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채팅 서비스, ‘마초 강의’ 사업으로 수백억 벌어…루마니아서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됐지만 결백 주장
극단적인 여성 혐오주의자로 악명 높은 영국계 미국인인 앤드류 테이트(36)가 SNS(소셜미디어) 활동을 재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킥복서 출신의 인플루언서인 테이트는 특히 영미권 젊은 남성들과 10대 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인물로, 남성우월주의자이자 마초 캐릭터로 유명하다. 심지어 영국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리시 수낵 총리보다 더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까지 그의 이름인 ‘#AndrewTate’ 해시태그가 달린 콘텐츠는 틱톡에서만 220억 회 검색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루마니아에서 인신매매 및 성폭행, 그리고 범죄조직 운영 혐의로 긴급 체포됐지만 3개월 만에 가택연금으로 전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테이트는 현재 트위터를 통해 수백만 팬들과 소통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테이트는 오해가 있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영상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주장한 그는 “나를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는 완전한 거짓말이다. 당시 전 여자친구와 합의 하에 한 ‘장난스런’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방송에서 하차한 후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오히려 이곳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테이트가 올리는 많은 동영상들은 언뜻 보기에는 해롭지 않고 재미있게 보였다.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로 탄산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는 남자들 혹은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들을 조롱하면서 “진짜 남자들은 개를 키우지”라는 식의 강한 남성 스타일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에게 화제가 됐던 것은 여성혐오 콘텐츠와 증오범죄 콘텐츠였다. 극강의 마초 이미지로 수백만 팔로어와 구독자를 끌어모았으며, 이런 인기에 힘입어 사회적으로 남성들이 거세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반페미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2022년 8월경에는 구글에서 도널드 트럼프나 킴 카다시안, 코로나19보다 더 많이 검색됐으며, 인스타그램의 경우 팔로어 수는 최대 470만 명을 넘어섰다.

이를 본 사회단체들은 그가 젊은 남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비영리 단체인 ‘화이트리본캠페인’은 테이트의 이런 발언들을 가리켜 매우 여성혐오적이며 젊은 남성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이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남성성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주기적으로 보고 듣는 남성과 소년들은 그들 스스로 ‘이상적인 남자’로서 행동하고 있다고 믿으며 이러한 태도와 행동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는 사실로 나타났다. 2023년 2월, 영국의 반극단주의 단체인 ‘호프 낫 헤이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6~17세의 영국 소년 10명 가운데 8명이 테이트의 콘텐츠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6~24세의 영국 남성 가운데 45%가 그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16~17세의 영국 소녀들 사이에서는 1%에 그쳤다.

트위터의 경우에는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테이트가 내뱉은 발언을 문제 삼아 계정을 정지했다. 당시 테이트는 “여성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돈벌이를 위해 성을 팔아왔다. 학대를 당한 게 아니다. 성폭행당한 여성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 활동이 전면 중단되자 그는 소규모 플랫폼인 ‘게터’와 ‘럼블’로 이사했고, 그를 따라서 온 추종자들 덕분에 ‘럼블’은 한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순위에 올랐다. 다만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현재 테이트의 트위터 계정은 복구된 상태다.
그가 수백만 팔로어를 보유하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는 막대한 부를 과시하는 화려한 콘텐츠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자산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게는 2000만 파운드(약 330억 원)에서 많게는 2억 3000만 파운드(약 3800억 원)라고 대략적으로 추정될 뿐이다.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지난 10년 동안 그가 약 5000만 유로(약 700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추측했다.
이를 자랑하듯 그의 SNS에는 슈퍼카와 개인 제트기, 요트, 고급 빌라 사진들이 넘쳐난다. 부가티, 롤스로이스,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 마틴 발할라 등 수십 대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라고 부른다.
그는 어떻게 막대한 재산을 모은 걸까. 사실 여기에는 탐탁지 않은 면이 있다. 그가 동생인 트리스탄과 함께 벌인 사업은 일종의 성인 인터넷방송인 웹캠 사업이었다. 요컨대 성인영화업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모델을 고용해 란제리 차림으로 남성들과 음란 채팅을 하는 서비스로, 이용료는 시간당 4달러(약 5200원)였다.

대부분의 수익은 서비스 이용료보다 남성들이 모델들에게 쏘는 막대한 후원금에서 나왔다. 대화를 나누는 여성들의 딱한 사연을 들은 남성들이 선뜻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사연들이 사실은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라는 데 있었다. 이를테면 학자금 대출 빚이 쌓여 있다거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족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거나, 또는 영국으로 이민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식의 거짓말이었다. 때로는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서 유혹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트리스탄은 ‘데일리미러’ 인터뷰에서 “남자들은 자동차, TV를 팔아 돈을 보내줬다. 어떤 남자는 사랑에 빠진 나머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상속받은 집을 팔아서 마련한 2만 파운드(약 3300만 원)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고객들의 순진함을 비웃었다. 트리스탄은 “우리가 하는 사업은 ‘대규모 사기극’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불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웹캠 방송은 ‘오락용’이기 때문에 모델이 아픈 개나 아픈 할머니가 있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꼭 사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또한 “남성 회원들이 모델에게 지불하는 돈은 시간제 방송에 대해 자발적으로 표시하는 감사의 의미였다”면서 “우리는 합법적인 사업을 운영했으며, 문제는 그 서비스를 남용한 그들에게 있었다”고 책임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테이트가 돈벌이를 한 또 한 가지 방법은 사설 온라인 아카데미인 ‘허슬러대학교’ 사이트였다. 이 사이트를 통해 그는 ‘부자 되는 법’ ‘알파 메일 되는 법’ ‘암호화폐로 대박 터지는 법’ 등을 가르치는 강의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곳에서 그는 ‘초남성적이고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홍보하면서 “나를 따라하면 너희들도 곧 나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부추겼다.

이 사이트는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의 다단계로 운영됐다. 회원들이 다른 사람들을 모집해올 때마다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으며, 한 달에 최대 1만 파운드(약 1600만 원)를 벌 수 있고, 한 명을 추천할 때마다 48%의 수수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렇게 해서 돈방석에 앉은 사람은 테이트 본인이었다.
2017년, 영국에서 루마니아로 이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도 기소될 가능성이 낮고, 설령 문제가 발생해도 돈으로 입막음을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루마니아에서 ‘캠걸’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한 미국인 여성의 전 남자친구가 미국 대사관에 제보를 하면서 그의 범죄 행각은 끝을 맺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테이트 형제는 부쿠레슈티 교외에 있는 빌라에서 여성들을 감금한 후 강제로 포르노 영상을 찍도록 했으며, 이렇게 찍은 영상을 SNS에 올려 돈벌이를 했다. 제보를 받고 출동한 루마니아 경찰은 형제들이 머물고 있던 빌라에서 여섯 명의 여성을 발견했으며, 이 가운데 네 명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빌라에서는 권총, 칼 등의 무기와 함께 현금 다발도 발견됐다.
루마니아 반조직범죄조사국(DIICOT)은 성명을 통해 “용의자들은 유료 성인물 웹사이트에 올릴 목적으로 여성들에게 포르노 콘텐츠를 촬영하도록 강요했다. 이를 목적으로 여성들을 모집하고, 숙식을 제공하고, 착취할 목적으로 조직적인 범죄 집단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성적 착취를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테이트는 “나는 결백하다. 누군가의 모략이다. 증거가 없다”며 트위터 등을 통해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테이트의 변호를 맡은 티나 글랜디안은 이미 과거 강간 혐의로 기소된 바 있는 전직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과 래퍼 크리스 브라운을 성공적으로 대변한 인물로, 이번에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지금껏 논란을 불러일으킨 여성 혐오적 발언에 대해서는 “농담이었다”고 말하면서 “그저 풍자를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비엘펠트의 남성의학 전문의인 비외른 쉬프케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테이트 같은 사람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남성들이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남성성의 정의를 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테이트가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지도자처럼 방향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약속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성공하고 싶고, 자존심을 세우길 원한다면, 나처럼 되라”는 메시지가 그것이었다.
버밍엄대학의 사회언어학 교수인 로버트 로슨 역시 “테이트는 간단한 메시지로 남자들을 유혹한다. 즉, 남성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원래의 남성적인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