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두관보다 문재인이 더 위협적’
▲ <일요신문>이 입수한 ‘박근혜 대권전략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측에선 야권 대선주자 ‘빅3’ 가운데 문재인 고문을 가장 이기기 힘든 상대로 보고 있었다. 사진은 박근혜 전 위원장.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문재인 고문. 박은숙 기자 |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박 전 위원장 핵심 측근 의원실에서 작성한 이른바 ‘박근혜 대권전략 문건’의 요약본을 단독 입수했다. 총선 이후 만들어진 이 문건엔 캠프 구성, 네거티브 대응, 야권 단일화 등 대선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가장 위협적인 대권 라이벌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꼽고 있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프레임·이미지 등에서 박 전 위원장과 가장 선명하게 대비되는 후보.’
박근혜 전 위원장 핵심측근 의원실이 작성한 문건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 전 위원장 측은 문재인 고문을 본선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상대로 예상하고 있다. 총선 후 주춤했던 지지율이 상승 중이라며 문 고문을 염두에 둔 ‘맞춤형’ 대권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사실상 문 고문을 대선의 가장 유력한 맞상대로 인식하고 총선 뒤부터 철저하게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해선 문 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한’ 후보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출마 선언을 한 손학규 상임고문의 경우 별다른 언급이 없는데, 이는 문건이 작성될 당시 손 고문이 ‘야권 빅3’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박근혜 대권전략 문건. |
박 전 위원장 출마시기에 대해선 ‘6월’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안팎에선 박 전 위원장이 6월 말~7월 초 공식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건에는 박 전 위원장 측이 출마 장소 및 방법 등을 고민 중인데, ‘감동’과 ‘소통’을 키워드로 삼을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근 문 고문과 손 지사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독특한 출정식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문건에선 ‘박근혜식 원칙 정치’를 상징하는 세종시에서 출마 하는 방법을 예로 들고 있다. 앞서의 친박 의원은 “사실 광화문도 출마 장소 중 한 곳으로 오르내렸다. 그런데 손학규 고문이 선수를 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출마시기만큼 장소나 방법 등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귀띔했다. 문건은 SNS를 활용, 20·30대의 참여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캠프 구성과 관련해선 실무 위주로 발탁하되, 전략 및 메시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문건의 주장이다. 복수의 친박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캠프 규모를 최소화하는 대신, 당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당을 완전히 장악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이 내세울 공약은 연구원에서 전담해야 되고, ‘복지·일자리·교육’이 이번 대선의 핵심 ‘아젠다’가 될 것이라는 게 문건의 또 다른 내용이다. 여기서 연구원은 박 전 위원장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을 지칭한다. 박 전 위원장 자문그룹에 속해 있는 한 교수는 “여러 채널이 있겠지만 연구원이 박 전 위원장 공약 개발에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금 연구원과 당 정책위가 조율을 거쳐 공약을 가다듬는 단계를 밟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를 대표적인 공약으로 발표했었다. 지금도 박 전 위원장은 큰 틀에서 ‘줄푸세’를 유지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문건은 박 전 위원장이 중도 및 서민을 위한 공약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하며 양극화 및 균형 발전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주장했던 ‘경제민주화’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경제민주화가 반기업적인 의미로 비춰질 수도 있어 보수층에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를 반영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문건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왔던 의혹 이외에 새로운 것들은 아직 없다고 한다. 대신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요주의 인사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례적으로 ‘인원 및 예산 배정’이 적시돼 있는데, 네거티브 대응이 인적자원과 자금을 총동원시키는 가장 중요한 사안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유신 사과 요구’를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 대응 논리 마련도 촉구했다.
문건엔 경선 룰 변경 요구에 대한 친박 측 견해도 나타나 있다. 이재오·김문수·정몽준 등 비박 주자들이 힘을 합쳐 ‘박근혜 때리기’의 일환으로 경선 룰을 집요하게 걸고넘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대해 문건은 “비박 후보들이 흥행을 명분으로 경선 룰 개정 요구 분위기를 확산시키려 할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려는 것으로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다. 현행 안을 고수해야 한다. 이것이 박근혜식 정치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 역시 경선 룰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박주자들이 경선 룰이 바뀌지 않을 경우 탈당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양 진영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친박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진 않을 것이다. 비박주자들과의 협상 역시 당 지도부가 나설 것이다. ‘박심’이 아닌 당론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문건에 실린 또 다른 내용들
유승민·이혜훈을 경계하라
이번에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건은 박근혜 전 위원장 최측근 의원실에서 작성했다는 점, ‘황우여 대표-이한구 원내대표’ 등을 포함한 주요 당직자 인선을 정확하게 예상했다는 점 등에서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문건을 접한 정치권 관계자들 일부는 친박 내부 권력 다툼 과정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건 중 ‘박 전 위원장이 일부 친박 인사들과(유승민, 이혜훈 등)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 때문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순수한 의도에서 작성된 것 같지는 않다. 총선 이후 심해진 친박 인사들 간 갈등의 일환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문건을 만드는 데 깊숙이 관여한 A 의원은 지난 총선 이전부터 공천 등을 놓고 전횡 논란에 휩싸였던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다. 당시 A 의원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지만 박 전 위원장은 지금도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의원은 캠프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박 전 위원장이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문건에 거론된 친박 의원들은 A 의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던 인사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문건에 대해 ‘A 의원이 친박 내부 정적을 음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
유승민·이혜훈을 경계하라
이번에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건은 박근혜 전 위원장 최측근 의원실에서 작성했다는 점, ‘황우여 대표-이한구 원내대표’ 등을 포함한 주요 당직자 인선을 정확하게 예상했다는 점 등에서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문건을 접한 정치권 관계자들 일부는 친박 내부 권력 다툼 과정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건 중 ‘박 전 위원장이 일부 친박 인사들과(유승민, 이혜훈 등)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 때문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순수한 의도에서 작성된 것 같지는 않다. 총선 이후 심해진 친박 인사들 간 갈등의 일환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문건을 만드는 데 깊숙이 관여한 A 의원은 지난 총선 이전부터 공천 등을 놓고 전횡 논란에 휩싸였던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다. 당시 A 의원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지만 박 전 위원장은 지금도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의원은 캠프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박 전 위원장이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문건에 거론된 친박 의원들은 A 의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던 인사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문건에 대해 ‘A 의원이 친박 내부 정적을 음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