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전 대표 “소환 안 할 거면 왜 피의사실 공표했나” 비판…검찰 안팎 “수사 확대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풀이
송 전 대표는 그 후 취재진 앞에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검찰은) 한 달 반 동안 아무런 소환도 안 하고 면담 요청도 안 받아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궁지에 몰린 송영길 전 대표가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벌이는 언론플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민주당 내 다른 경선 캠프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 선제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돈 봉투 살포 지시 혐의에 대해선 부인
송영길 전 대표는 6월 7일 오전 9시 22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에 도착해 수사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사도 면담이 안 되냐고 문의한 뒤, 3분여 만에 발길을 돌려 청사 앞으로 나온 송 전 대표는 포토라인에 서서 10분 동안 단호한 어조로 A4용지 약 5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나갔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자신이 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소환이 없었다”며 “민주당을 이간질시키고 국회의원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게 아니라 송영길을 소환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취재진에게 “여러분도 자기 직장생활 한 달 반 동안 아무것도 못하면 경제든 개인이든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 아니냐”며 “그럴 거면 왜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나. 조용히 수사해서 준비됐을 때 저를 불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8일 명예박사 학위 받기로 돼 있었는데 그걸 연기해야 했다”며 “(검찰이) 자기들 편의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해서 모든 사회생활 못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해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돈봉투가 오간 것으로 의심하는 상황을 묻자 “이런 이야기를 제가 여기서 할 필요가 없다. 언론이 항상 질문할 때 검찰 대변인이 돼서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돈봉투 살포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에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 아무개 씨가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의 요청을 받아 금품을 전달하고, 막판 선거 판세를 점검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기획회의 내용도 보고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박 씨는 그걸 전면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법정에서 다퉈질 것”이라며 “일방적인 한 사람의 진술에 기초해서 사실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별건수사와 수많은 압박을 통해 허위진술을 끌어내기도 하고 증거를 조작하기도 해서 모든 싸움은 법정에서 상호 검증을 통해 증거 능력이 있는 증거를 통해 판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이른바 ‘깡통폰’을 제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준 현지 휴대폰을 썼었고, 귀국해서 일주일 썼던 새 휴대폰을 검찰에 제출했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회 수사로 ‘증거 확보’ 자신하는 검찰
송 전 대표는 지난 5월 2일에도 검찰에 이번 사건으로 조사를 받겠다며 검찰청에 자진 출두한 바 있지만 당시에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으며 발걸음을 돌린 바 있다.
검찰은 원칙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두 번째 셀프 출석 조사가 무산된 것에 대해 “필요한 시점에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 측은 “경선 캠프에 추가 자금 유입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으며 (돈 봉투) 수수자도 특정하는 과정”이라며 “송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온다고 해서 조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송 전 대표 소환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며 “시점이 되면 적절한 때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빠른 소환보다는 돈의 흐름과 돈을 건넨 쪽과 수수자들의 동선을 일치시키는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 내 동선 자료들을 확보해 유죄 입증을 위한 핵심 증거를 찾고 있다.
검찰은 무소속 윤관석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 같은 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각각 10개의 돈봉투를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앞서 윤 의원과 무소속 이성만 의원 수사 과정에서 출입 기록 일부를 확보했으며, 국회 외교통일위 소회의실에 있었던 의원들의 동선 확인을 위해 국회사무처에 자료를 요청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의 국회 사무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이날(7일) ‘코미디’라고 비판했지만, 검찰은 유의미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기존 녹취파일 내용과 관련자들의 진술,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수수 대상자로 좁혀져 있는 의원들의 동선을 객관적으로 교차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수를 특정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보고 있다”고 송 전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당시 CC(폐쇄회로)TV가 이미 폐기된 상황에서, 검찰은 의원들이 상임위 일정이나 당 지도부 회의 참석 일정이 없었는데 본청을 오갔을 경우 ‘돈봉투 수수’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은 “국회사무처에 평소에도 제공해오던 출입 내역을 달라고 한 것이다. 필요한 조치를 계속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윤 의원과 이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상황. 국회 일정과 검찰 수사 흐름, 송 전 대표의 반발을 종합해 볼 때 “검찰의 수사 확대 등을 염두에 둔 송 전 대표의 정치적 쇼”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윤 의원은 경쟁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돈봉투 살포를 결심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고 하는데 현재 검찰은 송 전 대표 캠프 외에도 돈봉투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인 비리 사건에선 ‘죄가 있으면 처벌한다’는 원칙이 적용되는데, 만일 야당 정치인 사건일 경우 이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진다”며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소속 정당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클 것이고 그런 마음이 2차 셀프 출석과 검찰 수사 비판으로 이어진 것 아니겠냐. 12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송 전 대표가 받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