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vs 게임학회 공방 속 정치권 노심초사…P2E 합법화 위한 업체 측 접촉 공공연한 비밀로 통해
불을 지핀 것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남국 의원이 P2E 관련 코인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인 5월 12일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P2E 코인 입법 로비가 있었냐고요? 예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 당시 P2E 정책이 윤석열 후보 최종 공약으로 들어갈 뻔했지만 선거대책위원회 게임특별위원장이었던 제가 뜯어말려서 겨우 제외됐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선 5월 10일 한국게임학회(회장 위정현)은 성명서를 내고 “P2E 기업과 협회, 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만큼 관련 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학회 측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P2E 공약이 갑작스레 등장했고 최근까지 관련 업체들이 국회를 자주 드나들며 국회의원 및 보좌진과 밀접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 측은 이런 입법 로비 가능성을 일축했다. 5월 15일 위메이드 측은 “한국게임학회와 위정현 학회장은 그동안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소문, 추측, 언론 인터뷰 등으로 위메이드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부도덕한 이미지로 덧씌우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위메이드는 5월 17일 위정현 학회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한국게임학회 측은 5월 18일 “두 번 다시 바다이야기와 같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것이 성명서를 내게 된 위기감”이었다면서 “위메이드는 P2E 합법화 로비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재명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장이었던 (위정현) 학회장과 윤석열 후보 게임특별위원장이었던 하태경 의원이 경험한 P2E 합법화 시도는 누가 한 것일까.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토론회와 간담회에 위메이드가 오는 것조차 막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논란이 게임업계와 한국게임학회 간 공방으로까지 번진 형국이다.
이를 지켜보는 여의도엔 긴장감이 감지된다. 게임업계가 P2E 합법화 등을 위해 정치권에 공을 들였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좌진으로 근무하다 게임업계로 이직했던 사례들도 거론된다. 이들이 ‘모종의 임무’를 부여받고 국회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내용도 뒤를 잇는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대선 정국 때 게임업계가 주요 후보들의 공약 수립에 영향을 미치려 애를 썼던 것 같다. 2021년 12월경 평소 가깝게 지내던 특정 게임업체 사외이사가 만나자고 해 나갔더니 P2E 합법화 취지의 발언을 하더라. 알아보겠다고는 했지만 반영은 되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또 다른 캠프 인사들도 그 사외이사와 식사를 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일요신문은 P2E 관련 취재를 위해 많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대부분 답을 꺼렸다. 그러던 중 민주당 한 보좌진이 익명을 전제로 구체적인 얘기를 들려줬다. 2021년 11월경 한 게임업체로부터 ‘코인 지갑’을 개설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코인지갑은 은행으로 치면 계좌다. 그는 이렇게 귀띔했다.
“게임업체 관계자가 지갑을 만들면 코인을 넣어준다고 했다. 개수도 적고 소액이니 편하게 ‘재미로’ 받으라고 했다. 코인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귀찮기도 하고…. 지갑을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에선 지갑을 만들었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돌았다. 코인 상장 후에 이를 팔아 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시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터졌다. 지갑을 만들지 않기를 잘했다. 아마 지금쯤 많은 이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5월 17일 ‘국회의원 전원 가상자산 자진신고·전수조사’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행까지 갈 길이 멀지만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가에선 과거 대선 캠프 주요 인사들, 관련 상임위 보좌진 등으로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