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구 뜯고 탈출 후 신출귀몰 도피행각 화제…직접 법 공부하며 쓴 고소장 일부승소 하기도
1989년부터 현재까지 신창원은 청송, 부산, 경북 북부, 광주, 대전 등 전국 각지의 교도소에서 30년 넘게 수감 생활을 이어왔고 탈옥, 탈주극, 극단적인 선택, 인권위 진정 등의 다양한 교도소 관련 이슈를 양산해왔다.
#짝퉁 명 티셔츠까지 유행시킨 신출귀몰 탈주범
신창원은 10대 시절인 1984년 절도죄로 소년원에 수감된 이후 1986년 다시 절도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 연기 1년을 선고 받는 등 거듭 전과가 쌓여가는 범죄자의 삶을 살았다. 1989년 3월에는 공범 3명과 성북구 돈암동 소재의 주택에 침입해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뺏는 강도 행위를 하다 공범 중 한 명이 집주인을 죽여 강도치사죄로 수배된다. 6개월여 뒤인 1989년 9월 청량리에서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신창원은 청송교도소에 수감된다.
1994년 부산교도소로 이감된 신창원은 1997년 1월 감방 화장실 통풍구 철망을 뜯고 탈옥하며 ‘희대의 탈주범’이 됐다. 전국에 지명수배가 되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1997년 12월에는 경기도 평택의 한 빌라에 있던 신창원의 소재가 파악돼 경찰과 대치가 이어졌지만 창밖 배수관을 타고 달아나 다시 종적을 감추면서 ‘신출귀몰 탈주범’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 1998년 7월에는 신창원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20대 애인의 집을 경찰이 덮쳤지만 이미 그는 사라진 뒤였다.
신창원을 목격했다는 신고와 제보가 계속됐지만 닮은 사람을 착각한 경우가 많았고 허위신고도 많았다. 심지어 영적으로 신창원을 봤다는 신고까지 경찰에 접수되기도 했다. 1998년 1월에는 신창원이 경찰 총에 맞아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고 보도돼 화제가 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상수배 전단지는 기본이고 현상수배 플래카드도 제작했고 군견까지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심지어 경찰은 담뱃갑에 신창원의 얼굴을 넣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추진했지만 제작상의 문제점과 흡연자 불쾌감 등을 감안해 막판에 취소되기도 했다.
결국 신창원은 1999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 숨어있다 가스레인지 수리공의 신고로 검거됐다. 잡히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경찰은 1999년 7월 16일 오후 3시 46분에 제보를 하나 받게 된다. 오전에 출장 갔던 아파트에 신창원과 비슷한 신장인 175cm 정도에 광대뼈가 튀어나온 남성이 20대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있었다는 제보였다. 가스레인지 수리공은 남녀가 함께 사는 집인데 결혼사진은 없고 집에 유독 운동기구가 많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게다가 가스레인지 수리공은 혹시나 싶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해당 호수에 여성이 혼자 산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제보한 것이었다.
바로 전남지방경찰청로 제보 내용이 전달됐고 순천경찰서는 경찰관과 전경 등 5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검거 작업에 들어갔다. 은신처를 덮치고도 신창원을 놓친 경험이 있는 경찰은 우선 해당 아파트를 완벽하게 포위했다.
해당 아파트 호수가 2층인 까닭에 경찰은 아파트 뒤 베란다와 현관문 쪽에 경찰을 모두 배치했다. 무장한 경찰 3명이 베란다의 열린 창문을 통해 아파트 해당 호수 안으로 들어가 신창원을 덮치는 동시에 현관문을 열어 경찰 추가 투입을 가능케 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이 나타나자 잠시 저항하려 했던 신창원은 권총 등으로 무장한 경찰을 보고 더 이상의 도주를 포기하고 순순히 검거됐다. 그렇게 2년 6개월여의 탈주극은 마무리됐다.
검거 당시 신창원이 입고 있었던 '짝퉁' 명품 티셔츠가 엄청난 인기를 끌 만큼 당시 그의 탈주극은 대단한 화제였다. 이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신창원의 이야기가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직접 작성한 소장으로 4건의 소송 제기
신창원이 다시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2009년 9월이다. 신창원이 청송3교도소장과 국가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것. 게다가 신창원이 직접 모든 소장을 작성했는데 소장 작성 매뉴얼에 손색이 없어 수감 생활을 하며 직접 법률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우선 신창원은 서신발송불허처분취소와 손해배상금 300만 원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교도소 내 수용자 인성 교육 문제점을 지적한 서신의 신문사 발송이 불허되고 외부 서신 2통을 받지 못하자 신창원은 이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공개를 거절당하자, 이에 대한 정보비공개처분취소와 손해배상금 150만 원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또한 2008년에는 2개 신문사에 보낸 6통의 편지를 교도소 측이 발송하지 않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100만 원의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디스크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도 항소심서 500만 원의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학력이 중학교 2년 중퇴였던 신창원은 교도소에서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004년에 고졸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이후 독방에서 홀로 지내며 행정 및 민사소송 관련 법률 공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인 선택 이후 드러난 수용 실태 논란
그런데 2011년 8월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경북 북부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신창원이 이번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당시 신창원의 극단적 선택 이유는 아버지의 죽음 때문으로 알려졌었다. 교도소 측이 “부친 죽음에 따른 심경 변화, 같은 교도소 무기수 김 아무개 씨의 극단적 선택에 충격을 받아 충동적으로 한 것”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힌 것. 신창원 역시 조사 과정에서 “충동적이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다.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장이 2011년 1월에 신창원에게 받은 편지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며 “그의 자살 시도는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라기보다 장기수에 대한 절망적인 수용 실태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공개된 편지에서 신창원은 “최근 10년 3개월 동안 징벌을 받은 적이 없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도주를 기도한 적이 없지만 10년 5개월째 독방에 격리돼 있다”며 “내가 왜 수갑을 차고 다녀야 하며 TV 시청을 금지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엄중 격리된 상태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수용자를 많이 봤고 나 또한 악몽, 우울 장애, 불면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수십 번 위험한 고비와 수백 번 인내의 한계점을 경험했다”며 “10년 넘게 수감자를 독방에 가두는 가혹한 교도행정에 대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려 했고, 논문 작성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창원이 문 소장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 역시 해외 교정행정 우수사례와 엄격한 구금이 낳는 부작용에 대한 자료 요청이었다.
신창원은 1999년 7월 16일 검거된 뒤 2000년 9월 25일 열린 특수도주죄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22년 6월이 선고됐다. 당연히 강도치사죄로 이미 선고 받은 무기징역형도 그대로 유지된다. 신창원이 편지에서 ‘10년 5개월째 독방에 격리’라고 밝혔는데 시점을 계산하면 2000년 9월부터다. 결국 항소심에서 형이 확정된 뒤 계속 독방에 격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광주교도소로 이감된 신창원은 2019년 5월 “독방 생활(독거수용)과 CCTV 감시(전자영상장비계호)가 계속되는 것은 부당하다. CCTV를 통해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것도 노출된다”며 “1997년 도주, 2011년 자살기도를 한 사실은 있으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후 징벌 없이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교정당국은 “장기수형생활로 인한 정서적 불안으로 신창원이 언제든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다시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전자장비를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인권위는 2020년 2월 독방 수감과 CCTV 감시는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크게 제한한 행위라며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교도소와 법무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결국 법무부가 인권위 개선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광주교도소는 2020년 5월 신창원이 수감된 독거실의 감시용 CCTV를 철거했다.
#인권위 진정으로 감시용 CCTV 철거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즈음 신창원 수감 독거실 감시용 CCTV는 철거됐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나 본격적인 엔데믹에 접어든 2023년 5월 21일 오후 8시 무렵, 신창원이 대전교도소 내 자신의 감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신창원은 순찰 중이던 교도소 직원에게 발견돼 대전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법무부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병원 도착 당시에는 의식이 없었지만 22일 낮 의식이 돌아왔고 이후 수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는지, 어떤 도구를 활용했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향후 발표된 대전교도소 측의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교정당국의 향후 대응 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