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부결’ 목소리 내면서도 이재명 ‘결단’ 요구…민주당 출구전략 ‘글쎄’ 결국 재판으로 풀 수밖에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월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됐다. 표결은 2월 27일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2월 16일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이후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를 국회에 송부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 이후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된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자율적이고 당당하게 투표에 임해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탄압을 함께 막아내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에 따르면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해왔던 ‘비명계’ 설훈 의원도 ‘부결시키자’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당대표 부정비리를 덮으려고 민주당이 낭떠러지로 몸을 던져야 할 무슨 이유가 있느냐. 이재명이 없어도 민주당은 망하지 않는다”며 “집단적 망상에 빠진 민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비명계 일각에서도 체포동의안과는 별개로 이재명 대표가 결단은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2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설훈 의원이 ‘부결’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대동단결해 무조건 부결시키자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러면 (이재명)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란 전제가 있다”며 “또 다른 의원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번엔 부결시키되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라고 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결단이 대표직 사퇴를 의미하느냐’고 묻자 조 의원은 “그렇다”며 “본인들에 직접 묻지는 않았는데 의원들끼리 그렇게 해석하더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는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2월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당대표직 유지 여부에 대해 “가정적 상황이라 답하지 않겠다”면서도 “경기지사 때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렸지만 그사이 경기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도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압박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당내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6%였다. 국민의힘은 39%로, 양당 격차가 두 자릿수인 13%포인트(p)까지 벌어진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지지율은 NBS 조사가 시작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해 6·1 지방선거 참패 여파가 지속되던 2022년 6월 5주차(27~29일) 조사와 동일하다(이하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국갤럽이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자체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은 30%, 국민의힘은 37%를 기록해 오차범위 밖 7%p 격차를 보였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따른 컨벤션 효과 때문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NBS 조사를 보면 본인을 보수성향이라고 한 응답자(32.7%)가 진보라고 답한 사람(24.7%)보다 8.0%p 높았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로 보수층이 과표집된 경향은 있다”며 “전당대회 각 후보 진영에서 여론조사에 적극 임하라는 지침이 있다. 이에 보수층은 결집돼 여론조사 응답에 적극적이다. 반면 진보층은 관심이 없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적합도 등 질문이 계속되면 응답을 중간에 끊어 이탈률이 높아진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수치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전략위원장인 문진석 의원도 2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사 흐름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시작되면서 바뀌기 시작한다”며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전주 대비 4%p 올라 34%로, 37% 그대로 머문 국민의힘에 다시 오차범위 내로 차이를 줄였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 구속수사 여부에 대한 물은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구속수사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고심거리로 남는 지점이다. 반면 ‘구속수사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41%, ‘모름’ 또는 응답거절은 11%로 나타났다.
이번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검찰이 또 다른 혐의에 대해 다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체포동의안 보고 후 부결’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이 대표 방탄을 치면 치는 대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향후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 등이 이어질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정국’이 장기화되면 이 대표로선 정치적 부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친명과 비명 간 내홍은 물론 친명 내부 단일대오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이재명 방탄보다 민생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으로 인해 여당과 검찰에 완전히 끌려 다니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당대표 지위를 버거워하는 듯 보인다. 이 대표가 취임하며 기대했던 개혁이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다”며 “민주당도 어느 시점이 오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쪼개기 구속영장 청구를 실제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쪼개기 영장 청구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검찰이 아니라 대통령실이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도 검찰 내부에서 수사팀과 지휘부가 의견이 엇갈려 갈등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법률가 입장에서 보면 이번 영장 청구서는 억지로 쫓겨서 썼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했는데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또 한다는 건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다. 삼권분립 차원에서 국회가 부결시킨 것은 결국 불구속 상태로 수사 및 재판을 진행하라는 의미인데,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다시 쪼개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선 마땅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고민도 감지된다. 민주당 한 전략통은 “계속 끌려 다니고 있는데 돌파해낼 수 있는 전략도 당분간은 없다. 이대로 계속 갈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과 관계없이 기소는 기정사실화된 것 같은데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당을 이끌 후임자 대안은 있느냐. 대책도 없이 일단 물러나라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정치개혁·정당개혁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명계’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의힘도 전당대회가 끝나면 공천 문제나 정치개혁 이슈로 넘어갈 텐데, 민주당이 먼저 선점해 주도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에 오른 것도 정당혁신 정치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치개혁이라고 하면 중대선거구제 개정만 나오는데, 될 리가 없다. 이 대표는 당대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대위원제나 중앙위 컷오프제 등 당내 개혁을 먼저 하고, 그 동력으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친명 진영에선 이 대표가 결국 사법의 영역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방송에 출연해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넘겨진 재판이 오는 3월부터 시작된다.
민주당 소속 한 법률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내년 총선 전에는 1심 선고가 나올 것 같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문제도 있었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혐의 입증에 가장 자신 있다 판단해 기소했다. 그럼에도 당시에 무리한 기소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이 재판에서부터 무죄 선고가 나오면, 검찰과 윤석열 정부의 야당 대선주자를 향한 ‘표적수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뒤이은 검찰 수사나 기소도 힘을 잃을 것이다. 그럼 정국 분위기는 전환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