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백현동 2부 돈봉투 3부 대장동 파헤쳐…“총선 1년여 앞둔 지금이 수사 적기 판단” 관측
최근 수사가 본격화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2021년 당시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이뤄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 중이다. 당시 송 대표를 도우면서 돈 봉투를 뿌렸다고 하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으로부터 수사 협조를 받아낸 검찰은 빠르게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2024년 총선 1년여를 앞둔 지금이 가장 수사 적기라는 평이 나온다. 총선이 6개월 정도 앞으로 다가오면 ‘정치 관여’ 논란이 있을 수 있기에,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검찰이 정치인 관련 수사에 집중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부패수사1부 '옹벽 아파트 의혹' 정조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4월 14일 백현동 사업 인·허가 알선 대가로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 아무개 씨로부터 77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구속했다.
반부패수사1부가 대장동 사업에 이어 수사 타깃으로 삼은 백현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만들어진, 이른바 50m 옹벽 아파트 개발사업이다. 검찰은 김인섭 전 대표가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된 뒤 부지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꺼번에 4단계 상향됐고, 임대 비율도 당초 100%에서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10%로 줄어든 과정이 수상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인섭 전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은 물론,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가까운 관계였던 것을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적이 있고, 2014년부터 1년 동안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과 300차례 가까이 통화한 기록 등을 토대로 ‘성남시의 특혜’가 있었을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김 전 대표 측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업 지분 대신 77억 원을 수수한 것이고, 백현동의 부지 용도변경이 이뤄진 당시 수감 중이어서 용도 변경 알선 등과 관련해서는 개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대표가 부동산 관련 경력이 전무한 점, 성남시 대관 업무 외에 특별한 역할이 없었다는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관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구속기간 20일 내에 김 전 대표를 상대로 인·허가에 개입했는지,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 정황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수사가 당시 성남시 윗선이었던 이 대표를 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수사2부 '돈봉투 살포 의혹' 수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앞선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 약 40명에게 총 9400만 원의 현금을 돌렸다는 의혹인데, 검찰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다른 범죄를 수사하던 도중 휴대전화에서 이번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관련 정황을 포착해 전격 수사에 나섰다.
수사팀도 보강했다. 기존에는 김영철 부장검사, 부부장 검사 2명, 평검사 6명으로 총 9명 규모였지만 3월 말 검사 4~5명 정도를 추가 투입하며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 반부패수사2부는 2022년 말 노웅래 의원을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낙점했다. 반부패수사1부에 이어 2부까지 ‘민주당’을 정조준한 모양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기획수사’ 비판이 나오지만, 검찰 측은 “기획수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은 4월 18일 입장을 통해 “앞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수사 중에 발견된 증거를 단서로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수사에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가 마지막일까
이재명 대표를 겨눈 수사에 대해서는 적극 반발하던 민주당이지만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자세를 낮췄다. JTBC에서 이정근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속 녹취파일이 연이어 공개되는 탓에, 마냥 부인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최강 화력이라고 볼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와 3부는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특혜를, 2부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지금이 ‘검찰의 정치사건 적기’라는 평이 나온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정치 관련 수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지형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총선을 1년 앞둔 지금이 수사를 했을 때 가장 비판에서 자유로운 시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한 법조인은 “이번 수사를 놓고 대통령실 안팎에선 수사가 더 오래 갔으면 하는 분위기가 있더라’”며 “총선을 앞두고 여당도 야당도 모두 지지율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검찰의 야당 수사가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고맙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