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석-안용찬-전재국 인연이 투자 배경 가능성…애경 일가-전두환 일가 과거부터 수차례 거래·청탁 관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 등 애경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비상장사 '애경자산관리(옛 애경유지공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애경자산관리는 2020년 말까지 노인 의료기기 판매업체 '케어플러스' 지분 3.75%를 보유했다. 애경자산관리는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 지분 18.91%를 보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지분 76.92%를 가진 온라인 광고대행사 '애드미션'은 2018년 말 기준 케어플러스 지분 4.13%를 보유했다. 안용찬 전 대표는 채형석 부회장 여동생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으로 장영신 회장의 맏사위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애경그룹 경영에서 물러났으며 애경산업 대표 시절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애경 일가의 케어플러스 투자엔 사적 인연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케어플러스는 휠체어 등 노인 의료기기를 판매했던 업체로 애경그룹과 사업 연관성이 낮다. 애경그룹의 사업 분야는 생활용품 및 화장품, 항공운송, 백화점, 부동산 등이다.
채형석 부회장과 안용찬 전 대표는 대학 시절 전재국 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국 씨는 1978~1979년경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1980년경 연세대 경영학과로 편입해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로 유학을 갔다. 채 부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1979년 학번, 안 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1977년 학번이다. 안 전 대표도 유펜으로 유학을 갔다.
안 전 대표는 전재국 씨가 이사장인 성강문화재단 이사를 2018년 6월까지 20년 이상 맡기도 했다. 성강문화재단은 전두환 일가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을 여러 차례 받은 곳이다.
케어플러스는 전재국 씨의 업무상 배임 의혹에 연루된 회사다. 전재국 씨가 실소유한 도서 유통업체 '북플러스'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케어플러스에 총 3억 3000만 원을 담보 없이 빌려줬다. 자금 대여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았다.
케어플러스는 휠체어 등 노인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로 북플러스와 사업 연관성이 낮다. 자금 대여 당시 업력도 적었다. 케어플러스는 2008년 2월 '아이넷'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의료기기 대여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한 달 뒤인 2008년 3월 자본금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렸다.
결국 북플러스는 케어플러스로부터 3억 3000만 원 중 1억 9000만 원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2019년 1월 케어플러스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돈을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케어플러스는 2019년 9월 법인을 해산했다(관련기사 [전두환 비자금 단독추적①] 전재국 지난 연말 ‘배임’ 피소…수상한 내부거래도 포착).
그런데 애경자산관리 측은 케어플러스 해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21년에서야 케어플러스 투자 지분을 손실 처리했다는 것. 애경그룹 관계자는 "케어플러스가 2019년 청산 당시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주주총회를 열어서 청산한 건지도 모르겠다"며 "담당자가 뒤늦게 법인등기로 청산 내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반적인 회사 관계에서 벌어지기 힘든 일이 일어난 배경엔 케어플러스가 전재국 씨 실소유 회사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재국 씨와 함께 배임 의혹을 받는 북플러스 전 대표이사 김경수 씨는 케어플러스를 자신이 실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드미션과 애경자산관리 지분 역시 전재국 씨가 아닌 자신의 우호지분이라는 입장이다.
케어플러스 주주 구성은 2018년 기준 시공사 24.06%, 김경수 전 사내이사 23%, 김응수 케어플러스 대표이사 15.5%, 전재국 14.44%, 애드미션 4.13%, 애경유지공업(현 애경자산관리) 3.75% 등이었다.
시공사는 2018년까지 전재국 일가가 보유했던 회사다. 김경수 씨는 2008~2019년 북플러스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전재국 씨와 성균관대 동기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응수 케어플러스 대표이사는 김경수 씨 동생이다.
케어플러스 이사진 면면에는 전재국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져 있다. 김응수 씨에 앞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김동일 씨는 전재국 씨 실소유 법인으로 알려진 도서판매업체 '뫼비우스' 대표이사다. 김동일 씨는 성강문화재단 이사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맡았다.
케어플러스 감사를 2010년부터 맡은 김용진 씨는 전재국 씨가 최대주주인 서점 운영업체 '리브로' 대표이사다. 케어플러스 비상무이사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낸 정진균 씨는 지금은 폐업했지만 전재국 씨가 실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파프리카미디어'와 '스타일까사' 대표이사였다.
또한 케어플러스 본점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재국 씨 소유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음악세계 사옥에 자리했다. 케어플러스는 2014년부터 청산 전까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전재국 씨 소유 아티누스 건물에 위치했다.
케어플러스 지점이 들어선 건물에서도 전재국 씨 관련성이 포착됐다. 케어플러스 중앙지점이 2012년부터 자리했던 서울 마포구 용강동 건물은 강희일 다산출판사 대표 소유였다. 강희일 대표는 2018년 말까지 북플러스 지분 1.14%를 보유했다.
다만 강희일 대표는 자신의 건물에 케어플러스 지점이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부동산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나서야 전재국 씨 지분이 있는 회사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또 강 대표는 "(사업이) 잘 안된다면서 (케어플러스 측에서) 찾아와 울다시피해서 월세 반을 깎아줬다"고 회상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케어플러스 중앙지점은 케어플러스 해산 1년여 전인 2018년 6월 이미 다른 업체에 넘어갔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간판으로 영업이 이어졌지만 운영주체가 달라졌던 것이다. 새 업체 이름은 '케어플러스&IB'였다. 법인사업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였다. 케어플러스&IB 대표 윤 아무개 씨와 전재국 씨와의 특별한 접점은 파악되지 않았다.
적자에 허덕였다던 케어플러스는 2014~2017년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에게 복지용구를 판매하면서 3만 6251회에 걸쳐 총 2억 8538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감경해준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응수 대표는 벌금 1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요양급여 수급자의 복지용구 비용 대부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는 점을 악용한 불법행위였다.
애경 일가와 전재국 씨 사이 돈이 오간 것은 케어플러스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전재국 씨는 1994년 채은정 전 부사장 소유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를 샀다. 해당 아파트는 원래 채 전 부사장 시아버지 안상호 씨 소유였다가 경매에 넘어간 것을 채 전 부사장이 1992년 낙찰받은 것이었다. 안용찬 전 대표 입장에선 아파트 소유권이 '아버지→아내→친구'로 바뀐 셈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1985년 6월 전두환 씨 부인 이순자 씨에게 15억 원을 주면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골프장 건설 허가를 청탁했다. 그렇게 허가받은 골프장이 현재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중부컨트리클럽(중부CC)이다. 장 회장과 이 씨는 경기여고 동문이기도 하다.
애경그룹은 2001년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 1호점을 열면서 전재국 씨 서점 브랜드 '북스리브로'를 입점시켰다. 현재도 북스리브로 지점 3곳(수원점, 기흥점, 원주점)은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에 입점해있다.
애경자산관리가 케어플러스에 투자했던 이유에 대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투자 당시 담당자도 퇴직하고 투자 금액이 소액이라 문서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안용찬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애드미션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일요신문은 4월 14일 만난 북플러스의 한 부서장에게도 관련 질의를 하려고 했지만, 이 부서장은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특별취재팀=김지영·남경식·허일권·노영현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