 등 신예 선수들이 합세한 독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김동진, 이동국, 조재진의 연속골로 3-1 승리를 낚아냈다. 독일은 전반 발락이 홀로 골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한국과 재회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이근호, 김신욱, 고요한 등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에 2-0 승리를 거뒀다. 평가전 4개월 뒤 이어진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은 16강 무대를 밟았다.
한국과 인연이 많은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클린스만은 선수시절 위대한 인물로 평가를 받았으나 지도자 생활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독일 국가대표, 바이에른 뮌헨, 미국 국가대표 등을 거쳐 2019년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지휘봉을 잡았으나 단 10경기만을 지휘한 이후 물러났다. 독일 현지에서는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초 이후로는 3년 가까이 지도자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식 활동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TSG) 활동이다. 아르센 벵거, 차두리, 알베르토 자케로니 등과 함께 대회 분석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놓고 대한축구협회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