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동산 유튜버 불안감 조장해 돈벌이…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극단적 논리 경계해야
인간은 긍정적인 뉴스보다 비관적인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손실 회피나 생존 본능이 작동해서다. 어찌 보면 이런 성향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가진 태생적인 본능이다. 야생의 세계에서 잠시 한눈을 팔았다가는 목숨이 달아난다. 조그마한 위협이 있어도 인간은 이를 과대평가하는 게 생존상 유리할 것이다. 힘자랑보다 비겁함이 생존하는 데 더 낫다. 그래서 인간은 사고할 때 희망보다 두려움에 더 비중을 두기 마련이다.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공포만한 게 없다.
독일의 시인 괴테도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두 가지 힘이 있다. 그것은 공포와 이익”이라고 설파했다.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공포 비즈니스가 유망한 비즈니스가 됐다는 점이다. 토마스 세들라 체크는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라는 저서에서 이같이 진단한다. “두려움은 자본주의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감정이다. 불안 사업은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언론 매체나 유튜브에서 이 세상이 곧 끝장날 것 같은 비관론과 공포론이 자주 나오는 이유를 이제 알았다. 공포를 이용한 돈벌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포 비즈니스의 희생물은 되지 말라. 요즘 부동산 유튜브를 보니 긍정론은 가끔, 비관론이 대세를 이룬다.
특정 변수를 과대 포장하면 극단론이 등장한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인 윌리엄 서든은 “소설로 포장된 충격요법은 즐거움을 주지만, 이것이 과학적 사실로 포장될 때는 불필요한 불안감만 준다”고 했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논리는 정서적인 카타르시스는 줄 수 있으나 지혜로운 솔루션이 되지는 못한다. 무책임한 말들은 오히려 불안만 유도할 뿐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펼치는 ‘무당 경제학(Voodoo economics)’이 될 수 있다.
한쪽 논리에 너무 현혹되지 말라. 부동산시장 구조는 1차 방정식(ax+b=0)으로 풀 수 있는 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보다 2차 방정식이나 3차 방정식, 좀 더 나아가 4, 5, 6, 7, 8, 9, 10차 방정식으로 복잡한 문제 풀이다. 아니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100가지가 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한두 가지 변수만 토대로 단도직입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대체로 대폭락과 대폭등 같은 극단적인 전망은 1차 방정식과 같은 단선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한쪽 변수를 과대포장해서 생긴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통계학에서 얘기하는 선형(일직선)의 가우스-마코프(Gauss-Markov) 세계가 아니다. 이보다는 곡선과 비선형이 더 자주 나타난다.
그러고 보니 극단론자들은 분석과 주장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분석 행위는 객관적인 표현이고 주장은 주관적인 표현이다. 일부 극단론자들은 나의 주관적인 주장을 객관적인 분석한 것처럼 포장한다. 이러한 경향은 일종의 ‘확증 편향’에서 비롯된다. 주어진 정보를 자신이 이미 결정한 의견에 꿰맞춰 해석하려는 것이다. 확증 편향에 빠지면 자신의 주장을 확인하는 근거만 찾을 뿐 반대되는 내용은 애써 무시한다. 결론을 내놓고 이에 필요한 팩트를 동원해 갖다 붙이는 꼴이다.
스마트폰이 삶의 표준이 된 포노사피엔스시대, 세상은 빠르게 흐른다. 분위기가 어느 순간 바뀔 수 있다. 그러하니 우리 경제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극단적 비관론에 세뇌되지 말라. 그렇다고 무조건 낙관론자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영원한 비관론자(permabear)’나 ‘근거 없는 낙천주의자(panglossian)’가 각광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적 엄밀성이 떨어진 단순화의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 쪽으로 경도되지 않고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추를 가져라.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