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로 리저브’에 카카오도 ‘미유통 물량 소각’ 발표…가격 오르려면 쓰임새 많아져야
링크는 지난해 말 ‘토큰이코노미 2.0’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제로 리저브’다. 즉 현재까지 유통된 링크 약 673만 개와 블록 생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유통량을 제외하고는 향후 그 어떤 발행 및 유통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 리서치 ‘라인 링크(LN), 제로 리저브 시대를 열다’에 따르면 그동안 암호화폐들은 메인넷 활성화를 위해 참여자들에게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지급해왔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총 발행량의 일부를 리저브(비축분)로 정해뒀다. 클레이튼은 총 발행량의 53%, 위믹스는 74%, 폴리곤은 23%, 솔라나는 50%를 리저브로 정해두고 투자 혹은 지원금 형태로 활용했다.
최근 업계는 발행량과 유통량에 굉장히 민감하다. 위믹스만 해도 거래소에 제출했던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이 무려 5000만 개 이상 차이 났다. 이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4개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들은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발행사인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는 지난해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링크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링크를 뒤따르는 암호화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클레이튼 재단은 2월 말 클레이 미유통 물량(약 74억 8000개) 중 73%인 52억 8000개를 소각하는 방안을 거버넌스카운슬(GC) 투표에 부쳤다. 거버넌스카운슬(GC)은 클레이튼의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그룹으로, 클레이튼은 GC 구성원들의 투표로 블록체인 생태계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 결과 클레이튼의 새로운 토크노믹스인 GC프로포절(KGP-6)은 1일 31개 GC 중 26개 GC가 찬성함으로써 해당 제안이 통과됐다. 클레이튼 재단에 따르면 앞서 사용처를 찾지 못한 물량들을 우선 소각한 후 남은 20억 개는 오직 클레이 사용처를 만드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만약 3년 내로 최적의 활용처를 찾지 못할 경우 잔여 물량 모두 소각될 계획이다.
유통량 제한 소식이 들려오자 두 암호화폐의 가격은 나란히 상승했다. 원화 마켓에 상장되지 않았던 링크는 빗썸에 2월 23일 상장하면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빗썸에 따르면 6만 8800원에 시작한 링크 가격은 8만 5950원까지 치솟았다. 200원대 중반에서 횡보하던 클레이튼도 물량 소각 루머가 돌기 시작하던 2월 중순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GC 투표가 시작된 22일에는 48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유통량 제한으로 가격을 끌어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두 암호화폐 모두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링크는 빗썸 상장일 시가보다 낮은 5만 원 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클레이튼도 고점 대비 약 25%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빗썸 마켓인사이트에서는 “그동안 국내 재단이 발행한 암호화폐는 마케팅 명목으로 재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많아 비판받았다. 투자자들이 재단 측에 먼저 ‘제로 리저브’를 요구하기도 했다. 리저브 물량이 시장에 풀렸을 때 유통량이 증가해 해당 가상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시세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되는 게 많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결국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동시에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탈중앙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잘 유지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두 암호화폐가 성장하려면 메인넷 활성화라는 원론을 해결해야 한다. 두 암호화폐의 그동안 성과는 저조했다. 앞의 보고서에 따르면 링크는 2018년 메인넷을 출시했다. 그러나 링크는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탓에 일본 금융당국의 규제에 계획했던 핀테크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2022년이 돼서야 일본 라인페이의 일부 온라인 가맹점에서 가상자산 링크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링크는 메인넷을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것도 문제로 꼽혔다. 메인넷 구조를 프라이빗하게 운영해 dApp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서비스 개발을 할 수 없었던 것. 이 같은 구조로 링크 생태계에는 신규 서비스들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클레이튼 역시 지난해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 메인넷을 떠나는 ‘탈 클레이튼’ 현상을 경험했다. 클레이튼 NFT 중 가치 순위 1위로 평가받던 메타콩즈와 위메이드가 내놓은 프로젝트 위믹스가 클레이튼을 떠난 것이 대표적이다. 클레이튼은 이더리움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여러 프로젝트를 참여시켜왔다. 그러나 트래픽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이를 클레이튼이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클레이튼은 수수료를 인상해야 했고 탈 클레이튼 현상의 발단이 됐다.
비슷한 고초를 겪은 두 암호화폐는 올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링크는 새로운 메인넷인 ‘핀시아’를 출시했다. 앞으로 링크는 핀시아를 통해 링크 토큰뿐만 아니라 디앱 토큰의 발행 및 트랜잭션을 모두 관장할 예정이다.
다만 링크는 주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자체 법인을 통해 직접 개발할 예정이다. 타 메인넷들이 외부의 dApp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링크의 NFT 마켓플레이스 ‘DOSI’는 라인넥스트에서 개발 중이다. 링크를 연동한 결제 서비스는 라인페이, 라인 제네시스에서 운영되고 있다.
클레이튼도 공식 미디엄 채널을 통해 2023년 비전을 발표했다. 먼저 클레이튼은 문제점으로 꼽혔던 불안정한 네트워크를 장애 모니터링 탐지 프로세스를 강화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성이 강화되면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베타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할 수 있도록 개발 환경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클레이튼은 메인넷을 활용한 온체인 서비스(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전송 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방식)를 활성화하고, 이더리움 등 타 메인넷 기반 Web2, 3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메인넷에 많은 프로젝트가 참여해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은 메인넷을 구축한 모든 암호화폐 재단들의 꿈이다. 링크와 같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서비스가 정상 운영된다는 가정하에 그들만의 포지션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들여온다고 한다면 블록체인에 대한 혁신을 보여줄 킬러 프로젝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메인넷들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