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상 영업이익 2조 원 이상인데 배당 못해…“미수금 회계처리 방식 바꿔야”

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월 2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사가 삼천리 등 도시가스 소매업체들을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과 채권 추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공사가 미수금을 받아 배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미수금 방치를 이유로 상법에 따라 30일 후 공사의 이사‧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소액주주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6만 5979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2700만 5834주로 총발행주식(8582만 6950주)의 31.5%를 차지한다.
미수금 회계처리 방식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도입됐다. 정부가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가보다 싼 가격으로 가스를 팔고, 그 차액을 미수금으로 기록했다. 덕분에 국민들은 낮은 가스요금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문제는 미수금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것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 8000억 원에서 2022년 말 8조 6000억 원으로 늘었다. 1년 사이 6조 8000억 원이 불어났다. 미수금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LNG 가격 폭등에 제때 요금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에는 미수금이 12조 원을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공사는 2021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1조 2396억 9900만 원의 영업이익과 9645억 22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당시에도 1조 8000억 원이라는 미수금이 있었지만 가스공사는 자체자금 및 회사채 발행으로 2341억 3592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됐다. 그동안 가스공사는 이런 식으로 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들에게 배당해왔지만 이번에는 미수금이 급격히 불어나자 난감해 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수금 규모가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1년 만에 규모가 크게 늘어나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수금은 사실상 손실에 해당하지만 회계 처리상 자산으로 분류된다. 미수금을 생각하면 가스공사는 적자지만 재무제표에서는 흑자로 기록된다.
이러한 회계처리 덕에 가스공사는 실적이 좋게 나와 다른 공기업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성과급 수령에서도 유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월 가스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1년 전보다 한 단계 오른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약 300개 공공기관 직원의 급여는 크게 기본급과 연도별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으로 나뉘는데, 이 평가에서 C등급은 직원에게 성과급을 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 평가로 성과급이 나오면서 지난해 가스공사 전체 직원의 34.3%에 해당하는 1415명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 이는 다른 공기업들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실제로 미수금 제도는 에너지 공기업 중 가스공사에만 있는 제도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개입으로 가스공사가 원가 상승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며 “가스공사가 원가 상승 요인에 따라 가격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정치적인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 회계처리와 관련해 “가스공사에서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부와 협의해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수금은 어느 시기가 되면 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내용을 이행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소액주주연대가 신문고에 올린 내용에 대해서는 일정 시일 이내 답변에 달아 올릴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재무구조 개선과 국내 천연가스 수급 안정이 가장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 무배당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공기업의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워낙 좋지 않아 배당을 하지 말자는 의견을 가스공사에 전달했다”며 “올해 경영실적을 보고 내년 이맘때쯤 배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매년 회계 감사를 받고 있는데 그때마다 문제가 없다는 식의 의견을 받았다”며 “미수금 제도가 폐지돼서 미수금이 전액 손실 처리가 되면 자본잠식이라 상장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수금 회수는 2026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