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자녀들 전진 배치됐지만 투자 결정 어려울 전망…에코프로 “전문경영인 체제 자리잡아 차질 없이 진행될 것”
이동채 회장은 대구상고와 영남대학교 야간을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회사원 생활을 했고, 한때 공인회계사로도 활동했다. 이 회장은 1998년 에코프로를 설립해 사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에코프로그룹은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0년대에는 관련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대 후반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2차전지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에코프로그룹의 실적도 급상승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4월 에코프로그룹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시켰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의 자산 규모는 약 6조 9000억 원으로 이는 재계서열 62위에 해당한다. 재계에서는 또 하나의 신화가 탄생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의 명성에도 흠집이 나고 말았다.
#에코프로의 기대감은 높지만…
에코프로그룹 계열사는 최근 몇 달간 주가가 급상승했다. 에코프로그룹 지주사인 (주)에코프로의 주가는 올해 1월 2일 11만 원에서 지난 5월 2일 73만 3000원으로 급상승한 뒤 최근에는 50만 원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올해 1월 2일 9만 3400원에서 4월 한때 30만 원대를 육박하기도 했다. 현재는 20만 원대 초반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같은 기간 4만 5000원에서 6만 8800원으로 상승했다.
에코프로그룹 계열사의 주가 상승 원인으로는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에코프로그룹 주요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에이피, 에코프로씨엔지 등은 모두 2차전지용 소재 혹은 2차전지 폐배터리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글로벌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달성했다.
‘2차전지 테마주’는 올해 국내 주식 시장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은 높은 실적 성장 등으로 주가가 견조했고, 중요한 것은 2차전지 시장 성장은 불변하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2차전지 업종 주가는 높은 변동성에 흔들릴 것이지만 주가의 방향은 꾸준히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코프로그룹은 2차전지 테마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하지만 2차전지의 밝은 전망을 고려하더라도 에코프로그룹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기업가치는 2030년 삼원계 양극재 생산능력이 100만 톤(t)에 달하는 것을 가정한 수준으로 판단되고, 100만t의 양극재 생산능력 중 전기차용은 84만t, 비전기차용은 16만t으로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84만t은 전기차 660만~800만 대 공급량이고, 2030년 미국과 유럽의 예상 합산 전기차 판매대수는 1946만 대이며 이 경우 에코프로비엠의 점유율은 34~41% 수준이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외 업체들의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평가 여부와 별개로 에코프로그룹이 단기간 내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와는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는 등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미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사업은 벨기에 유니코아, 중국 XTC 등으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양극재 주원료인 니켈이나 리튬이 매장돼 있어 공급 안정성이 높고,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은 광물 보유량도 경쟁국을 압도하지만 이를 가공하는 시장도 광물별로 63~95% 장악하고 있다”며 “경쟁국이 중국의 원가를 따라갈 수는 없으며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도 불구하고, 포드와 테슬라가 중국 배터리를 어떤 형태로든 끌어들이려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에코프로그룹에선 2차전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환경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지난해 매출은 2182억 원 수준이었다.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매출 5조 원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에코프로그룹이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고,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 및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에코프로그룹도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 12월 ‘에코 프렌들리 데이’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해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전지 재료 사업을 위한 통합 연구개발(R&D) 센터를 조성할 것”이라며 “미래 유망 기술을 확보해 기술 초격차 우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에코프로의 미래 진단
하지만 에코프로그룹에 최근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이동채 회장이 지난 5월 11일 법정구속 된 것이다. 이 회장은 2020~2021년 에코프로비엠이 미공개 정보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11억 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지만 이번 2심 재판부는 징역 2년에 벌금 22억 원을 선고했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동채 회장 구속이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이미 지난해 3월 (주)에코프로 대표에서 사임했고, 이후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에코프로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이동채 회장이 대표를 사임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해 왔다”며 “이번 판결이 에코프로 가족사의 주요 사업 및 해외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다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오너와의 협의 없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다”며 “오너가 부재하면 거액의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고, 오너가 수감되면서 제대로 투자를 못해 성장 시기를 놓친 기업도 많았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에코프로그룹은 오너 일가가 그룹 신사업 발굴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채 회장의 장남 이승환 상무는 올해 3월 에코프로비엠 해외사업 담당 임원에서 (주)에코프로 미래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에코프로그룹의 신사업은 미래전략본부 산하 신사업기획팀에서 담당한다. 또 이 회장의 장녀 이연수 씨는 에코프로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파트너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환 상무와 이연수 씨는 아직 30대 중반에 불과해 사업을 진두지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주)에코프로는 지난 3월 사업목적에 △국내외 자원의 탐사, 채취, 개발사업 △수출입대행업, 무역대리업을 포함한 수출입사업을 추가시켰다. 이승환 상무가 보직을 옮긴 것과 비슷한 시기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상무가 신사업으로 자원 관련 사업을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은 이승환 상무의 보직과 최근 사업목적 추가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이승환 상무가 미래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주)에코프로의 사업목적 변경과는 관련 없다”며 “지주사에서 기존 양극 사업에서 업스트림(원유 탐사 및 생산)까지 진출하는 것을 총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코 프렌들리 데이에서도 신사업이나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천명했다”며 “그간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아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계획된 투자는 차질 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