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실패로 임금체불에 기업가치 -15억 원…오로지 책임감 하나로 인수 “초인적 힘 필요한 상황”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멋사) 대표의 말이다. 2월 14일 경찰은 NFT(대체불가토큰) 기업 ‘메타콩즈’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당한 이 대표를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메타콩즈 인수 과정에서 이강민 당시 메타콩즈 대표와 분쟁을 겪은 바 있다. 이제 이 대표가 소송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메타콩즈 재건 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메타콩즈를 인수한 멋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리얼리티 예능 ‘더 지니어스’에서 화제가 됐던, 신분증 잃어버린 장면처럼 한때 좌절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걸 걸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메타콩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릴라부터 이름까지 모든 걸 버릴 정도의 각오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다음은 일문일답.
―메타콩즈 인수 건으로 매우 시끄러웠다. 처음에 전 경영진과 합작은 어떻게 하게 됐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NFT 사업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멋사도 NFT 사업에 관심이 있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단계였다. 초기에는 매력을 못 느꼈다. ‘지분을 일정 부분 이상 안 주면 안 하겠다’고 했다. 그쪽에서 47% 지분을 준다고 했다. ‘내 사업처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개발하고, 전 경영진 측이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를 맡으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업 흥행 여부와 별개로 한때 메타콩즈 가격은 폭발적 상승을 했다. 예상했나.
“오를 것이란 생각은 했다. 다만 거기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다. 오히려 그때 겁도 났다. 나는 NFT 펀더멘털이 뭘지 고민을 계속했는데 가격만 형성돼 있는 상태였다. 저 사람들이 큰 믿음을 갖고 믿음의 기반이 되는 걸 만들어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전 경영진은 MKC(메타콩즈 코인)나, LGO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 극렬히 반대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얘기한 것처럼 합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기도 했다.
“MKC에 대해 크게 반대했다. 누가 봐도 폰지고, 가격 부양 안 될 텐데 무슨 생각으로 하는 건가 싶었다. 너무 싫어서 MKC는 멋사 쪽에서 개발도 안 했다. ‘다른 곳에 외주 줘서 만들어라’라고 말했다. MKC 코인은 쏟아져 나오는데 뚜렷한 사용처도 없었다. 정말 많은 프로젝트가 토크노믹스만 열심히 파도 실패하는 게 태반이다. 별 고민 없이 만드는 순간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커뮤니티에서 MKC 관련 반응도 안 좋았다. 나도 홀더와 같은 이해관계가 되어 고민해보고, 고통도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MKC를 매수하기도 했다. 30토막 나고 팔았다.”
―LGO 프로젝트 때는 커뮤니티에 직접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LGO 프로젝트는 실패한 프로젝트를 다시 민팅(NFT 발행)해서 판매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LGO 민팅으로 40억 원 정도 채워 넣을 수 있다고 했다. 메타콩즈가 약 6개월 정도 만에 2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전 경영진에게 ‘그 돈은 어디 가고 또 민팅해서 판매하냐’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디스코드(음성 기반 커뮤니티)에서 투자자를 상대로 공식적인 반대 의사도 밝혔다. 그게 싸움의 시작이었다. 나는 전 경영진에게 ‘LGO 프로젝트 NFT가 하나도 남김없이 다 팔리지 않으면 대표이사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여기에 동의해서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결국 크게 실패했다. 나는 대표에서 내려오라는 말이 회사를 나가라는 말이었는데, 전 경영진은 직원으로 내려간다고 얘기했다. 또 전 경영진 대신 전문 경영진을 앉히겠다고 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이 회사를 인수하냐 아니면 손절하냐 두 가지 갈림길이 존재했다.”
―결국 인수 추진 쪽으로 기울었다. 결정하는데 무엇을 봤나.
“솔직히 매출이 200억 원이니까 회사에 100억 원은 남아 있으리라 봤다. 그런데 인수를 위해서 회사 실사를 해보니 6억 원이 남아 있었다. 회사가 벌어들인 200억 원이 어떻게 6개월 만에 다 사라지는지 아직도 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전 경영진이 인수 대금으로 7억 원을 불렀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이걸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 진흙탕 폭로와 함께 소송전도 시작됐다. 특히 ‘슈퍼카 논란’이 뜨겁게 달궜다. 이두희 대표가 홀더 돈으로 슈퍼카를 몰았다는 얘기다.
“내가 CTO(최고 기술책임자) 역할을 맡았고 유튜브나 방송에 나가 홍보도 했다. 직함은 CTO였지만 월급도 0원이고, 법인카드도 안 썼다. 내가 슈퍼카를 원한 게 아니다. 전 경영진 측에서 차를 구입하겠다고 해서 원하는 차를 얘기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BMW 2시리즈 중고를 얘기했다. 그러니 전 경영진이 어느 정도 급을 맞추라고 했다. 그래서 ‘애스턴 마틴’을 말한 거다. 그동안 보상이 없었기 때문에 상여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NFT 홀더들에게 못 할 짓 같아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한 달도 타지 않고 반납했다. 그게 전부다.”
―고소당한 건 임금 체불 때문이었다. 대대적으로 언론보도도 됐는데 체불 이유는 뭔가.
“체불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인수 회사인 멋사와 피인수 회사인 메타콩즈가 협상하는 상태였다. 메타콩즈에 월급 줄 돈도 없는 것 같아 ‘인수 작업 중이지만, 월급만큼은 얘기하면 그 돈은 미리 입금하겠다’고 했다. 돈을 제발 가져가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고, 결국 임금체불로 기사가 났다. 여기에 내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에서 무혐의로 본 이유다.”
―이 대표가 민팅 수수료를 떼어먹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것도 마찬가지다. 메타콩즈 관련 NFT 기업 수수료 횡령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수수료를 정산해서 주겠다고 했다. NFT 개발한 멋사도 민팅 수수료 일부를 가져가도록 계약했다. 메타콩즈 측에서 정확한 대금 내역을 알려줘야, 수수료 제외하고 우리가 보내줄 수 있는데 그 내용을 보내주지 않았다.”
―최근 NFT 산업은 블록체인,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가장 큰 침체기를 겪고 있는 분야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인수할 만큼 메타콩즈가 매력적이었나.
“솔직히 말하면 인수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LGO가 결정 났을 때 끝났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메타콩즈 실사를 다 마치니 회사 자금이 3000만 원 남았는데, 여기저기 줘야 할 돈이 15억 원이었다. 회사는 주주보다 이사회가 중요하고 특히 대표이사가 중요하다. 주변에서도 다들 인수하는 건 자폭 행위라고들 말렸다. 내가 인수 안 하고 그대로 뒀으면 전 대표이사 책임이 됐을 텐데 인수해서 이제 운명공동체가 됐다. 오로지 책임감 하나였다. 메타콩즈 가치는 사실상 없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 15억 원이 있어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홀더들, 커뮤니티 분위기는 매우 좋다. 환자로 치면 메타콩즈는 여기저기 엄청난 중상을 입은 상태지만, 살려고 하는 의지는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의지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만약 여기서 살아난다면 가상자산 시장에 역사를 쓸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바꿔나갈 생각인가.
“NFT가 성공한 예도 거의 없지만, 메타콩즈처럼 추락했다가 부활한 예는 전무하다. 즉, 불가능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뒤에서 차가 밀고 오는데 앞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상황이다. 뛰어넘기 불가능해 보이는 거리 너머에 반대쪽 절벽이 보인다. 이걸 뛰어넘으려면 초인적인 힘이 필요한 상황이고 믿음의 영역이다. 그래서 나부터 믿기로 했다. 자세한 로드맵을 떠나서 살아날 수 있다고 무조건 믿고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다면.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고 있는 단계다. 2~3개월 정도 깊은 고민한 뒤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어느 정도 가안을 공개하자면 메타콩즈 캐릭터인 고릴라부터 이름까지 모든 걸 다 바꿀 생각이다. 그 정도 각오가 아니면 안 된다. MKC도 수습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지 구상 중이다. 각 대기업과도 협업을 더 많이,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현재 메타콩즈는 -15억 원인 상태라고 했다. 이 대표 말을 빌리자면 절벽을 넘으려는데 발목에 족쇄까지 차고 있다. 과거 메타콩즈는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체인을 변경한 바 있다. 만약 클레이튼이 지원금을 준다면 이더리움에서 클레이튼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도 있나.
“힘들 때 친구가 진짜 친구란 얘기가 있다. 지금 생사기로에 있는 메타콩즈를 돕는 곳은 절대 잊지 않고, 그 도움 하나하나 소중하게 받을 생각이다. 클레이튼도 마찬가지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하고 얘기해봐야겠지만 만약 메타콩즈가 가장 힘들 때 손 내밀어준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