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신병 확보 급한 ‘합수단’ 대신 남부지검 금조2부에 사건 배당…“사실상 금감원이 수사, 다행이라는 평도”
4월 7일 검찰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건을 맡은 곳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채희만 부장검사). 가장 화력이 강력하다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단장 단성한)은 피했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곳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즉 금감원이었다. 법조계 일각에서 ‘금감원이 확인한 혐의 중 일부만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량 매집' 계좌의 주인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받고 있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지난 2월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두고 하이브와 주식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부터다. 당시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가 보유 지분의 대부분을 넘기기로 하면서 최대주주가 될 것이 유력했던 하이브는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장중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주당 12만 원에 SM엔터 주식을 최대 25% 확보하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SM엔터로부터 증권 발행 형식으로 2대 주주가 되기로 했었던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역시 경영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SM엔터 주식 거래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105만 4341주를 2월말 사들였다. 이보다 앞선 2월 16일에는 한 기타법인이 SM엔터 주식 2.9%를 대량으로 매수하면서 당일 주가가 14만 원에 육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주가가 12만 원이 넘어가면서 공개매수에 사실상 실패했던 하이브. 이에 하이브는 특정세력이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려 방해를 했다며,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자본시장법은 상장사의 주식 매매가를 변동시키기 위한 매매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2.9%를 대량 매입한 계좌가 카카오와 관계된 것이 드러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대량 주식 보유자들이 지켜야 하는 5%룰 위반 가능성도 있다. 개인이나 법인, 기관이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했을 경우 금감원에 5일 내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대량 매집에 동원된 계좌가 연관됐다면 함께 처벌할 수 있다.
하이브 측의 진정서 접수 이후 사건을 살펴온 금감원은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집한 기타법인의 정체와 카카오의 연관성, 카카오의 공시 의무 위반 여부 등에서 수상한 지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8일 이뤄진 압수수색 역시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특사경과 검찰은 4월 8일 성남 분당구 판교동 소재의 카카오, 카카오엔터 사옥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카카오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워 하이브의 주당 12만 원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했는지, 이와 연루된 관계자들이 누구인지, 윗선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등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인물들의 PC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대비한 카카오
카카오가 하이브와 전격 화해한 것 역시 금융당국을 필두로 한 수사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카카오와 하이브는 3월 12일 하이브가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고, 대신 플랫폼 사업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분쟁이 일단락된 바 있다.
동시에 본격적인 수사에도 대비를 해 왔다. 또, 검찰 수사를 대비해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한 바 있는 검사장 출신 A 변호사, 금융범죄 수사 이력 있는 차장검사 출신 B 변호사 등을 선임해 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로펌도 함께 선임해, 이번 사건을 공동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하이브와의 경영권 인수 경쟁이 붙었을 때부터 내부는 물론 외부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법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움직였다”면서도 “하이브와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인수 경쟁 당시 SM엔터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하는 등 시장에서 워낙 잡음이 많았던 탓에 문제가 될 지점이 있는지에 대한 금융당국 및 검찰 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조2부 담당이라 다행?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 배당 결과를 놓고 카카오 안팎에서 가장 나쁜 경우의 수는 피했다는 평이 나온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SM엔터 주가 관련 의혹 사건이 금감원 조사 착수 한 달여 만에 패스트트랙(의혹이 있는 사건을 신속하게 검찰 수사로 전환하는 것)으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합수단이 아닌 금조2부에 배당된 때문이다.
압수수색 역시 금조2부가 지휘를 하고, 실질적인 수사는 금감원 특사경이 나서서 진행 중이다. 특사경에서 여러 의혹들을 확인해 검찰로 넘기더라도, 검찰에서 ‘증거’ 등을 이유로 혐의를 일부만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나왔지만, 수사 규모나 화력이 더 크고 강한 합수단이 아니라 금조2부에 배당된 점, 실질적인 수사는 금감원 특사경이 나서서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나마 카카오에게는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는 평도 있다”며 “기소 등을 앞두고 검찰이 결정적인 판단을 할 때 합수단은 부담스러운 존재”라고 귀띔했다.
현재 합수단은 얼마 전 해외에서 검거된 테라·루나 사건 관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관련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도형 대표 신병 확보 등이 중요한 상황이라, 카카오 사건을 배당받지 못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근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 사건들이 한꺼번에 문제가 되고, 동시다발적인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금융조사2부, 합수단의 수사력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며 “다만 패스트트랙이 다시 부활해 빠르게 수사로 진행할 수 있는 점 등은 고무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