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이어 ‘닥터 차정숙’으로 2년 연속 화제몰이…‘댄스가수 유랑단’ 예능 활약도 기대
#엄정화를 위로한 ‘차정숙’
‘닥터 차정숙’은 오랜 전업주부 생활을 뒤로하고 20년 만에 의사 가운을 다시 입게 된 가정의학과 1년 차 레지던트 차정숙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학병원이 주 무대가 되다 보니 메디컬 드라마를 기대하고 첫 화를 시청한 이들이 많았지만, 제작 의도는 분명하게 ‘메디컬 드라마의 탈을 쓴 아줌마 성장 드라마’라고 밝히고 있다. 능력 있고 실력 있어도 가정에 갇혀 살 수밖에 없었던 ‘경력단절 여성’들의 유쾌한 반란을 그려낸 것이다.
엄정화가 연기하는 차정숙은 의대 재학 중 속도위반으로 아기를 갖게 되면서 그의 앞에 놓인 의사로서의 탄탄대로를 뒤로한 채 가정으로 향했던 인물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홀시어머니에겐 고분고분 순종적인 며느리, 외벌이 남편 앞에선 늘 작아질 수밖에 없는 아내, 아이들에겐 막 대해도 되는 가정부 취급을 받아온 차정숙은 어느 날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대형 사건을 겪고 오래전 포기했던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드라마적으로만 허용되는 판타지 설정이 일부 있다고 해도 ‘닥터 차정숙’은 전업주부의 삶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요소들을 스토리마다 깨알같이 배치해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과거 빛나던 모습과 진짜 이름은 잃은 채 자녀의 이름 뒤에 ‘XX엄마’로밖에 불릴 수 없었던 엄마들이라면, 그리고 그런 엄마를 안쓰럽게 바라본 적 있는 딸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차정숙에게 녹아들 수밖에 없을 터다. 엄정화 역시 차정숙에게 깊이 공감하며 그의 일탈 아닌 도전을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선 ‘닥터 차정숙’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엄정화는 “레지던트에 도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차정숙은 자신의 꿈과 기쁨을 찾아 나간다. 그런 차정숙이 너무 좋았다”라며 “레지던트가 되고 나서는 집안일과 병원 일을 겸해야 하고, 온갖 핍박과 구박을 받게 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여자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각하며 차정숙을 위로했고, 저 역시도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차정숙의 자아찾기를 따라가며 시청자들 역시 ‘내 이야기 같다’고 공감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확실한 존재감과 카리스마
그의 시작을 가수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엄정화의 연예계 데뷔는 1992년 영화 ‘결혼이야기’를 통해서였다. 이듬해 첫 스크린 주연작인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와 더불어 드라마 데뷔작 ‘굿모닝 영동’(KBS 2TV)으로 엄정화는 극장과 안방극장에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드라마에서는 주로 로맨스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크게 활약했지만 영화로는 ‘오로라 공주’(2005), ‘몽타주’(2013)와 같은 스릴러부터 그의 첫 1000만 관객 영화인 ‘해운대’(2009)나 ‘미쓰 와이프’(2015), ‘오케이 마담’(2020)처럼 재난, 액션, 정통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 왔다.
2022년에는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5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하며 대책 없이 사랑스러운 만인의 첫사랑 고미란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들의 블루스’ 역시 높은 화제성을 바탕으로 방영 기간 내내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수작이었던 만큼 이번 ‘닥터 차정숙’도 현재 시청률 상승 추이를 지켜나간다면 엄정화는 2년 사이 두 작품을 흥행성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시킨 게 된다.
한편 데뷔 31주년을 맞이한 올해 엄정화는 가수로서도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며 ‘디바 엄정화’를 기다려온 대중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5월 25일 방송되는 tvN ‘댄스가수 유랑단’이 그 첫걸음이 될 예정이다.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를 비롯해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디바들이 댄스가수 유랑단이라는 이름 아래 뭉쳐 전국투어 콘서트를 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정화는 2020년에도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걸그룹으로 활약한 바 있고, 같은 해 환불원정대 활동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디지털 싱글 ‘호피무늬’를 내놓으며 솔로 가수로서의 건재함을 알렸다. 특히 이번 ‘댄스가수 유랑단’은 앞서 엄정화 그 자체로 무대에 서는 만큼 1990년대부터 그를 봐왔던 오랜 팬들에겐 진한 그리움을, 배우로 그를 먼저 기억하는 젊은 세대들에겐 원조 디바로서의 카리스마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