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사용한 정도로 악용 사례 거의 없어…‘잘못 활용할 경우 페널티 두려워’ 입 모아
3월 16일 고려대학교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지정했다. 고려대는 챗GPT 등의 활용과 관련해 “학습 효과를 높이고 긍정적인 교육 경험을 위해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챗GPT가 대신하기 어려운 인터뷰 등의 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라”고 교수들에게 권고했다. 4월 9일 성균관대학교는 챗GPT 부정행위 대응 종합안내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확산함에 따라 과제나 논문 작성 시 표절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탐색할 수 있는 행동 요령이 담긴 플랫폼이다.
#챗GPT에 대한 실제 대학가 반응
일요신문은 서울 소재 대학가를 방문해 챗GPT에 대한 실제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챗GPT를 시험 및 리포트 등에서 악용할 우려가 커짐에 따라 각 대학에서 경계를 바짝 세우고 있는데 반해 학생들의 실제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기자가 직접 챗GPT 사용 및 악용 가능성에 관해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호기심에 챗GPT를 사용한 경험은 있지만 실제 대학 과제나 시험 등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 본 바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정 아무개 씨(26)는 “챗GPT를 과제·시험·논문 쓰기에서 활용한 경험은 2번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올해 초 챗GPT에 대한 언론보도 이후 신기해서 간단한 질문들을 시험해 봤다”면서 “주위에서도 비슷한 체험은 해봤지만 실제로 시험 등에서 ‘악용한 사례’는 본 적 없다”고 답했다.
경희대학교를 다니는 문 아무개 씨(23) 또한 호기심에 기사글 요약 등에서 챗GPT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역시 과제 등에서 사용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악용 사례에 대해 “(주변을 살펴보았을 때) 챗GPT를 악용한 사례는 본 적 없다. 악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번 학기부터 리포트 대체인 시험을 현장 시험으로 바꾼 수업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서 아무개 씨(24)는 “코딩 수업 때 한 번 참고해서 과제를 써 본 적 있고 오픈북 시험에서도 활용한 적은 있지만 악용 사례는 아니었다"며 “물론 챗GPT를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기는 할 것이다. 챗GPT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실력보다 과제나 시험에서 (개인의)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학교나 교수가 권고한 사항대로 챗GPT를 사용한 것이므로 악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예 챗GPT를 사용해 본 적 없다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 아무개 씨(26)는 “한 번도 챗GPT를 사용한 적 없다”고 말하며 “다만 친구들과 챗GPT가 계속 발전하면 언젠가는 어떻게 챗GPT를 사용하면 과제나 시험 등에서 요구하는 답변이 나오는지에 대한 족보가 새롭게 돌아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우려와 달리 챗GPT를 사용한 대학생들의 수가 적은 이유는 뭘까. 학생들은 ‘챗GPT를 잘 사용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잘못 활용하면 표절 적발 등의 위험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탓에 대학에서는 과제 및 시험에 있어서 ‘표절에 대한 심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학생들도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냈을 때 ‘적절성 확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챗GPT에 대한 색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는 챗GPT 사용을 의무화한 대학 수업을 마련했다. 교양과목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는 2023년도 1학기 수업에서 챗GPT를 전적으로 사용할 것을 허용했으며 과제를 제출할 때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이 과목의 강의계획서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챗봇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시간을 상당히 절약해 주고 있다”며 “유용한 툴을 활용해 본인의 사고 한계를 넘는 것도 수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챗GPT 사용을 승인한다”고 공지되어 있다. 수업 수강을 신청한 250여 명의 학생들에게 수업 내에서 챗GPT를 활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것이다.
#대학은 챗GPT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향후 대학에서의 챗GPT 활용에 대해 앞서의 대학생 정 씨는 “교내 센터(디지털 인문 센터)가 정부 지원 사업에 신청하는 걸 보면서 향후에는 챗GPT를 활용한 융합과목이 생기고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챗GPT 등의 기술을 막기보다는 수용하며 학생들이 이를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휴학 중이라 아직 챗GPT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는 고려대학교 학생 서 아무개 씨(26) 또한 “아직까지는 챗GPT에 잘못된 정보도 많고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험이나 과제에서 완벽하게 활용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챗GPT를 사용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기에 챗GPT를 활용한 과제 해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도 챗GPT 활용을 금지하는 수업이 있는 만큼 인문계 수업의 경우엔 표절 검사 및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챗GPT의 활용을 학교 차원이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의 대학생 문 씨는 “이제 단순 리포트로 이루어지는 과제 혹은 시험이 점점 없어질 것이나 챗GPT가 지금도 꾸준히 문제되고 있는 만큼 이대로 상용화를 이어갈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대학은 학생 개인이 본인의 지적 열망을 채우러 오는 것이고 이를 대학에서 일일이 관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직접)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러 다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챗GPT를 활용해 시험이나 과제에 악용하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답했다.
최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