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댔던 피아노 레슨‧고깃집‧과일가게 속속 문 닫아…베트남 부동산 개발 계획 세웠지만 진행 못 해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 첫째 아들 전재국 씨는 2013년 9월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추징금 완납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전두환 씨에게 부과된 추징금 2205억 원 중 922억 7800만 원은 여전히 미납 상태다.
전두환 씨 가족은 남은 추징금을 낼 여력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전재국 씨 실소유 법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업을 크게 벌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숱한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 사업을 다시 펼치는 것이다. 추징금은 못 내면서 사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의문이다.
#(주)음악세계, 피아노 방문 레슨 가맹점 한때 전국 16곳 운영
전재국 씨 일가 소유 법인으로 알려진 (주)음악세계는 피아노 방문 레슨 가맹사업 '네모피아노'를 2020년 4월 시작했다. 2022년 1월 가맹사업 이름을 네모피아노에서 '꼬피움'으로 바꿨다. 음악세계가 2022년 11월 등록한 꼬피움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와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꼬피움 가맹점은 한때 16곳까지 늘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외에도 대전, 대구, 세종, 경북 등 전국 각지에 가맹점이 생겼다.
하지만 꼬피움 가맹점 수는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2021년 말 12곳, 2023년 4월 현재 4~5곳으로 줄었다. 꼬피움 가맹점을 운영했던 A 씨는 "본사가 너무 체계가 없었다"며 "특별히 도움 되는 것이 없어서 가맹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했다는 B 씨는 "본사가 초기에 가맹점을 모집할 때는 여러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계약을 하자고 꼬드겼지만, 이후 실제로 진행된 건 거의 없었다"며 "일단 가맹점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음악세계는 꼬피움 가맹사업에 난항을 겪으며 경영지표도 급속히 악화했다. 꼬피움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음악세계는 2018년 9월 법인 설립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영업 손실 규모는 2019년 1421만 원, 2020년 1억 6167만 원, 2021년 3억 3111만 원으로 3년간 총 5억 699만 원에 달했다. 매출은 2019년 0원, 2020년 5억 1693만 원, 2021년 8억 160만 원이었다. 2021년 말 기준 자산은 12억 1162만 원, 부채는 16억 599만 원이었다. 부채가 자산보다 커진 자본잠식에 빠졌다.
꼬피움 가맹점을 운영했던 C 씨는 음악세계가 방만한 경영을 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C 씨는 "2020년 코로나19로 피아노 방문 레슨이 어려워지자 본사에서 온라인 레슨을 하자면서 경기도 파주 본사 건물 3층에 촬영 스튜디오를 크게 만들었다. 그런데 스튜디오를 만들어놓고 영상을 두세 개 찍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본사에 온 가맹점주들에게 1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식사를 제공해줬고, 고가의 선물도 줬다"며 "본사 매출이 적을 때라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의아했다"고 회상했다.
전재국 씨 일가는 자금을 댔을 뿐 꼬피움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재국 씨를 만난 적 있다는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갔다가 잠시 인사만 한 정도였다고 했다. 전재국 씨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가맹점주도 여럿이었다. 음악세계가 전재국 씨 일가 소유라는 사실을 다른 가맹점주로부터 한참 후에야 들은 경우도 있었다. 전재국 씨 딸 전수현 씨는 가맹점주들이 본사 교육을 받는 자리에 함께한 적은 있지만, 같이 교육을 들었을 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수현 씨가 음악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는 의아한 부분이다. 음악세계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전수현 씨는 2021년 3월 감사로 취임했다. 그런데 음악세계가 2023년 1월 펴낸 한 교재에는 전수현 씨가 이사로 기재돼 있다. 상법 제411조는 감사의 이사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전수현 씨가 음악세계 감사와 이사를 모두 맡고 있다면 위법이라는 얘기다.
일요신문은 꼬피움 가맹사업과 관련해 음악세계 측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직원은 "도움 드릴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며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주)실버밸리, 고깃집 이어 과일가게 열었다가 정리 수순
전재국 씨 일가가 소유한 또 다른 법인으로 알려진 (주)실버밸리 역시 2021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버밸리는 2021년 4월 기존 사업목적인 프랜차이즈업, 음식점업 등을 삭제하고, 과일·채소 도소매업, 축산물 수입업, 공산품 수입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이후 실버밸리는 경기도 파주에 '행복한 과일가게' 1호점과 2호점을 각각 2022년 3월과 5월 오픈했다. 행복한 과일가게는 딸기, 귤, 사과 등 과일을 주로 판매하는 가게다. 온라인 판매도 같이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행복한 과일가게는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실버밸리는 2023년 2월 행복한 과일가게 1호점과 2호점을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로 내놓았다. 문을 연 지 1년도 채 안 돼서 사업을 접겠다고 나선 셈이다.
행복한 과일가게에서 만난 직원은 "현재 가게 장사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매물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음악세계 직원이었다. 2021년 말 행복한 과일가게 사업 준비를 위해 (소속을) 옮기게 됐다"며 "회사 지분 관계나 임원들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실버밸리는 과일가게에 앞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진 고깃집 '나르는 돼지'를 운영했다. 서울 응암점, 전라북도 전북도청점, 경기도 민락점과 탄현점 등 본사 직영점 4곳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0년 나르는 돼지 점포를 모두 폐업했다.
전재국 씨 아들 전우석 씨도 비슷한 시기 외식사업을 벌였다. 전우석 씨는 2019년 4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 퓨전중식 주점을 오픈했다. 139㎡(약 42평) 규모의 넓은 식당이었다. 하지만 1년 만인 2020년 4월 폐업했다. 전우석 씨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실버밸리는 고깃집 이전에 다른 사업도 펼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버밸리는 2014년 11월 (주)라르고네트웍스로 처음 설립됐다. 당시 라르고네트웍스 대표와 감사는 각각 김동일, 김용진 성강문화재단 이사였다. 두 사람 모두 전두환 씨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 성강문화재단은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창구 의혹을 여러 차례 받은 곳이기도 하다. 실제 검찰도 성강문화재단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전재국 씨 일가는 2016년 1월 라르고네트웍스 자본금을 1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리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동시에 기존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사명을 실버밸리로 바꿨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실버밸리 주주는 △전재국 씨(20%) △전재국 씨 딸 전수현 씨(40%) △전재국 씨 아들 전우석 씨(40%)로 구성됐다.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실버밸리 감사를 지낸 장지수 씨는 전재국 씨 일가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다. 장지수 씨는 전재국 씨 아내 정도경 씨가 운영하는 '스타일까사' 감사도 2018년부터 맡고 있다.
#(주)음악세계, 베트남 부동산개발 사업도 추진…예상 수익 2510억
(주)음악세계는 2019년 베트남에서 7500억 원 규모 부동산 개발사업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음악세계는 '티에이치디엔씨(TH D&C)'라는 이름으로 2018년 9월 설립됐다. 사업목적은 주택건설사업, 부동산 임대 및 분양, 주택신축판매, 대지조성업, 부동산개발업 등이었다.
설립 당시 대표이사는 권명학 씨, 사내이사는 김용진 씨, 감사는 배효선 씨였다. 세 사람 모두 전재국 씨 관련 법인 여러 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권명학 씨는 전재국 씨가 실소유한 도서 유통업체 '북플러스' 대표이사, 서점 운영업체 '리브로' 감사를 맡고 있다. 김용진 씨는 북플러스 전 대표이사이자 리브로 현재 대표이사다. 김용진 씨는 전두환 씨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기도 했다. 배효선 씨는 북플러스 비상무이사, 전재국 씨 실소유 법인으로 알려진 '지엘코리아' 감사를 맡고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음악세계의 '베트남 9군 개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음악세계는 2019년 7월 베트남 현지회사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베트남 호찌민시 9지구 소재 약 4만 9897평(16만 4949㎡) 부지에 아파트 및 상가주택을 개발하려 했다. 아파트는 20층 규모 12개동 총 8182세대 규모로 계획됐다. 이를 위해 7500억 원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으려 했다.
합작법인 초기 자본금은 230억 베트남 동으로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약 11억 6000만 원이었다. 음악세계의 합작법인 지분율은 75%였다. 음악세계는 초기 자본금으로만 8억 7000만 원을 투자하려고 했다는 뜻이다.
음악세계는 사업계획서에서 부동산 개발사업 매출을 총 1조 3640억 원으로 추정했다. 투입비용은 토지비 2057억 원, 건축비 6054억 원, 분양경비 738억 원 등 총 1조 1130억 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수입)에서 투입비용을 제한 수익은 251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음악세계는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업을 심도 깊게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서엔 음악세계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국내 회사와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 "본건은 국내 건설사 및 금융사와 연계해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진행 예정으로 우발채무 등 시행사 관련 위험통제가 가능하며 신탁사 대리사무로 사업을 진행함에 따라 사업 안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사료된다." "시공사 D 사의 책임준공 및 미이행 시 손해배상 조건으로 협의 중이며, S 사의 책임준공 확약 및 미이행 시 손해배상 조건으로 준공 리스크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등 내용이다.
베트남을 여러 차례 오가며 현지 조사를 하고 당국과 논의한 정황도 있다. 음악세계는 사업계획서에서 "본건 부지는 동 나이 강(The Dong Nai River)이 인접해 있어 더운 베트남 지역에선 눈에 띄게 시원한 지역으로 주거지로서는 매우 뛰어난 입지"라며 "본건 신규 물건이 공급될 경우 부가가치로 인한 대기 실수요자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또 "(호찌민) 9군 담당 공무원은 처음부터 도시 계획이 잘못돼 주변 일대에 상업 용지가 절대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공무원은) 건폐율 65%로 허가해줄 테니 먼저 택지정리와 전기 상하수도 등 인프라 구축 후 나머지 부지를 빌라와 아파트로 분양하면 수익성과 자금 회수 등에서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플랜 B'에 대한 내용도 자세하다. 음악세계는 사업계획서에서 "개발 규모가 큰 만큼 사업 추진 중 금융조달이나 시공 등의 문제가 대두될 경우 사업부지 일부분을 상업용지로 1~2개 업체에 통매각하고 잔여 면적을 개발하는 것으로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음악세계는 베트남 부동산 개발을 실제로 진행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호찌민시 9지구를 개발하는 합작법인 파트너는 베트남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로 바뀌었다.
"할머니 옷장 끝엔…" 전두환 일가 비리 폭로 전우원 친모 최 씨는 지금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의 아버지 전재용 씨는 세 번 결혼했다. 첫 번째 부인은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넷째 딸이다. 1988년 2월 결혼해 1990년 7월 협의 이혼했다. 그리고 1992년 5월 최 아무개 씨와 재혼했다. 공무원 집안 출신인 최 씨는 전재용 씨와 함께 대우그룹에 다닐 때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용-최 씨 슬하엔 두 아들이 있다. 그중 둘째가 지난 3월부터 전두환 일가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있는 전우원 씨다. 1996년 태어난 우원 씨는 친형과 세 살 터울이다.
전재용 씨는 최 씨와 법적으로 부부일 때 슈퍼 탤런트 출신 박상아 씨를 만나 사실혼 관계로 지냈다. 2003년 미국에서 박 씨와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엄연한 이중결혼(중혼) 생활이었다. 재혼한 최 씨와는 2007년 이혼했다. ‘전재용-박상아’ 슬하엔 두 딸이 있다.
전재용-박상아의 '수상한 관계'는 20년 전 일요신문 보도로 세간에 처음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2003년 11월 16일자에서 "전두환 차남 전재용, 톱 탤런트 A 양 '수상하다'"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익명으로 언급했던 톱 탤런트 A 양이 전재용 씨의 세 번째 부인 박상아 씨다.
당시 보도는 현대 비자금 사건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불거진 전재용 씨의 '괴자금 100억 원' 보유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박상아 씨를 내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검찰 내사 과정에서 ‘전재용-박상아’ 해외 동선이 여러 차례 일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전재용-박상아'의 해외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결과, 2002년 1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두 사람 출입국 기록(행선지와 출국 및 입국 날짜)이 정확히 일치한 경우가 네 차례나 됐다. 행선지는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다양했다. 이처럼 같은 날짜에 같은 장소로 출입국한 사실 이외에도 두 사람 출입국 행선지와 날짜 간격이 비슷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일요신문 취재 당시 두 사람은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연락이 닿질 않았다. 대신 전재용 씨의 형수인 전재국 씨 아내 정도경 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정 씨는 '전재용-박상아 출입국 기록이 같은데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 "전혀 모르는 일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개인적인 일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만 답했다.
당시 '법적으로' 전재용 씨의 부인인 최 아무개 씨는 두 아들과 서울 서빙고동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기자는 최 씨와 두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최 씨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2003년 11월 9일 저녁 외출하고 돌아온 최 씨와 아파트 인터폰을 통해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최 씨는 기자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 것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정중한 어조로 차분하게 말했다. 기자가 "남편 분(전재용 씨)과 박상아 씨는 어떤 관계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에 최 씨는 "그건 애들 아빠(전재용)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덤덤히 말했다. 최 씨는 전재용-박상아 관계를 이미 아는 듯한 눈치였다. 당시 아파트 현관문을 통해 집 안에서 아이들이 쿵쿵 뛰어다니며 노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전우원 씨로 추정된다. 우원 씨는 2003년 당시 여덟 살이었다.
우원 씨는 "제 친어머니는 피해자"라면서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박상아 씨와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유흥업소 이 여자 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외도했다. 어머님은 그런 아버지 때문에 병이 들었다. 암수술을 여러 번 하셨다. 어머님이 아프셔서 제 삶이 없어졌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했다.
지난 3월 14일 우원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며 "제 가족들이 행하고 있을 범죄사기 행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고 밝혔다.
기자는 3월 16일 우원 씨의 친모 최 씨가 사는 서울 연희동 빌라에 갔다. 초인종을 몇 차례 눌렀으나 집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방문했으나 번번이 그를 만날 수 없었다. 4월 3일 방문했을 때도 집안에선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이 빌라의 경비원은 "그 집 아들(우원 씨)이 광주에 갔다고 들었다"면서, '최 씨가 언제 집을 나갔느냐'는 기자 질문엔 "며칠 전 여행 간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여행 갔다던 최 씨는 지난 4월 7일 SBS에 등장했다. 아들 우원 씨와 전화 통화에서 최 씨는 "(전두환 연희동 자택 방) 양쪽에 할머니 옷장이 쭉 길게 있어. 제일 끝 옷장, 뭔가 있는데 그거를 쫙 밀면…"이라며 이순자 씨 옷장이 지하 비밀금고로 통하는 출입구라는 걸 암시했다. 4월 12일 오후에도 최 씨가 사는 연희동 빌라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고 집안에선 침묵만 감돌았다.
단행본 업계 1위 올랐던 시공사의 초기 사업 밑천 미스터리
전두환 씨 장남 전재국 씨가 운영했던 사업체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출판사 '시공사'다. 전재국 씨는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유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시공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는 1993년 출간한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국내 최단기 100만 부 돌파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이후 그는 경기도 고양에 있는 화성서점 등 여러 서점과 도서 유통업체 '동국출판판매'(현 북플러스) 등을 인수했다. 서적 출판부터 유통, 판매까지 도서 사업 전 과정으로 사업을 확장한 셈이다. 외환위기로 다른 출판·서적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전재국 씨에겐 오히려 기회였다.
시공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으로 학습지 출판사 등을 제외한 단행본 위주 출판사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출판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초기 사세 확장에 밑거름이 된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학생이었던 전재국 씨가 시공사 설립 자금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유명 해외도서 판권 비용, 서점 인수 비용 등을 어떻게 마련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재국 씨는 2001년 언론 인터뷰에서 "친구들과 시작한 인터넷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런데 다들 안 믿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또 다른 인터뷰에서 "5년 전 대학 동창들과 인터넷 광고회사를 차렸다. 그걸 미국 회사에 매각하고 받은 돈과 주식이 50억 원 이상이다"고 해명했다.
전재국 씨가 언급했던 회사는 '키노피아'로 추정된다. 국내 최초 온라인 광고대행사로 알려진 키노피아는 1999년 외국계 회사에 매각됐다. 하지만 주인이 바뀐 이후 회사는 적자에 빠졌다. 결국 전재국 씨와 함께 키노피아를 창업했던 동창 중 한 명인 정기호 씨가 2000년 회사를 되샀다. 정기호 씨는 2002년 사명을 '나스미디어'로 바꿨다. 나스미디어는 2008년 KT에 매각됐다. 나스미디어는 2023년 현재도 KT 계열사다.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 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전재국 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회사 중 한 곳으로 나스미디어를 지목했다. 전우원 씨는 본인이 2017년 나스미디어에서 낙하산 인턴으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스미디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나스미디어는 창업자였던 정기호 사장이 20년 이상 운영해왔던 상장사로, 언급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반박했다.
전재국 씨 일가는 시공사를 전자카드 제조업체 '바이오스마트'에 2018년 약 71억 원에 매각했다. 전재국 씨 일가의 시공사 지분은 전두환 씨 일가가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해 2013년 내놓은 재산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전재국 씨 소유였던 시공사 사옥은 납부 재산 목록에 포함됐다.
특별취재팀=김지영·남경식·허일권·노영현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