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징후 사전정보 활용 매도 의심도…키움증권 “사실무근, 공교롭게 시기 겹친 것”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키움증권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른바 ‘SG증권발’ 주가 조작 의혹 종목에 다우데이타가 포함되면서다. 이번 주가 조작 의혹은 SG증권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맺은 국내 증권사는 이를 개인 전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이들 개인 전문투자자가 선택한 종목을 증권사가 대신 매매하는 방식으로 개인 전문투자자는 차익을 가져가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를 띠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거금의 2.5배를 투자할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수익을 더 챙길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여기에 따른 추가 증거금을 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사건은 여기서 비롯한다. CFD 투자 종목 중 오랜 기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다가 급락했고, 여기에 개인 전문투자자들이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해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주가가 연일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런 구조로 주가가 폭락한 종목은 다우데이타를 포함해 8개다. 투자업계의 눈길이 쏠린 곳은 특히 다우데이타다. 다우데이타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다우데이타 지분 608억 원 규모를 매각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우데이타 현재 주가는 김 회장이 매도 사실을 알린 지난 4월 20일 종가 4만 6500원의 약 3분의 1 수준(4일 종가 1만 5930원)까지 내려왔다.
일각에서는 김익래 회장이 CFD 관련 종목의 대규모 하락 징후를 사전에 접하고 매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김익래 회장은 다우데이타가 지배하고 있는 키움증권의 사내이사(김익래 ‘키움증권’ 회장, 금융사·일반회사 임원 겸직 이해상충 논란)다. 키움증권은 이번 SG증권의 반대매매 물량의 대부분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도 하다.
반면 키움증권은 김익래 회장의 매도에 대해 CFD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없었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선을 그었다. 키움증권 측은 “다우데이타는 CFD를 통해 투자한 수천 개의 종목 가운데 하나로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지금 거론되고 있는 주가 조작 의심 종목들은 모두 우량한 종목이 갑작스럽게 반대매매가 나온 경우라 리스크 징후를 알기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익래 회장이 따로 관련 정보를 보고받거나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SG증권발 반대매매로 국내 증권사가 고객인 개인투자자들에게 받아야 할 미수금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FD 투자의 반대매매로 청산 작업을 거쳤지만 증거금 이상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우선 국내 증권사가 손실을 감당하고 고객인 개인 전문투자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만약 증권사가 손실금액을 받지 못하면 손실처리 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이 대부분 반대매매 물량을 쏟아냈다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에 최대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이 김익래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 관련 의혹이 해소될 전망이다. 법률사무소 비컴의 김남곤 금융전문 변호사는 “지금까지 나온 정황만 놓고 보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김익래 회장이 지분을 매각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에 합리적인 근거는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이번에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섰는데, 이복현 금감원장부터가 회계 전문가이자 금융범죄 수사에 조예가 깊어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