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300원 배당 계획에 소액주주연대 주당 2417원 요구…DB하이텍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
DB하이텍은 올해 결산배당금으로 보통주 기준 주당 1300원을 책정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배당금 주당 450원에 비해 세 배가량 늘린 것이다. 그러나 DB하이텍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사측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만큼 주당 2417원의 배당금을 요구하고 있다. DB하이텍의 매출은 2021년 1조 2147억 원에서 2022년 1조 6753억 원으로 37.92%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91억 원에서 7687억 원으로 92.62% 증가했다.
DB하이텍은 현재 DB Inc 및 특수 관계자가 지분 17.85%를 갖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 지분을 10%까지 모으고, 국민연금공단과 손을 잡아 최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DB하이텍 지분 8.58%를 갖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DB하이텍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과거에도 DB하이텍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전력이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7월 팹리스 사업부 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소액주주연대는 당시 분할 계획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맞섰다. 동시에 국민연금을 설득해 전면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B하이텍은 결국 지난해 9월 소액주주연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분할 계획을 중단했다. 회사 분할은 특별결의 사항에 해당하므로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분할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별결의 사항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DB하이텍은 지난 3월 7일 이사회를 열고, 팹리스 사업부 분할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해 다시 한 번 소액주주연대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배당 정책의 경우는 특별결의가 아닌 보통결의 사항에 해당한다. 보통결의 사항은 출석한 주주의 절반 이상과 전체 주주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특별결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주주총회 의결이 수월하다. 그러나 DB그룹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을 고려할 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체 주주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DB하이텍 지분 7.15%에 해당하는 주주의 찬성표가 추가로 필요하다.
물론 소액주주연대의 뜻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뛰어 넘기 어렵고, 국민연금이 소액주주연대를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 DB하이텍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배당 정책 등 모든 안건을 가결시킨 바 있다. 일요신문은 소액주주연대에 국민연금 설득 방안과 현재 확보한 지분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DB하이텍 주가를 둘러싼 이해관계
DB그룹이 소액주주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소액주주연대의 요구대로 배당액을 주당 2417원으로 측정하면 DB하이텍은 총 1073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DB하이텍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535억 원임을 감안하면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투자도 해야 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고 당장 배당에 거액을 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DB하이텍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업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조 8984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정도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은 2021년 4분기 8조 8300억 원에서 지난해 4분기 2700억 원으로 97%가량 줄었다.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덕에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업체가 최근 전력반도체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DB하이텍의 전력반도체는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생산되지만 이미 중국 일부 업체는 12인치 웨이퍼 기반의 전력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원재료가 되는 실리콘 원판이다. 웨이퍼 크기가 클수록 한 번에 많은 양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3년간 8인치 파운드리 시장 호황은 구조적 성장보다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 기인하며 수급 불균형이 해결되는 2023년부터 DB하이텍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가시성이 낮다고 판단한다”며 “단가 상승으로 인해 8인치 파운드리의 가격 메리트가 축소돼 고객이 빠르게 12인치로 이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DB하이텍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DB하이텍의 주가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3만 7150원으로 마감했지만 현재 5만 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DB하이텍의 PER(주가수익비율)은 3배 수준으로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의 5~10배 수준보다 낮다. PER이란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DB그룹 입장에서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DB그룹에 지주회사 전환 통보를 내렸다. 지주회사인 DB Inc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2024년 1월 1일까지 DB하이텍 지분 3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DB Inc로서는 DB하이텍 지분 17.58%를 매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므로 DB하이텍 주가가 낮아야 지분 매입에 유리하다. DB그룹은 그간 DB하이텍 매각 계획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DB그룹은 시간이 남은 만큼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지주사 전환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DB하이텍) 지분을 염가에 확보하기 위해 오너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 유도가 필요한 상황으로 시장에서 기관 매수세가 멈춘 상태”라며 “지주사 전환 관련 회사의 대응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달라고 7개월간 수차례 요청했으나 안타깝게도 회사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DB하이텍 관계자는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