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업체’ 쉰들러, 현 회장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실을 끼쳤기 때문에 이 회사에 1700억 원을 지급하고, 이 중 190억 원은 한 전 대표와 함께 부담해야 한다.
이 소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가 “현대 측이 파생상품을 계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5개 금융사에 우호 지분 매입을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생 상품을 계약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파생상품 계약 체결 후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거액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부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현 회장 개인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파생계약을 맺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1심은 현 회장 등 경영진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파생 금융 상품 계약 체결 당시 해운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있었다 하더라도 현 회장 등은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 판단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2심에서는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원을 지급하라”며 “1700억 원 가운데 190억 원은 한 전 대표가 현 회장과 공동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현 회장은 파생 상품 계약 체결 여부를 결의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 상품 계약 체결을 의결하는 것을 막지 않는 등 감시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다만, 해운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의무 위반 정도에 비해 손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 점, 현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제한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