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합법화 요원한 데다 해외 시장도 정체…위메이드 오히려 P2E 확장 “중장기적 경쟁력 우위 가능”
#위메이드의 입법 로비 의혹
위메이드는 김남국 의원에게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2021년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 위믹스에 투자했다. 김 의원이 당시 위믹스에 투자한 금액은 4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의원이 투자한 재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 김 의원은 이후 암호화폐(가상화폐)의 과세를 유예하고,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정의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위메이드가 김 의원에게 코인을 무상 제공하고, 김 의원은 그 대가로 위메이드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해준 것으로 의심한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P2E 게임은 불법이다. 위믹스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위믹스를 게임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위메이드의 P2E 게임은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만 한다. 이런 가운데 김남국 의원은 2021년 12월 게임산업진흥법을 공동발의하면서 ‘게임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를 말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위믹스도 암호화폐로 인정받고, P2E 게임 합법화로 이어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위메이드는 비단 김남국 의원이 아니더라도 국회 전반에 입법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에 따르면 위메이드 직원 3명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8명의 의원실을 총 14차례 방문했다. 앞서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5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십억 코인의 종잣돈 출처가 오리무중”이라며 “문제의 위믹스 발행사인 위메이드 관계자들의 국회 출입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게임 업체의 입법로비 의혹이 구체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대선 당시 게임 공약을 검토할 때 출처 모를 수많은 P2E 게임 합법화 제안을 많이 받았다”며 “토론회에 위메이드가 나와서 발표한다고 해서 토론자를 바꾸라고 했던 적도 있었고, 업계 간담회를 계획하다가 위메이드가 나온다고 해서 취소했던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위메이드는 입법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위메이드가 국회의원에게 위믹스를 불법적으로 지원하거나 투자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가짜뉴스를 생산 및 유포하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하고,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현국 대표의 입장과 별개로 당분간 P2E 게임 합법화 논의는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 지난해만 해도 국회에서 P2E 게임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꽤 있었다. 그러나 현 분위기에서는 P2E 게임 합법 논의를 꺼내기도 어렵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P2E 게임에 규제가 없고, 일본도 제한적인 규제만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P2E 게임을 불법화하면 한국 게임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김남국 의원의 의혹 때문에 P2E 게임 합법화 논의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21일 “P2E를 포함한 게임 산업 전반의 건전한 육성·발전 및 투명한 관리를 위한 법제도의 개선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국민의힘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김남국 의원의 검찰 수사를 물타기·방해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숨긴 일방적 주장을 한 것”이라며 “지금은 누가 뭐래도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반박했다.
#P2E 효과 이어질까…위메이드의 미래
위메이드 외에도 다수의 게임사가 P2E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은 P2E 게임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애초에 P2E 해외 시장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김남국 의원 사태가 큰 타격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전체 매출에서 P2E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도 않다.
그러나 위메이드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다. 위메이드는 수년 동안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가 P2E 게임 ‘미르4’ 출시를 계기로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한국 게임업체가 개발한 최초의 P2E 게임이다. 위메이드는 올해 2월 다른 P2E 게임 ‘미르M’ 글로벌 버전도 약 170개 국가에 출시했다.
하지만 P2E 게임이 국내에서 합법화되더라도 위메이드의 앞날이 무작정 밝은 것은 아니다. 위메이드의 P2E 게임이 예전 같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메이드가 최근 출시한 미르M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장현국 대표도 지난 5월 10일 컨퍼런스콜에서 “(미르M의) 매출을 어떻게 회복시킬지 고민”이라고 미르M의 부진을 인정했다. 위메이드의 P2E 게임 인기가 떨어지면 위믹스를 찾는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도 포화 시장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P2E 게임이 신선한 모델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P2E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P2E는 사용자 간 거래이기 때문에 게임사의 매출이 직접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도 아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P2E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도전의 영역 중 하나일 뿐 보장된 미래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P2E의 발전과 P2E에 기반한 게임사의 성장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에 부정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P2E와 관계없는 위메이드의 게임 ‘나이트크로우’는 출시 이후 흥행몰이 중이다. 나이트크로우는 지난 4월 27일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지난 5월 9일에는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1위에도 올랐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르4와 미르M의 글로벌 매출이 감소했지만 나이트크로우 신규 매출이 이를 상쇄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위메이드 내부적으로 나이트크로우의 P2E 버전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위메이드 관계자는 “나이트크로우 P2E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출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P2E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