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가능성 시사했지만 아본단자 감독 선임 이어 선수 보강 약속으로 팀 잔류 분위기로 기울어
#배구여제 '이슈의 중심'
흥행의 중심에는 '배구여제' 김연경이 있다. 소속팀 흥국생명 홈구장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은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수용인원이 가장 많은 구장임에도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이슈 중심에도 김연경이 있었다. 시즌 중반 갑작스런 감독 교체 사태에서도 김연경의 존재감에 더욱 많은 시선이 쏠렸다. 구단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도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춘 김연경은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히 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은퇴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연경도 스스로 "은퇴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고민을 밝혔다. 이에 IOC 위원 등 구체적 진로가 언급됐다. 시즌 종료 이후 FA 자격을 얻어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의 은퇴 고민은 의외였다. 하지만 은퇴설은 이내 잠잠해졌다. 김연경은 "그 이야기는 더 안 했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우승이 목표"라며 직접 우려를 잠재웠다.
#두 번째 좌절
시즌 내내 지근거리에서 우승 후보 현대건설을 쫓던 흥국생명은 시즌 막판 역전을 일궈냈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관심은 챔피언결정전으로 쏠렸다.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를 거친 한국도로공사를 만났다. 1, 2차전을 연달아 가져가면서 모두 흥국생명의 우승을 점쳤다. 그간의 역사에서 시리즈 전적 2-0 고지에 오른 팀이 우승을 놓칠 확률은 0%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는 반면 흥국생명은 선수들의 체력 저하, 범실 등이 겹쳤다. 우승 트로피는 한국도로공사에 돌아갔다.
선수생활 후반기, 김연경은 V리그에서 두 번의 좌절을 경험했다. 앞서 2020-2021시즌에도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바 있다. 시즌 전 3관왕, 무패우승 등의 예상이 나왔던 터라 아쉬움은 더했다.
#현역 연장 결정, 다음 선택은?
김연경도 아쉬움이 적지 않은 듯했다. 그는 준우승이 확정된 직후 "많은 분들이 뛰길 원하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V리그의 시즌 마지막 공식 행사인 시상식에서는 현역 선수생활 연장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두 번의 우승 실패가 마음을 굳히는 데 큰 영향을 미친 듯 했다. 그는 "우승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이어진 에어컨 리그, 다수의 대어급 FA가 시장에 나왔으나 단연 김연경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는 "조건을 낮춰서라도 우승 전력이 된다면 그 팀에 가고 싶다"는 말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잔류가 아닌 이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선수생활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기에 그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앞서 3년 전 국내 복귀 당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과 연결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우승'을 목표로 언급한 그에게 2년 연속 최하위팀은 어울리지 않았다.
다수의 팀이 그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과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었고 긴 해외생활 이후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도 함께했던 팀이지만 악연이 깊다. 해외 활동 초기,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이적 파동으로 씨름을 벌인 바 있다.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갈등을 이어갔다.
첫 복귀였던 2020-2021시즌, 김연경은 팀 내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수의 학폭 논란 등으로 팀이 망가지는 과정에서 구단의 대처 부족이 문제로 지적받기도 했다. 그중 일부 피해를 김연경이 입는 것은 불가피했다. 이번 시즌에는 감독 경질 논란을 겪었다.
이 같은 악연에 타팀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변수가 생겼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인연이 있는 이탈리아 출신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시즌 중 선임했다. 감독을 중심으로 김연경의 잔류 작업에 힘을 쏟았다. 그가 원하는 통합 우승을 위해 일부 선수 보강까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히 흥국생명 잔류로 분위기가 기우는 모양새다.
30대 후반 연령을 향해 가지만 김연경은 지난 시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였다. 국내 선수 득점 1위(669점), 공격 성공률 전체 1위(45.76%), 리시브 효율 8위(46.80%), 디그 10위(세트당 3.713개)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정규리그 MVP 수상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말 한마디로도 리그를 쥐락펴락하는 화제성은 덤이다. V리그 중심 김연경의 다음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