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국·재만·재용 씨 소유 법인체 전수조사…전재국 8개사 실소유 의혹, 전재용·전재만 ‘은둔의 경영자’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전두환 2세'인 전재국, 전재용, 전재만 씨가 소유하고 있거나 실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법인체들의 자산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 활동이 가장 활발한 이는 장남 재국 씨다. 실소유하거나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법인은 최소 8개. 재국 씨는 출판, 음악, 유아교육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소위 '돈 되는' 분야는 아니다. 8개 법인의 연간 매출 규모는 약 530억 원. 하지만 적자를 내는 곳이 대부분이다. 8개 법인의 연 적자 규모는 약 14억 원이다.
재국 씨 법인 중 가장 덩치가 큰 곳은 도서 유통업체 '북플러스'다.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와 부채총계를 합한 자산총계는 233억 원, 2022년 매출은 332억 원이다. 북플러스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22년 7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 6년 중 5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6년간 영업손실 규모를 합산하면 26억 원에 육박한다.
재국 씨는 2007년 북플러스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2006년까지 북플러스 최대주주였던 최 아무개 씨는 재국 씨의 출판 사업을 다방면에서 도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 씨는 '은둔의 경영자' 재국 씨와 출판계 관계자들 사이 가교 역할도 했다고 한다.
재국 씨는 2013년 북플러스 지분 51%를 추징금으로 내겠다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검찰이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을 출범시키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재국 씨는 여전히 북플러스를 실소유하고 있다. 수법은 이랬다. 재국 씨의 북플러스 지분 51%는 공매를 거쳐 2019년 5월 유 아무개 씨에게 넘어갔다. 그러자 북플러스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재국 씨만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유 씨 지분율은 46.46%로 떨어졌다. 결국 재국 씨는 6년 만에 북플러스 공동대표로 복귀했다. 2023년 현재도 재임 중이다.
재국 씨는 북플러스 외에도 출판 관련 업체 여러 곳을 운영 중이다. 서점 운영업체 '리브로'가 대표적이다. 재국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리브로는 2022년 기준 북플러스 매출 약 10%를 담당한 주요 거래처다. 리브로 역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리브로는 지난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6년간 누적 적자는 약 49억 원에 달한다.
리브로 이사진은 재국 씨 가족과 측근이 장악하고 있다. 재국 씨와 그의 아내 정도경 씨는 각각 리브로 사내이사, 비상무이사다. 재국 씨 딸 수현 씨는 사외이사다. 재국 씨 동생 재용 씨의 배우자인 박상아 씨도 리브로 사외이사를 2017년 한때 맡았다. 현재 리브로 대표인 김용진 씨는 전두환 씨의 청와대 경호실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년 4월 검찰이 리브로를 상대로 낸 미납 추징금 환수 소송에서 "리브로가 국가에 7년간 24억 6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리브로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3억 6000만 원(2022년은 3억 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국 씨는 음악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피아노 방문 레슨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주)음악세계도 소유하고 있다. 재국 씨는 부동산 개발업체 '티에이치디앤씨' 사명을 2019년 10월 (주)음악세계로 변경했다. 재국 씨 아들 우석 씨는 2019년 10월 (주)음악세계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지난 3월엔 딸 수현 씨가 감사로 취임했다.
재국 씨는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음악세계'도 1993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와 별개로 법인 (주)음악세계를 설립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재국 씨는 1993년 음악 전문잡지 '월간음악'를 인수하고 1994년 1월 재창간했다. 당시 재국 씨는 발행인의 글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옛 이름을 그대로 썼다"며 "유익한 음악교양 및 정보 제공, 재능 있는 음악가의 발굴, 나아가 음악교류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월간음악은 1970년 창간한 음악 전문잡지다. 창간인은 작곡가이자 성악가 금수현 씨였다. 금수현 씨는 지휘자 금난새 씨 아버지이기도 하다. 금난새 씨는 1992년 금수현 씨가 작고하자 월간음악 발행인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경영난으로 1년 만에 폐간했다.
음악세계는 세광음악, 삼호뮤직과 함께 3대 피아노 교재 출판사로 불리기도 한다. 음악세계 홈페이지 소개 글에 따르면 음악세계는 800여 종의 음악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음악세계는 전국 규모 콩쿠르와 'DMZ 연천 국제음악제' 등을 개최하고 있다. 피아노콩쿠르최고지도사, 실용음악교육강사, 통합예술교육전문지도자 등 민간자격증도 발행하고 있다.
재국 씨 일가는 고깃집과 과일가게 운영을 위한 법인 '실버밸리'도 설립했다. 실버밸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고깃집 '나르는 돼지'를 운영했다. 실버밸리는 2022년 3월과 5월엔 '행복한 과일가게' 1호점과 2호점을 각각 오픈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행복한 과일가게 역시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관련기사 [전두환 비자금 단독추적②] '돈이 어디서 나서 그렇게 쏟아부었나' 전재국 사업들의 부침).
이외에도 재국 씨가 실소유한 법인으로 추정되는 곳은 도서물류창고를 운영하는 '지엘코리아', 유아교육용품을 판매하는 '뫼비우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던 '스타일까사', 북카페 '북커스'를 운영하는 '성강문화재단' 등이다.
전두환 씨 차남 재용 씨와 관련된 회사 '웨어밸리'와 '비엘에셋'은 전두환 비자금 세탁 창구로 최근 지목됐다. 의혹을 제기한 인물은 재용 씨 아들인 우원 씨였다. 재용 씨는 소프트웨어개발사 웨어밸리가 2001년 설립될 때 7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어밸리를 2003년 인수한 손삼수 씨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두환 씨의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냈다. 부동산투자회사 '비엘에셋'은 재용 씨 일가 회사로 운영되다가 2021년 해산했다.
전두환 씨 삼남 재만 씨는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옛 운산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에서 1000억 원대의 와이너리(와인 생산 공장)를 운영 중이다. 이희상 회장은 2005년 782억 원을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를 설립했다. 포도밭 전체 규모는 53만 4024㎡(16만 1700여 평)라고 한다.
우원 씨는 재만 씨 와이너리와 관련해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라며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나 에스테이트를 소유한 법인은 '코도'(KODO Inc)로 알려졌다. 이희상 회장은 코도를 2016년 사조그룹에 매각했다가 2017년부터 지분을 순차적으로 다시 매입하고 있다.
회사는 적자인데 아마존서 쇼핑? 전재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 장남 전재국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도서 유통업체 '북플러스' 법인카드를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법인카드 유용금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약 1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심지어 북플러스는 이 기간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 2016년 영업이익 2억 원을 달성했지만, 2017년 영업손실 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후 2017년 영업손실 9억 원, 2018년 4억 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전재국 씨 법인카드 사용처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다. 전재국 씨는 아마존에서 4년간 164회에 걸쳐 2818만 원을 결제했다.
음반가게 결제금액도 많았다. 음반가게에서 법인카드로 39회에 걸쳐 1009만 원을 결제했다. 한 번에 90만 원을 결제한 적도 있다.
주말에 본인이나 가족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법인카드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4년간 30회에 걸쳐 198만 원을 결제했다. 전 씨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성강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북카페 '북커스'에서 결제한 금액이 133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재국 가족은 북커스가 있는 서울 평창동 건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책과 음료, 간단한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는 북커스에서 2019년 5월 4일 하루에만 41만 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전재국 씨는 가족과 함께 소유한 회사 '실버밸리'가 운영한 고깃집 '나르는돼지'에서도 법인카드를 7회에 걸쳐 총 50만 원 사용했다. 아들 사랑도 남달랐다. 아들 우석 씨가 운영했던 퓨전중식 주점 '핑크판다'도 하루 방문해 법인카드로 14만 원을 결제했다.
이외에도 전재국 씨가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많았다. 병원, 약국, 안경점, 영어학원, 타일가게에서도 결제했다. 2016년 9월 추석 연휴기간엔 호주에서 법인카드 187만 원을 사용했다.
특별취재팀=김지영·남경식·허일권·노영현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