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빗썸홀딩스 압수수색하고 코인원 관련자 4명 구속…“단독 상장 코인 등 문제 많지만 증거 찾기 어려워”
일요신문이 만난 가상자산 상장 관련 업계 관계자 A 씨의 말이다. 최근 상장피를 두고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코인 상장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로 밝혀진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만의 세상’이 따로 존재했다는, 은밀한 상장 업계 얘기를 들어봤다.
3월 15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최근 빗썸홀딩스 사무실과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이 대표는 국내 암호화폐의 빗썸 상장을 대가로 상장피를 수령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측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압수수색은 빗썸홀딩스가 아닌 개인에게 이뤄진 것이라 어떤 내용과 관련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4월 7일 검찰은 빗썸 상장피 혐의로 프로골퍼 안성현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사업가 강종현 씨의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안 씨 사기 혐의를 포착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안 씨는 2021년 빗썸 코인 상장 담당 직원과 공모해 가상자산 발행업체에 “빗썸에 상장시켜주겠다”며 수십억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가상자산은 빗썸에서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그룹 핑클 출신 성유리 씨 남편이다. 성유리 씨는 남편인 안 씨와 빗썸 실소유주 의혹이 있는 강 씨의 친분 등에 대해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8월 강 씨 동생 강지연 씨가 대표로 있는 버킷스튜디오가 성 씨 화장품 회사에 3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빗썸 측은 안 씨 등에게 상장피를 요구하거나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22년 빗썸 상장 브로커로 알려진 우 아무개 씨 사건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우 씨는 빗썸에 상장된 소위 ‘배용준 코인’으로 알려진 퀸비 코인 해킹과 상장폐지 등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알려졌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우 씨는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며 상장피 명목으로 75만 달러 등을 요구하거나,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다며 5억 원을 달라고 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는다. 빗썸 측은 우 씨와의 연관성도 부인하고 있다.
현재 빗썸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 건 코인원이다. 4월 1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코인원의 상장 리베이트 비리 수사와 관련해 전직 임직원 2명과 브로커 2명 등 총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브로커 고 아무개 씨를 3월 7일 구속기소하고 코인원 상장 담당 이사 전 아무개 씨를 4월 7일 구속기소했다. 이어 10일에는 브로커 황 아무개 씨와 코인원 전직 상장 담당 팀장 김 아무개 씨의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코인원 상장 담당 이사로 근무한 전 아무개 씨는 19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총 10억 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김 전 팀장의 구속영장도 청구됐다. 앞서의 A 씨는 “김 전 팀장이 실무를 대체로 결정했다”면서 “다만 김 전 팀장이 10억 원 받은 건 일부다. 최소 그 몇 배는 받았을 것이다. 최소 50억 원 이상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A 씨는 “상장 업계 관계자 지인이, ‘김 전 팀장이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걸 봤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코인원 상장에 대가가 따른다는 건 업계에 파다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걸 회사가 몰랐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김 전 팀장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얘기가 퍼졌는데, 이 일 때문에 발을 빼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A 씨는 2022년 11월 일요신문에 김 전 팀장을 중점으로 코인원 상장 문제를 제보하며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 A 씨는 결정적 증거가 없어 결국 포기했다. A 씨는 “김 씨가 너무 막나가는 것 같아 제동을 걸고 싶었는데, 결정적 증거가 없는 데다 상장피는 현금으로 전달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은밀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라도 마음먹고 달려들지 않으면 증거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코인원 임직원 외에도 최근 충격을 줬던 ‘강남 납치 살인’ 사건 배경이 된 퓨리에버(PURE) 코인이 코인원에 단독 상장돼 있어 이 부분도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A 씨는 코인원에만 단독 상장된 코인이 대체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대체로 해외 잡 거래소(소규모 거래소)에 상장피를 주고 상장한 뒤, 국내 원화 거래소로 접근한다. 유력 거래소가 아닌 한두 곳과 국내 원화 거래소 한 곳만 상장된 코인은 대부분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둔 가상자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B 씨는 “단독 상장된 대부분 가상자산은 그들이 내놓은 계획서가 완전히 조작, 날조인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되는 퓨리에버도 코인원 단독 상장인데, 퓨리에버 공시나 계획서 등이 날조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퓨리에버 발행업체 유니네트워크는 지방자치단체와 계약하지 않은 채 해당 지역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한다고 발표하거나, 환경부 연구용역 사업에 선정되지 않았는데 선정된 것처럼 공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며 ‘한국폐기물협회와 한국음식물류폐기물수거운반업협회는 유니네트워크가 공시한 내용과 관련해 항의까지 한 적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 따라 상장피가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A 씨는 “코인원과 빗썸 상장피는 대략 3배에서 5배 정도 차이 난다. 빗썸에 상장하면 코인원과 수급 차이가 꽤 나기 때문에 상장피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차라리 상장피를 공개적으로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상장할 만한 가상자산을 상장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떼 간다면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외국 거래소는 대놓고 상장피를 수수료 명목으로 요구한다. 한국은 상장피가 음지화되니까 직원 몇 명이 말도 안 되는 코인을 알면서도 속아주고 뒷돈으로 해결해 상장하는 경우가 생긴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현재 코인원에서는 퓨리에버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면서 “퇴사한 전 직원 개인에 대한 조사에 대해 자세한 내용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고 답변했다. 4월 7일 코인원은 퓨리에버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인 상장 관련 수사가 집중되고 있지만 B 씨는 이번 수사를 통해 모든 범죄 행각이 다 드러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B 씨는 “지금이라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각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담당 직원이 받은 수십억, 수백억 원에 달하는 돈이 다 드러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상장피로 한 번 먹고, 미리 얻은 정보를 통해 선취매로 큰 이익을 봤다”면서 “일부 직원만 적발되고, 이들이 지나치게 겁없이 해 먹은 것만 걸리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일부 처벌받고 숨겨둔 돈으로 잘 먹고 잘살지 않을까 싶다. 상장피 사건에 검찰 수사력을 집중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B 씨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절대 회사가 상장피를 요구하지 않고 일부 직원의 일탈이 있을 뿐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로 퍼져 있다면 그걸 단속 못한 회사 측 책임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가상자산 상장 정보는 엄청난 돈이 오갈 수 있는 만큼 내부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