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으며 살자고 아내와 약속” “축복 말고 지켜봐 달라” 장문의 호소글 올렸지만 민심은 여전히 냉랭
4월 12일 밤 이승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두 번에 걸쳐 장문의 호소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전 소속사(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받은 미정산금 50억 원(세전)을 전액 기부했을 때 분에 넘치는 대중의 칭찬을 받았다. 많은 분이 응원과 용기를 주셨다"며 "대략 2개월 정도 칭찬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아내 이다인 씨와 결혼을 발표한 다음 분위기는 반전됐지만 상관없다. 기부와 선플은 별개의 것이고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기부를 한 게 아니니까"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이승기는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18년 동안 음원 수익을 정산 받지 못했다고 폭로하며 후크엔터 권진영 대표 등 임원진을 고소했다. 소송전으로 비화되기 직전 후크엔터 측은 이승기에게 50억 원을 지급하며 "미정산금의 지급을 모두 완료했다"고 주장했고, 이승기는 계산 방식과 근거를 전혀 알 수 없이 임의대로 지급한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돈을 전액 기부하되 후크엔터에 대한 소송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기는 "저는 언제나 대중이 옳다고 믿는다. 대중이 싫어하면 이유가 있더라"라며 "그런데 가끔 억울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대중이 잘못 알고 있을 때 말이다"라며 이다인의 어머니인 견미리와 그의 남편 이 씨와 관련한 기사를 언급했다. "주가 조작으로 260억 원을 횡령하고 30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는 "이것은 명백한 오보다. 일부 기자님들과 유튜버 분들이 어디서 정보를 수집했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기자에 대해서는 실명을 언급하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비판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는 이유로 전 소속사 후크엔터의 영향력도 언급했다. 이승기는 "무서운 에피소드 하나 전해드린다. 어느 날 후크의 모 이사님이 저를 불러 '종합지 A 기자가 이다인 아버지를 취재하고 있다. 기사화되면 큰일난다'며 겁을 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잘 해결했다. 진짜 힘들게 막았다'고 생색을 냈다"며 "그러다 우연히 그 A 기자님을 알게 됐는데 A 기자님은 '후크에서 댓글이 달리는 종합지 기자를 찾아 나와 연결이 됐고 이다인 아빠를 까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는 일화를 전해주셨다"고 폭로했다. 그렇게 '후크라이팅'(후크엔터+가스라이팅)을 통해 자신을 길들이며 기사를 막아준 데에 대한 선물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게 이승기의 주장이다.
팬들에 대한 호소도 잊지 않았다. 이승기는 "먼저 죄송하다. 처가 이슈로 인해 터져 나오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상처를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다. 어느 팬 분은 그래서 제 결혼을 말리셨다고 했다"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죄송하다. 제 가까운 지인들조차 '너의 이미지를 생각하라'며 이별을 권했다. 답답했다. 제 아내가 부모님을 선택한 건 아닌데 어떻게 부모님 이슈로 헤어지자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내 이다인 씨와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약속한 게 있다. '앞으로 우리가 갚으며 살아가자'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돌보고 더욱 아픈 곳을 살피겠다. 이 결심은 '악플'과 상관없이 지켜 나갈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많은 분이 결혼식에 찾아와 축하를 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고마움을 돌려드릴 방법을 생각하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해 축의금을 쓰면 더욱 의미가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이승기는 "20년 동안 연예인으로 살았다. 이렇게 감정을 담아 말한 적이 없다. 물론 이 글 속에도 '꼬투리' 잡을 것들이 있을 거다. 이 글이 시발점이 돼 또 다시 악의적인 기사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용기를 낸 이유는 열애설 이후부터 결혼식까지, 결혼을 하고 5일이 지난 지금까지, 비하와 조롱 섞인 뉴스로 많이 힘들었다. 가짜 뉴스에 힘을 실어주는 악플들을 보며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승기의 결혼을 축복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지켜봐 달라"며 "이다인 씨와 함께 나누며 살겠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를 위해 돌아선 대중들과 팬들에게 정면승부를 건 모양새지만 그의 '뚝심' 발표 이후에도 민심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던 이다인과 달리 이슈를 알면서도 아내를 선택한 이승기의 입장은 애초부터 같지 않은 탓이다.
이다인의 새아버지인 이 씨는 주가조작 의혹으로 기소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10년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는 횡령 혐의는 무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며 징역 3년으로 형이 줄었고 지난 2014년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출소 이후 다시 견미리가 대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보타바이오의 주가를 부풀린 뒤 주식을 매각하고 수십억 원대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섰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5억 원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이를 뒤집고 무죄가 선고됐고, 현재는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무죄를 받긴 했어도 유사한 이슈에 연달아 이름을 올렸다면 평범한 일반인이어도 곱지 않은 눈길을 받기 마련이다. 하물며 배우의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또 다른 배우의 장인이라면 좋든 싫든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다인은 아버지를 선택하지 못했지만 이승기는 장인을 선택한 만큼 정당한 비판에 한해서는 자신이 온전히 받아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를 20년 동안 지탱해 온 팬덤까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기의 이 같은 정면승부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