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55.1%에 킨텍스 1만 명 운집 역대급 흥행 평가…행사 전 김기현·황교안 지지자 간 신경전으로 긴장감도
3월 8일 오후 1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힘내라 대한민국’을 앞두고 일산 킨텍스 일대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민의힘 당원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은 전국 시·도당에서 온 전세 버스로 가득 찼다. 행사장 바로 앞은 당대표 후보를 향한 지지자들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김기현·황교안 후보 간 신경전으로 긴장감이 흘렀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 트럭이 나란히 위치하면서 김기현과 황교안을 외치는 소리가 뒤섞였다. 김기현 후보 땅 투기 의혹,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단체 채팅방 개입 의혹과 관련된 현수막들도 걸려 있었다. 황교안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은 “황교안 후보가 우리 부방대(부정선거 방지대책위) 위원장”이라며 “김기현 땅 투기 의혹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했다.
킨텍스 인근은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경찰은 킨텍스 앞 호수로를 둘러싸고 펜스를 설치했다. 또 입구로 진입하는 길에서부터 신원을 확인했다. 이날 투입된 경찰만 800여 명으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전당대회인 만큼 경호에 철저히 신경 쓴 듯했다.
2시 전당대회 시작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의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온 당원들과 입구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입장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제1HALL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총 두 곳(1A·2)이다. 국회의원을 포함, 상임고문, 광역단체장 등이 들어갈 수 있는 1A 출입구에선 경호원들이 신원을 확인했다.
오후 1시 45분, 사물놀이패의 연호 속에 김기현 후보가 GATE 1A를 통과했다. 김 후보는 두 손을 벌려 인사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김기현 사퇴’를 외치기도 했다. 2시 5분쯤 황교안 후보가 지지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도착했다. 2시 19분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함께 들어갔다. 안철수 후보는 2시 25분 ‘170석 총선압승! 승리의 당대표 안철수’ 손 팻말을 든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등장했다. 안철수 후보 한 지지자는 “대구에서 응원 왔다”며 “안철수 후보가 제일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했다.
대의원을 위한 비표 교환처는 GATE 2에 마련됐다. 중앙위원회, 국책자문위원회, 기초단체장, 전국위원회 등을 포함 시·도당 및 당협 추천 대의원들만 입장이 가능했다. 과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들이 당일 투표를 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현장 등록 및 출입이 불가했다. 비표 교환 상황실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일부 지지자들이 소동이 일으키면서 분위기가 잠시 험악해지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는 “전당대회 대의원 규정에 의해 추천된 대의원이나 참관인, 당직자 등만 출입이 가능하다”며 “목소리가 다 쉬었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따르면 이날 주요 당직자와 대의원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7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찾으면서 보안검색대 경호가 삼엄했다. 입구에서부터 제복을 입은 경찰 수십여 명이 소지품을 검문하고 신원을 파악했다. 마실 수 있는 물 등 액체류는 물론, 음식물 반입이 금지됐다. 한 기자는 “들고 있던 바나나를 뺏겼다”며 “안 먹겠다고 했는데 반입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물도 못 마시게 한다”며 “전당대회 취재 중에 제일 분위기가 험하고 힘들다”고 전했다.
행사장 내부엔 좌석 1만 개가 마련됐다. 무대를 기준으로 오른 편엔 펜 기자석, 맨 뒤편에는 사진 및 촬영 기자석이 마련됐다. 무대 바로 앞에는 내빈석, 국책자문위, 기초단체장 등을 위한 자리가 위치했다. 행사장에는 ‘대한민국 성공 역사 언제나 당원과 함께’, ‘완전한 정권재창출! again 2022, victory 2024’, ‘100만 책임당원 시대 국민께 힘이 되는 정당’ 등 대형 현수막이 10여 개 걸려 있었다. 북, 장구 등 각종 도구가 일체 반입 불가해 응원 소음은 따로 없었다.
오후 2시 식전행사가 시작됐다. 오후 3시 20분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석기 전 사무총장이 윤 대통령을 안내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주제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가 입장과 동시에 흘러 나왔다. 참석자들은 모두 기립해 박수를 치며 윤 대통령을 연호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당직자들과 인사한 후 무대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 마지막에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했다. 관중석에서 윤석열 연호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준비된 원고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즉석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퇴장할 때는 걸그룹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 노래가 나왔다.
오후 4시 후보자 퍼포먼스 코너에서 안철수 후보는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 요청에 ‘부산 갈매기’를 불렀다.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라는 소절을 따라 부르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다섯 살 때 만나 45년째 보고 있다는 남편과 결혼 당시 선물로 받은 군번줄”을 꼽자 객석에선 “조수진 파이팅”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개표를 앞두고 치어리딩 공연과 가수 박상민의 축하 공연이 시작됐다. 박상민이 ‘청바지 아가씨’를 부를 때는 당대표 후보들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전주혜·김행 비상대책위원, 김미애 의원 등이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대의원들 역시 일어나 따라 부르며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5시 6분 개표 종료가 선언됐다. 발표는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당대표 순이었다. 김기현 후보 득표율(52.93%)이 발표되자 장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 후보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다 눈물을 보였다. 당선 직후 김기현 신임 대표는 후보들과 인사 후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축하의 뜻을 전한 후 수락 연설을 듣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이준석계 ‘천아용인’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노동개혁으로 강성 귀족노조의 특권과 반칙을 없애고, 교육개혁으로 대한민국을 인재 강국으로 키워 나가고, 연금개혁으로 온 국민이 노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킨텍스 맞은편에서는 전국민중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3월 6일 발표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에 대한 항의 집회로 30여 명이 참석했다.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무효’ 피켓을 든 이들은 킨텍스 방향을 향해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을 무효화하라”고 외쳤다.
전당대회장에서 만난 한 시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참여율이 굉장히 높았다”며 “그만큼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또 질서를 바로 잡자고 하는 열망이 큰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당이 계속 싸움으로 일관하다 보니 국민들이 피로감에 젖어 있다”며 “정책적인 대결은 이해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헤게모니 싸움, 네거티브 싸움이 있었다. 고급스럽게 싸웠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 계속되지 않았나”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50대 남성 대의원은 “국민의힘을 20년 가까이 지지했다”며 “선거가 원래 서로 싸우느라 네거티브 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전당대회는 대통령도 오고, 이전보다 더 축제 같았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