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쪼개서 청구하거나 모든 의혹 합쳐 청구하거나…불구속 기소 가닥잡던 검찰 ‘이탈표’ 본 후 선택지 늘어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국회라는 비판이 다시 거세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재명 대표 퇴진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은 일단 신병 확보는 무산됐지만, 당초 계획대로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 사건을 좀 더 수사한 뒤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안이 점쳐진다.
#예상 밖 흐름에 웃는 검찰
서울중앙지검은 2월 27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초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는 구조 속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민주당 의원 내 비이재명계가 찬성·기권·무효표를 던지면서 검찰에게 되레 여러 선택지가 주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불구속 기소하는 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동시에 수원지검에서 진행 중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해 다시 이 대표를 기소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민주당 내 이탈표가 확인되면서 검찰은 보다 강도 높은 카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바로 구속영장 재청구다.
검찰은 현재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한 보강 수사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진술이 확보되지 않아 이번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에 담지 못한 천화동인 1호 속 지분 428억 원 약정 의혹(부정처사후수뢰)과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을 확인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수사 중인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 사건 보강 수사 외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도 한창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천화동인 1호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의혹만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수원지검에서 진행 중인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남은 수사까지 마무리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사안마다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이 모두 가능한 셈이다. 다만 검찰 역시 쪼개기 영장은 ‘정치 개입’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다. 때문에 위 사안들의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모두 합쳐 한 번만 영장을 청구하는 안도 거론된다.
쪼개기 영장 등 추가 영장청구는 민주당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웅래 의원부터 이 대표까지 체포동의안을 내리 부결시킨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추가 영장까지 또 부결시킬 경우, 총선을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소 시기도 검찰에게 유리?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검찰이 사건마다 기소 시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이재명 대표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달라진다. 영장에 포함시켰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성남 FC 후원금 사건의 경우, 약간의 보강 수사만 하면 기소가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먼저 불구속 기소해 이 대표를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장동 관련 사건 가운데 428억 원 약정 부분을 제외하고 먼저 불구속으로 기소할 경우, 이재명 대표는 거의 매주 법정을 찾아야 한다. 특히 배임 혐의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재명 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증인들이 법정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피의사실 공표를 우려해 말을 아꼈던 검찰도 판사와 언론 앞에서 모든 증거와 혐의를 밝힐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 대표가 고의적으로 민간업자에게 개발 이익을 몰아줬다며 이를 입증할 여러 물증을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국회에서 “이 대표는 최종 결정권자로서 김만배 일당의 청탁을 그대로 들어줬다”며 “그 과정에서 직접 보고받고 자필로 서명한 문서 등 물적 증거들이 다수 확보됐다”고 언급했다. 또 “이 대표와 민주당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관련자가 혐의 내용과 물적 증거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며 “한두 명의 입에 의존하는 수사가 아니”라며 수사 결과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장 청구를 배제하더라도, 검찰은 이 대표를 기소해 ‘재판을 받게끔 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으로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성남 FC 후원금 사건은 성남지청,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사건과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대납 의혹 사건을 각각 기소하면 이재명 대표는 일주일에 4일 정도를 재판만 받으러 다녀야 할 수도 있다”며 “관련해서 하나의 재판부에 모아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재판에만 1년 이상은 족히 시간이 필요하고 기소 시점을 늦출 경우 다른 사건이 이미 선고가 난 뒤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기소 시점이 마냥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흐름에 밝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악재라고 생각할 것이고, 검찰은 이 상황을 현명하게 사용할 것”이라며 “다만 총선이 너무 다가왔을 때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선택은 부담스럽다. 올해 추석 전에는 구속영장 재청구나 기소 등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끝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사 원칙론을 강조하는 이원석 검찰총장이기에 최대한 ‘FM(정석)’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장을 잘 아는 동기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수통답게 특수 수사가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그렇기에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게 이원석 총장”이라며 “쪼개기 영장 등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그렇게 하기보다는 여러 혐의들을 모아 한 번 더 영장만 치는 식으로 대응하고, 기소 역시 수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총선이 가까워지기 전에 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