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연체율 치솟고 단위금고 위험관리 부실…새마을금고 “연체율 관리 가능 수준…예금자보호법 적용돼”
#몰빵 대출, 눈덩이 연체…안전장치도 감시체계도 없었다
새마을금고는 은행이 많지 않던 시절 마을 단위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조직이다. 마을 주민들이 돈을 맡기면 이를 주민들에게 빌려주는 기능을 했다. 은행 지점이 팽창한 이후에도 새마을금고는 지역 밀착 서비스로 명맥을 이어갔다. 은행 거래가 어려운 이들이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은행보다 예금 이자가 높아 목돈을 모으려는 서민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외환위기 때 단위 금고가 절반가량 줄어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 13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만 해도 새마을금고는 수신 80조 원, 여신 45조 원 수준이었다. 2012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신협, 농·수협, 새마을금고 등에 돈이 몰렸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노린 자금들이 계속 유입됐다. 최근 10년(2012~2022년)간 수신 증가율은 새마을금고 172.9%, 신협 166.1%다. 농·수협(88.92%)보다 높다. 이자가 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수신금리는 새마을금고가 평균 3.44%로 신협(3.39%)과 농·수협(2.99%)을 모두 앞섰다. 수신이 늘면 이자를 벌기 위해 대출도 늘려야 한다. 이 기간 여신증가율 역시 새마을금고가 254.9%로 가장 높다. 신협은 235.7%, 농·수협은 131.4%다. 상대적으로 대출 이자는 싸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이자율은 새마을금고가 평균 5.1%로 농·수협(4.63%)보다는 높고 신협(5.17%)과 비교해서는 소폭 낮다.
늘어난 예금을 바탕으로 새마을금고는 유독 건설업 및 부동산업 대출을 많이 늘렸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새마을금고의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잔액은 2019년 말 27조 2000억 원에서 올해 1월 56조 4000억 원으로 3년 새 두 배가 됐다. 2022년 말 총자산 284조 원 대비 20% 이상이 건설 및 부동산이다. 부동산이 호황일 때는 돈이 잘 돌아 수익성이 좋았다. 2019년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순익은 2304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4670억 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불어났다.
새마을금고가 순이익을 내면 출자금통장으로 투자한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한다. 1인당 출자 한도는 1000만 원인데, 출자자에게는 배당소득은 물론 예금(3000만 원 한도) 이자에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중앙회가 전국 새마을금고가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2022년 기준 배당금은 5956억 원이다. 전년 대비 약 2041억 원 증가한 것으로, 배당률은 4.92%이다. 최근 3년 평균 출자금 배당률은 2019년 3.30%, 2020년 2.91%, 2021년 3.34%이다. 물론 자신이 출자한 단위금고의 실적에 따라 배당은 달라진다.
하지만 이익을 늘려 배당 잔치를 벌이는 와중에 부실의 씨앗은 자라고 있었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연체율은 2019년 말 2.49%, 2020년 말 3.49%, 2021년 말 4.08%로 높아지더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지난해 말에는 7.67%, 올 1월에는 9.23%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 기준 연체된 대출만 5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불과 한 달 새 9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제도권 금융에서 10%에 육박하는 연체율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새마을금고와 가장 닮은 신협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57%다. 새마을금고의 대출과정에서 제대로 된 위험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단위금고는 영세한 규모다. 직원수가 채 10명도 안 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수백억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한다. 운용의 전문성은 물론 제대로 된 위험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 중앙회가 단위금고를 감독하지만 단위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다. 애초부터 엄격한 감독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새마을금고는 주무부처가 행정안전부여서 금융감독원의 감독도 받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금융 부문에 전문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최근 검찰 수사 결과, 새마을금고 대출과 관련해 직원들이 연루된 불법 혐의가 포착된 사실은 허술한 지배∙감시 구조를 잘 말해준다.
#부실 더 커지면 원리금 지급 문제 가능성
미국 SVB 사태도 몰려드는 예금을 잘못 운용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Bank run)로 이어졌다. 뱅크런은 원리금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불안이 원인이다. 5조 원이 넘는 부동산 대출 연체에도 새마을금고 예금은 과연 안전할까.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난 4월 4일 밝힌 전국 1294개 금고의 유동성 비율은 2월 말 기준 평균 112.8%이다. 30일 간의 순현금유출액과 비교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12.8% 더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유동성 100% 이하인 새마을금고도 지난해 말 전국 480곳이나 됐다. 제때 예금을 지급할 돈이 부족한 곳이 3분의 1이 넘는다는 뜻이다.
단위금고에서 돈이 부족하면 중앙회가 지원할 수 있다. 중앙회가 예적금 지급대응을 위해 보유중인 상환준비금은 13조 1103억 원이다. 새마을금고 전체 수신 251조 원의 5%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 이상의 예금이 한꺼번에 인출되면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새마을금고는 한국은행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정부에서 돈을 빌려올 수는 있다.
뱅크런을 막기 위해 중앙회도 정부도 예금보호 한도인 원리금 5000만 원은 보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한도를 넘어서는 액수까지 지켜줄지는 미지수다. 단위금고가 예금, 즉 예수 부채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뜻이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손실이 불어나면 자산과 자본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채권자인 예금주들에게 갚을 돈이 부족하게 된다.
단위금고를 보면 대다수가 위험자산대비 자본비율이 10~15% 정도다. 자산 손실이 10~15% 이상 발생하면 자본이 고갈될 수 있다. 결국 대출 부실이 얼마나 클지가 중요하다. 새마을금고는 4월 대주단을 꾸려 건설 및 부동산 대출 현황을 파악할 방침이다. 문제는 4월 이후에도 건설과 부동산 관련 부실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다. 부실이 계속 커지면 손실 누적으로 자본이 잠식되는 단위금고가 속출할 수 있다. 이 경우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한도 이상의 예금은 원리금 보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게재된 2022년 단위금고별 경영공시
새마을금고는 단위금고별로 운영된다. 부실의 파장도 단위금고별로 제한된다. 규모가 큰 대출은 여러 단위금고가 돈을 모아 집행했을 수 있다. 이 경우 단일 차주의 부실로 동시에 여러 곳의 금고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물론 단위금고별로 재무상황이 달라 부실을 감당하는 여력에도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겼다면 각 단위금고별 재무제표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홈페이지에서 ‘정기공시’ 항목에서 해당 단위금고명을 검색하면 연도별 재무현황을 볼 수 있다. 최근 2022년 현황이 게재됐다. 대차대조표에서는 대출채권 항목 중 전년 대비 기업대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설 및 부동산 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된다. 대손충당금이 늘었다면 전년 대비 부실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손익계산서에서 대손상각비가 늘었다면 부실 처리비용이 증가했다는 뜻이 된다. 고정이하여신 및 부실여신 현황도 확인이 가능하다. 고정이하여신이나 부실여신이 크게 늘었다면 주의해야 한다. 각종 자본비율이 낮아졌다면 위험자산 비중이 늘었다는 의미로 이 역시 부정적이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라 관련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는 새마을금고법에 의해 타금융기관과 동일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열희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