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 ‘더이앤엠 컨소시엄’ 출자자·자본력에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면밀 내사중
청라단지 조성 사업은 인천 서구 청라동 1-820 일대 18만 8282㎡(약 5만 7055평) 부지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 미디어센터, 업무 및 위락 시설 등을 세우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토지매입비와 공사비 등을 포함해 1조 5000억 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2022년 12월 KT컨소시엄과 더이앤엠(The E&M) 컨소시엄 두 곳 가운데 더이앤엠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KT컨소시엄엔 대기업들이 참여했다. 대표사인 KT를 비롯해 KT스카이라이프, KT스튜디오지니, CJ ENM, 롯데건설, 신동아건설, 신한은행, IBK투자증권 등이다.
이에 비해 더이앤엠 컨소시엄엔 주로 콘텐츠 제작 중소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영상콘텐츠 ‘팝콘TV’ 제작사인 더이앤엠을 비롯해 외국 투자 회사로 알려진 ETS(Engineering In Translational Science PTE, LTD) 등 2개사로 구성됐다. 여기에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KH필룩스 그룹 계열사 iHQ와 에이스팩토리, 이제이파트너스, 메이스엔터테인먼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등이 협력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청라단지 조성 사업에 대한 인천시의회 소위원회 조사를 거친 인천경제청은 내년까지 행정절차를 거쳐 더이앤엠 컨소시엄과 본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그런데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인천경제청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공사 첫 삽을 뜨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당장 경찰이 이 사업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들 전반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인 까닭에 갖가지 의혹들이 불거졌고 경찰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이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정‧관계 인사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여부다. 둘째는 더이앤엠 컨소시엄과 관련된 의혹도 내사 목록에 올라 있다. 경찰은 특히 더이앤엠 컨소시엄의 출자자, 자본력,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사업제안서 평가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됐는지부터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인천경제청의 평가위원회 위원 12명 선발 과정에 여야 정치권과 인천경제청 인사 등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요신문은 정·관계 개입 의혹에 대해 지난 1월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1.5조 짜리 청라영상문화단지에 어른거리는 ‘여의도 그림자’).
시행업계에선 국민의힘 A 의원이 인천경제청에 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한 법률가를 추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 법률가는 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참여했다. 이 같은 A 의원 추천 의혹은 해당 법률가가 자신이 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일련의 과정을 자신의 지인에게 털어놨던 게 외부로 알려지면서 발화했다. A 의원은 더이앤엠 신환률 대표, 더이앤엠 컨소시엄 협력사인 iHQ 관계자 등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라단지 사업과 관련해 야당 의원의 핵심 측근도 구설에 오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B 의원 측근은 KT컨소시엄에 속한 KT에 KT컨소시엄의 외국 투자기업 유치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이 자료는 청라단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B 의원 측근이 KT컨소시엄 자료를 빼내서 누군가한테 전달하려 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천경제청 인사가 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한 관광문화 전문가를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인사와 관광문화 전문가는 실제로 2021년경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경찰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이앤엠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1조 5000억 원 규모 대형 사업에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시행업계에선 구구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KT컨소시엄이 대기업들로 구성됐다는 점과 극명히 대비되면서 입길에 오르내렸다.
인천경제청은 2022년 12월 13일 더이앤엠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청라단지 개발법인과 운영법인이 분리된 제안사(KT컨소시엄)보다는 개발법인과 운영법인이 청라단지를 일관성 있게 개발·운영하고 사업 이익을 적정하게 재투자하는 계획을 제시한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청라단지 공모 취지에 더 부합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요신문이 만난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은 현재 청라단지 조성 사업에 정·관계 인사들이 불법 개입했는지 내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더이앤엠 컨소시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더이앤엠 컨소시엄의 출자자와 자본력,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이앤엠 컨소시엄 출자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더이앤엠(지분 70%)과 외국인 투자 회사로 알려진 ETS(30%) 등 두 곳이다. 그런데 업계에선 “더이앤엠과 ETS가 특수관계”라는 말이 나온다. ETS 최대주주인 C 공동대표가 더이앤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전언이다.
ETS는 싱가포르에 등록된 경영 자문업체다. C 대표가 지분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C 대표의 부인으로 알려진 D 씨는 30%, 다른 공동대표가 10% 각각 보유하고 있다. ETS 최대주주인 C 대표는 2020년 9월 국내에 루카헬스케어를 설립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더이앤엠과 함께 바이오벤처기업인 루카에이아이셀을 설립하기도 했다.
시행업계에 따르면, 더이앤엠은 루카에이아이셀 전환사채 110억 원을 취득했다. ETS 최대주주인 C 대표는 스톡옵션 150만 주를 받으며 더이앤엠의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됐다. 이에 더이앤엠과 ETS를 특수관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더이앤엠과 ETS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인 것 같다”며 “만일 하나의 기업이라면 처음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라단지 사업을 내사하는 경찰 내부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인사는 “경찰은 ETS가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지, 부동산 개발 사업 실적이 있는지 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한 언론인 출신으로 정계에서 활동하는 유명 인사가 더이앤엠 컨소시엄 사업 추진과 관련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심스럽게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신문은 청라단지 조성 사업 관련 의혹들과 경찰 내사 등에 대한 더이앤엠 컨소시엄 측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더이앤엠 측은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