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와 달리 민영제로 운영돼 환승 손실 보전 안돼…공공요금 동결 이어 지원금도 동결돼 부채 늘어
지난 4월 11일 오후 4시 강북구 번동과 미아사거리역을 오가는 마을버스인 강북06번도 전면에 같은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걸고 기점인 번동초등학교 역에서 출발했다. 강북06번을 운전하는 강영구 씨(63)는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를 모두 운전한 경험이 있는 40년 차 베테랑이다.
강 씨의 마을버스는 기점인 번동초등학교 정류장에서 종점인 미아사거리역 정류장까지 18개 정류장, 약 2.6km 거리를 약 15분 동안 운행한다. 강북06번이 다니는 길은 대부분 골목과 언덕으로 이뤄져 있다. 폭 8m 남짓한 골목을 폭 3m짜리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지난다. 강 씨는 "큰길을 달리는 시내버스보다 좁은 골목길을 달리는 마을버스가 운전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기사에게도 좁은 골목길은 여전히 어려운 코스다. 게다가 어느 정류장 하나 지나치기 어렵다.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려는 승객들이 골목마다 있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지만 종점까지 가는 동안 모든 정류장에서 강 씨의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있었다.
#요금은 900원, 수익은 336원
좁은 골목길에 있는 청화슈퍼 정류장에서 승객 한 명이 탑승했다. 강북06번의 세 번째 정류장이다. 승객은 교통카드를 요금 단말기에 갖다 댔다. 성인 카드 요금 900원이 찍혔다. 그러나 그 900원은 온전히 마을버스 수입으로 잡히지 않는다.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도(환승제) 때문이다. 강영구 씨는 요금을 온전히 다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 불만이다.
환승제는 2004년 서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해 도입됐다. 승객은 마을버스, 시내버스, 지하철 등 세 가지 교통수단을 최대 4회 환승할 수 있다. 이때 승객은 가장 비싼 교통수단의 요금만 납부한다.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요금인 1250원만 내면 된다. 다만 기본 거리를 초과할 경우 추가 요금을 낸다. 추가 요금은 지하철이 가져간다. 다른 이동 수단보다 더 큰 비용이 들었던 지하철 공사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해서다.
수익 분배가 기본요금 비율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기본요금이 가장 적은 마을버스에 불리한 구조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은 보통 1.7회 환승한다. 마을버스 승객 가운데 65% 이상이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탄다. 보통 마을버스는 승객 한 명당 400원 이하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환승제 안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곳은 마을버스 회사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지만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는 시내버스 운영에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개입하는 형태를 말한다. 운용 회사는 노선 운영과 배차 시간 등을 지자체로부터 규제 받지만 환승제에 따른 손실 금액을 전액 보전해준다. 지하철도 환승제도에 따른 손실 금액을 전액 보전 받고 있다.
반면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돼 환승제에 따른 손실을 대부분 보전받지 못한다.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경우 준공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손실 금액을 국가에서 보전해주지만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결, 동결, 그리고 동결
강영구 씨는 1999년 시내버스로 이직했고 다시 2001년 마을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강 씨는 "당시에는 마을버스 기사와 시내버스 기사의 임금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략 10% 정도였다.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이직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4년 환승제가 시행되고 준공영제가 도입됐어도 강 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원래 큰 곳부터 법이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다른 마을버스 기사들도 차근차근 마을버스도 준공영제에 편입될 걸로 생각했다"고 강 씨는 회상했다. 현재 그는 당시 했던 생각을 후회한다고 했다. 2015년 교통비 동결 이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업계의 격차가 빠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 경감을 위해 2015년부터 공공요금을 동결했다.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의 요금이 8년째 유지됐다. 이미 2007년 같은 이유로 청소년 요금이 동결됐다. 대신 서울시는 운송원가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2년마다 물가 변동을 고려해서 지원 금액을 정했다.
그러나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지원 금액도 동결됐다. 2019년 서울시가 책정한 버스 1대당 기준 운송원가는 45만 7000원이었다. 이에 따라 책정된 지원 상한액은 19만 원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연료비가 81.6%나 올랐지만 2023년 현재 운송원가는 그대로다. 지원 상한액은 21만 원으로 올랐지만 한도액의 85%인 17만 8500원까지만 지급 받고 있다. 서울시 재정이 안 좋아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문현 마을버스조합 이사장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예산으로 돈을 많이 썼고, 고통 분담을 하자는 차원에서 넉 달 동안 지원금 인상을 동결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거의 끝난 지금까지 여전히 동결 상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준공영제에 따라 손실금을 보전 받을 수 있었지만 마을버스 회사들은 그 손해를 그대로 떠안았다. 마을버스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137개 업체의 부채가 약 1700억 증가했다. 업체 하나당 약 12억 3000만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이에 대해 35년 동안 강북구에서 마을버스 회사를 운영한 최종문 씨(70)는 "집이라도 담보로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직원이 60명인 최 씨의 회사는 마을버스 회사 중에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하지만 2015년 요금 동결과 2019년 코로나19로 급격하게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 직원들 월급을 줄 돈이 없어 월급을 3번에 걸쳐 지급했을 정도였다. "돈이 모이면 주고 다시 모이면 지급했다"고 최 씨가 말했다.
최 씨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70명이던 운전기사 수를 50명으로 줄였다. 28대 버스 가운데 18대만 운영했다. 승객이 몰리는 출근 시간 때는 운행 시간을 그대로 두고 오전 8시 30분이 지나면 최소 1분에서 3분까지 운행 간격을 늘렸다. 대출까지 받아 약 12억 원의 부채가 늘었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4월로 예고했던 공공요금 인상을 국민 부담을 이유로 하반기로 잠정 연기했다. "이제는 은행에서도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최 씨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업을 정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채를 조금이라도 청산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인수할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수익성이 없어 인수자도 나타나지 않는다며 최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버스 번호판 구매 비용도 문제다. 마을버스 회사는 버스 번호판을 구매해야 한다. 보통 번호판 하나에 7000만~8000만 원이다. 이는 관할 구청이 관리한다. 그러나 반납할 때 돌려받는 돈은 없다.
최 씨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버스 유지비만 나갔다. 최 씨는 "버스 한 대 유지비가 대략 월 1000만 원이다. 그런데 적자 때문에 유지비만 내고 운행하지 않는 상태다. 인수자도 없어 팔 수도 없다"고 토로하며 "우리가 무슨 사행성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익성 있는 사업을 하는 건데 왜 이렇게 지원을 안 해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버스 기사는 더 일하고 덜 받는다
마을버스 회사들의 재정 여건이 빠르게 악화하며 소속 기사들의 처우도 열악해졌다. 2022년 12월 기준 마을버스 기사들의 평균 임금은 291만 원으로 평균 439만 원을 받는 시내버스 기사의 66% 수준이다. 근무 강도도 더 높았다. 마을버스 기사는 주 54시간을 일하지만 시내버스 기사는 주 52시간을 일했다. 더 많이 일하지만 더 적게 받는 셈이다.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마을버스 기사 유출 현상이 심각해졌다. 마을버스조합에 따르면 버스 기사 부족 현상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심해졌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평균 이직률은 약 56%로 나타났다. 2019년 부족한 인원수는 371명이었지만 2022년 1035명까지 늘었다.
마을버스를 12년째 운전하고 있는 오정규 씨(52)는 "남은 운전기사들은 초보자이거나 은퇴자"라고 말했다. 젊은 기사들은 약 2년 동안 마을버스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시내버스 회사로 이직하고 시내버스 회사에서 은퇴한 이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마을버스로 온다는 것이다.
인력 유출 현상은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마을버스 회사에서 업무부장을 맡고 있는 권승기 씨(70)는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은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보다 난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보자이거나 고령자인 경우가 많아 판단력과 순발력이 부족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강영구 씨는 "실제로 시내버스 사고가 한 번 날 때 마을버스는 네 번 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환승제도 탈퇴하고 900원이라도 받겠다"
정부와 서울시가 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는 2021년 2월 서울시는 '위기 극복 재난지원금'을 통해 마을버스 업체 한 곳당 1000만 원, 마을버스 기사 1인당 50만 원을 일시적으로 지급했다. 마을버스에 대한 지급액도 늘렸다. 서울시는 추가로 예산 110억 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늘어 2020년 7월부터는 손실금의 70~80%만을 마을버스 회사에 지원했다. 나머지 손실금은 각 구에서 부담하도록 했지만 구청장협의회가 거부해 무산됐다.
이런 지원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마을버스 업계의 지적에 대해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난감해 했다.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민영제 문제이기 때문에 수익이나 경영 상태를 다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환승 제도 안에 있기 때문에 일부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적자나 이런 부분에 대해 전액을 줘야 한다는 것은 어렵다. 대신 빌려준다거나 보증을 서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르지도 않고 오롯이 가져갈 수도 없는 마을버스 요금 900원에 대해 강영구 씨는 "차라리 환승제도에서 탈퇴하고 900원이라도 가져가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을버스의 준공영제 편입이나 지원금 확대가 재정 여건상 어렵다면 차라리 환승제도에서 탈퇴해서 요금을 수령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강 씨의 말처럼 대부분의 마을버스 승객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있어서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가장 시급한 것은 기본요금 인상과 동결된 지원금 현실화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환승제도 탈퇴는 마을버스 업계가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요금 인상 시기가 하반기로 잠정 연기된 것처럼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거나 지연되고 결국 마을버스 업체들이 줄도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강 씨에게 물었다. 강 씨는 "어떻게든 대체가 된다. 시내버스를 투입하든 무슨 수를 쓸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여기에 있는 기사들은 다 어디로 가나. 젊은 기사들이야 업종을 변경하면 되지만, 나같이 은퇴할 나이에 있는 사람은 갈 곳을 잃는다"고 말했다.
오후 4시 15분 강북06번 버스는 미아사거리역에 도착했다. "이 정류장에서는 후진으로 진입한다. 아마 후진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정류장일 것이다"고 말하며 강 씨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정류장 앞에는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온 이들이 줄을 서서 강 씨의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지불한 요금 어떻게 분배될까
환승제도는 각 이동 수단의 기본요금에 비례해 수익금을 분배하도록 규정했다. 교통카드로 결제할 시 성인 기본요금은 마을버스 900원, 시내버스 1200원, 지하철 1250원이다. 이 기본요금에 따라 수익금 분배 비율이 정해진다. 탑승 순서는 상관없다. 경기도권에서 관련 교통수단을 타고 서울 시내에서 환승한 경우도 같다. 다만 초과 이동 시 거리에 비례해 요금이 부과되고 추가된 요금은 지하철이 가져간다.
#경우의 수 ①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마을버스에 탑승한 성인 승객은 900원을 지불한다. 시내버스로 환승할 때는 300원을 더 지불해 총 1200원을 낸다. 시내버스 요금만 지불하는 셈이다. 이 돈은 마을버스 회사와 시내버스 회사가 900 : 1200 비율로 나눈다. 결국 마을버스 회사는 514원만 가져간다.
#경우의 수 ② 마을버스와 지하철
마을버스에 탑승한 승객은 900원을 지불하고 지하철로 환승할 때 350원을 더 낸다. 이때 마을버스와 지하철은 900 : 1250 비율로 요금을 분배한다. 이때 마을버스 회사는 523원을 가져간다.
#경우의 수 ③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와 지하철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하는 경우 승객은 지하철 요금인 1250원만 지불하면 된다. 이 1250원은 900 : 1200 : 1250 비율로 분배된다. 이때 마을버스가 가져가는 돈은 336원뿐이다.
이강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