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프로필’ 등 검증 강화 내세우지만…학력·근무지·혼인 여부 외 자세한 개인정보 확인 어려워
치과의사인 3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30대 여성 B 씨를 만났다. A 씨와 B 씨 측근 등에 따르면 이들은 업체를 통해 서로 소개받은 후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결혼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파혼했다. 음주운전으로 과거 교도소에서 복역했다고 밝혔던 B 씨가 알고 보니 마약 전과자였던 것이다. B 씨는 국내의 한 기업 창업주 손녀가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을 때 공범으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B 씨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여성 C 씨는 “(B 씨가) 마약 전과자 사실을 숨기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것 같다”며 “B 씨의 마약 전과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A 씨가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50대 여성 박 아무개 씨도 2019년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남성 D 씨를 소개받아 결혼했다. 당시 결혼정보업체는 D 씨가 이전 배우자와 사별했고, 10억 원 상당의 재산이 있는 건설사 대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D 씨의 전처는 살아 있었고 박 씨와 재혼 전까지 동거하며 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D 씨가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사기 전과만 10범이 넘는다는 게 드러났다. D 씨가 10억 원대 빚이 있는 것도 밝혀졌다. 박 씨는 D 씨를 상대로 혼인 취소 소송을, 업체에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결혼정보업체는 가입 고객에게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소개시켜 결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들은 상대방의 나이, 학력, 직업 등 개인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정보업체의 말을 믿고 이성을 소개받는다. 결혼정보업체들은 홍보 과정에서 ‘고객 신원검증 절차 강화’를 내세운다. 국내 결혼정보업체 홈페이지에서는 ‘고객 안심프로필 검증 시스템’ ‘철저한 서류 인증 프로세스’ ‘철벽 신원검증’ 등의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고객들은 결혼정보업체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의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지난 1월 진행한 ‘결혼정보업체 신뢰’ 관련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결혼정보업체의 신원검증 과정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1위로 꼽혔다.
하지만 결혼정보업체는 고객의 학력, 근무지, 혼인 여부 외에 세밀한 개인정보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결혼중개업자와 달리 국내결혼중개업자는 전과 기록 등 고객의 범죄 경력 정보를 열람·조사하는 데 법적으로 한계가 있다. 범죄경력조회서는 본인 외에 제3자가 발급받거나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국내 결혼중개업은 법적으로 고객의 학력, 근무지, 혼인 여부, 3가지만 파악할 수 있다”며 “전과 기록과 같은 자세한 정보는 업체가 확인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업체가 알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정보업체 측은 ‘신원검증 보장’ 등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국내 유명 결혼정보업체들에 입장을 물었지만 “가입 고객과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추가적인 정보를 정리한다”고만 답했다.
고객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업체 측이 제공한 이성의 개인정보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조건에 맞는 이성을 찾으려는 행위가 한편으로는 사기 피해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여성 이 아무개 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짝을 만날 기회가 생기는 건 좋지만 배경만 따졌을 때는 상대방이 충분히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기결혼 피해는 조건에 맞는 이성을 찾다가 발생한 일이니까 본인에게도 (사기결혼 발생 원인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결혼에 대해 양면성이 있다고 말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정보업체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서도 “그러나 (결혼정보업체처럼) 감정 교류 없이, 인간적인 느낌이 나지 않은 결혼 방법은 결혼을 상업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