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압박 전망…‘이재명 천화동인 1호’ 진술 얻기 위한 전략 관측
다만 최근 나온 곽상도 전 국회의원 뇌물 무죄 판결은 김 씨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법원이 ‘전언’의 진술은 핵심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대표의 지분은 없다”는 진술을 일치시킬 경우, 무죄를 받아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꾸로 검찰은, 법원에서 이재명 대표 유죄를 받아내려면 김 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대표의 지분 몫을 약정해줬다”는 진술을 받아내야만 한다. 김 씨의 ‘진술’이 바뀔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50억 클럽’ 수사도 진행 계획
검찰은 ‘대장동 일당’ 로비스트이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재구속 하루 만인 2월 19일 오후 검찰에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앞서 검찰은 김 씨가 2021년 10월~지난해 11월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얻은 범죄수익 340억 원을 수표로 찾아 차명 오피스텔과 대여금고에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을 발부받는 데 성공했다. 김 씨가 스스로 자해를 해 병원 치료를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친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김 씨가 340억 원 외에 추가로 은닉한 자금이 있을 걸로 의심하고 구속 기한 내에 최대한 그에게 관련 진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김 씨 부탁을 받고 자금 처리에 도움을 준 지인 등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김 씨를 상대로 은닉 자산을 찾아내 기소한다는 계획이다.
또, 검찰은 김만배 씨가 언급한 ‘50억 클럽’ 관련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검찰은 이들 외에도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속한 법무법인이 김 씨와 화천대유 임직원 사건을 맡으며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고 수사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김 씨가 50억 클럽 멤버들에게 사업적으로 도움을 받은 게 있는지, 그 대가로 돈이 건네진 것이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목적은 이재명 관련 진술 협조?
하지만 김 씨를 향한 여죄 수사가 ‘진술 협조’를 끌어내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른바 ‘천화동인 1호 중 일부인 428억 원 약정 의혹’은 담지 못했다. 핵심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만배 씨가 남욱 변호사 등에게 “천화동인 1호에는 성남시장실 몫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맞지만, 이는 전언에 불과하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제삼자가 들은 전언은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유무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는 되지 못한다. 그래서 법적으로 전언은 증거 효력을 배척하는 것”이라며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대표 몫이 있다고 입증하려면 약정 계약서나 진술, 혹은 당사자 간 대화를 담은 녹취자료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전언’을 배척하는 판단을 내렸다. 김 씨의 50억 클럽 관련 발언을 한 것은 맞지만, 신빙성이 없다는 판단했다. 동업자들과 공통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담을 덜기 위해 허위로 둘러댔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된 50억 원의 퇴직금이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된 증거가 없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돈 지키려는 전략' 깰 수 있을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는 배제했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천화동인 1호 이익 가운데 428억 원을 받기로 김 씨와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영장청구서에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그리고 김만배 씨만 범행을 부인하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이들을 제외한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의 진술이 ‘맞다’고 행간에 적은 셈이다.
거꾸로 김만배 씨는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 측도 “천화동인에 내 몫은 없다. 돈의 흐름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배임에 대해서조차 이재명 대표 측은 “검찰이 영장에서 언급한 거액의 이익들은 모두 (대장동) 시행사 등 다른 자들이 취득한 것으로, 직접 이익을 받았다는 기재는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정진상 정무조정실장, 김용 부원장 모두 이재명 대표와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씨는 ‘재산’을 더 지키기 좋아진 대목이고, 거꾸로 검찰은 무조건 김만배 씨로부터 ‘이재명 대표 몫이 있다’는 진술을 받아내야만 하는 입장이 된 셈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흐름을 보면 김 씨는 주기로 했던 몫도 다시 ‘내 것’이라고 상대방이 해준 덕분에 수백억 원을 더 벌 수 있게 된 상황”이라며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만배 씨가 아닌가. 지금 상황에서 본인의 이득과 손해를 가늠한 뒤 법적 대응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가 ‘김 씨 재산’ 지점을 더 파고들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범죄수익은닉 등으로 기소해 이를 범죄수익금으로 잡으면, 향후 추징 등을 통해 이를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며 “검찰이 김 씨의 자산 흐름을 통해 얻어내려는 것은 김 씨의 범죄 혐의도 있겠지만, 결국 이재명 대표 관련 진술을 달라는 암묵적 요구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