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인들, 잉카 원주민과 스페인 정복자 싸움 보듯 감정이입
‘피의 축제’는 수백년 전부터 쿠스코와 같은 몇몇 도시에서 열렸지만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거센 항의로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금지된 상태다. 코옐루키에서 이 전통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관광 수입 때문이다. 코옐루키 시장인 까를로스 보칸제는 “관광객이 우리 마을을 찾는 이유는 독수리를 보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독수리가 없다면, 축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투우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 싸움에 출전하는 독수리들은 날개 길이가 최대 3.2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독수리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도록 황소의 등에 발을 묶은 채 경기가 진행되며, 황소가 경기장으로 나와 달리기 시작하면 당황한 독수리가 놀라서 황소의 피부, 귀, 심지어 눈을 쪼기 시작한다. 만약 황소의 움직임이 시원찮으면 황소가 이리저리 날뛰도록 하기 위해 빨간 망토를 든 투우사들이 투입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황소와 독수리 모두 많은 피를 흘리게 된다.
이 싸움이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페루인들이 스페인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 때문이기도 하다. 페루의 국조인 독수리와 스페인의 비공식 상징인 황소의 싸움을 보면서 마치 잉카 원주민과 스페인 정복자들 사이의 싸움을 보는 듯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기자인 세실리아 라라부레는 “황소 등에 독수리가 내려 앉은 모습은 잉카제국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루인들에게는 그런 감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이 싸움을 통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그런 희망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혈투는 보통 30분 정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독수리가 죽거나 다치면 한 해의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