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범죄부 분리하고 범정 기능 복원…윤석열 정부 끝난 뒤 다시 ‘개혁 대상’ 될 수도
이로써, 검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축소했던 검찰 조직을 거의 대부분 부활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반부패·강력부, 마약과와 조직범죄과를 마약·조직범죄과로 통합했는데 이를 다시 분리했기 때문이다. 검찰을 포함, 법조계에서는 ‘정상화 조치’라는 평이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 임기가 끝난 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마약 수사보다 더 중요한 ‘범정’?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분리돼 있던 대검 반부패수사부와 강력부를 통합했다. 마약 및 조직범죄(조폭) 수사를 반부패부와 합쳐 지휘토록 했다. 범죄정보 수집(범정) 부서도 규모를 줄였다. 명칭을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바꾸며 ‘사회 동향이 아닌 범죄정보만 수집하도록’ 기능을 축소했다. 2020년에는 수사정보담당관으로 바꾸면서 조직 규모도 줄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판사 사찰 논란 및 고발 사주 의혹 등이 제기되자 이뤄진 조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각각 5년, 3년 만에 원상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23일자로 마약 및 조직범죄 수사를 지휘하는 마약·조직범죄부가 반부패부에서 다시 분리된 것이다. 신설된 마약·조직범죄부장 자리에는 검찰 내 손꼽히는 마약통 박재억 창원지검장(29기)이 보임한다. 광주지검 강력부장, 대검 마약과장, 대검 조직범죄과장 등 마약과 조직범죄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온 대표적인 마약통이다.
마약·조직범죄부장 산하에도 마약·조직범죄기획관이 신설되고 마약과·조직범죄과·범죄수익환수과 등 3개로 나뉘어 운영한다. 기존 마약과·조직범죄과에 이어 2018년 신설된 범죄수익환수과까지 산하에 포함된 셈이다.
특수 수사를 지휘하는 반부패부도 확대된다. 특수 수사에 좀 더 집중하는 형태다. 신봉수 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계속 지휘하는 가운데, 반부패부에는 반부패1과(공직비리), 반부패2과(금융·증권비리), 반부패3과(조세·공정거래·기업범죄)가 신설된다. 기존 수사지휘·지원과가 하던 업무를 3과로 나눠 확대·운영하는 셈이다. 반부패1과장엔 윤병준 수사지휘·지원과장(32기), 대검 반부패2과장엔 이승형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장(34기)이 임명됐다. 반부패3과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공정거래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소정수 부부장(36기)이 임명될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과를 통괄하는 기획관 자리도 직제화했다. 현 비직제 상태였던 선임연구관 대신 아예 기획관 자리를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 산하에 각각 만든다. 기존 부장 1명, 선임연구관 1명, 과장 3명이 맡던 업무를, 부장(검사장급) 2명, 기획관(차장검사급) 2명, 과장(부장검사급) 6명이 맡게 하는 셈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없어졌다가 비직제부서로 부활했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정식 직제화된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로 이름을 바꾸고 부장에 단성한 현 합동수사단장(32기)을 보임했다.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범정’ 기능도 다시 복원한다. 현 대검 정보관리담당관을 차장검사급인 범죄정보기획관(범정)으로 확대 개편한다. 산하에 범죄정보1담당관(검증), 범죄정보2담당관(수집)을 두게 됐는데 차장검사급 기획관 1명, 부장검사급 담당관 2명을 운영하던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범정 라인의 직제와 유사하다. 다만 공석인 범죄정보기획관은 다음 인사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4년 뒤'를 우려하는 목소리
검찰 내에서는 ‘공안 라인을 제외한 검찰은 과거 박근혜 시절로 거의 돌아갔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부패부가 3과로 운영되는 점, 범정 라인이 과거 규모를 회복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정상화’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역임한 한 검사는 “대검 범정에서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내사를 해 수사를 시작하고 이를 대검이 지휘하는 방식이 다시 시스템화 된 것”이라며 “범정이 던져주는 정보는 ‘카더라’도 많지만 그를 토대로 시작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지점으로 더 확대될 수 있는 게 검찰 수사이기 때문에 범정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당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폐지를 두고, 축소된 범정 라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고발 사건 외에는 검찰 수사가 ‘불가능’해 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앞선 검사는 “언론 보도나 발생 사건으로 검찰이 급히 수사를 시작하게 되면 범죄정보 내용들을 범정에서 보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범정 라인이 수사 라인과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이유”라며 “범정이 진짜 이름처럼 범죄정보만 수집하는 데 집중한다면 검찰의 수사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범죄정보 수집이 강화되는 만큼, 정치권과 언론·노조·시민단체 등 동향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다 보면 논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범정 라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수사관은 “정치권이나 공공기관 대관 담당자들을 만나면 단순히 범죄정보뿐 아니라 세평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데, 문제는 검찰총장 성향이나 지시에 따라 다른 정보들도 수집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 관련해서도 첩보로 시작하는 수사는 자칫하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연스레 ‘4년 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 내에서 강도 높게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 않나. 이들은 언젠간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더 강도 높게 검찰을 손보려고 할 것”이라며 “아직 검찰은 윤석열 정부와 한배를 탄 모양새지만 정권 말이 되면 검찰에서도 ‘NO’를 할 수 있는 총장과 간부 라인업이 필요한데 누구보다 검찰을 잘 이해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인사를 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