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영향으로 뜸했을 뿐 이례적 현상 아냐…소아·청소년 중심 확산, 방학 시기에 수그러들 듯
질병관리청이 5월 25일 발표한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5월 14일부터 20일까지(5월 3주 차) 집계된 인플루엔자(독감) 의사환자(의심환자) 분율이 의료기관 방문 외래 환자 1000명당 25.7명으로 전주(23.4명) 대비 증가했다. 계속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늦겨울과 초봄에 증가해 여름이 다가올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3월 3주 차에 11.7명이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꾸준히 상승해 4월 4주 차에는 23.0명을 기록했고, 5월 2주 차에 23.4명으로 전주(23.7명) 대비 소폭 줄어 하락 전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5월 3주 차에 다시 25.7명으로 상승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급성호흡기감염증, 소위 말하는 감기다. 5월 3주 차 외래환자에게서 검출된 병원체를 보면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15.6%, 급성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는 18.1%, 아데노바이러스는 11.3%,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9.8%가 검출됐다.
5월 3주 차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는 1926명으로 리노바이러스 623명(32.3%),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381명(19.8%),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331명(17.2%) 등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초여름까지 이어지는 감기 유행을 주도하는 급성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이다.
우선 리노바이러스는 보통 감기, 특히 콧물감기(급성비염)의 최대 원인으로 손꼽히는 바이러스로 일반적으로 무열성인 상기도염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감기 유발 바이러스다.
두 번째 아데노바이러스는 주로 소아들에게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는데 성인도 밀집된 환경에서 감염이 이뤄져 유행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감염되면 눈꼽이 생기는 증상이 두드러져 ‘눈꼽감기’라고도 불린다. 인후염(목감기), 고열, 복통, 구토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하부 호흡기 감염의 주된 원인이며 영아기나 유아기에 많이 발생한다. 소아 및 성인에게도 감기, 기관지염, 폐렴, 세기관지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5세 미만의 소아에게서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또한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발열성 코감기, 급성 후두기관 기관지염 등 급성 호흡기질환 및 폐렴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발열, 콧물, 기침 등이 주된 증상으로 상기도감염,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하기도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역시 소아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독감과 감기 환자가 올봄에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기 바이러스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긴 하다. 기준이 되는 지난 3년 동안은 감기 바이러스가 굉장히 적어 베이스라인(한계선)이 매우 떨어져 있었다. 감기 바이러스가 억눌려 있던 기간에 비해 다양한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평년보다 많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지난 3년 동안 워낙 적었을 뿐 현재 유행하는 수준은 2018년, 2019년 수준이나 그보다 조금 많은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 동안 감기 바이러스가 굉장히 적었던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약물적 중재(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호흡기 바이러스 예방 정책)를 최대한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약물적 중재가 끝나면서 다시 감기 환자가 많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대중이 체감하기에는 감기 환자가 급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감기가 워낙 적었고, 소아 보호자들 입장에선 진료 보기가 어려워지면서 그럴 수 있다”면서 “감기 바이러스가 수십 종이 넘는데 어른은 30~40개 정도의 감기 바이러스에 면역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면역 획득이 안 된 소아는 호흡기 바이러스 자체 노출이 덜 돼 있어 유행이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여름의 초입인데 독감과 감기 유행은 언제쯤 끝날까.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신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1 인터뷰에서 “아마도 학생들의 여름 방학이 시작돼야 독감 유행이 수그러들지 않을까 한다”는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최근 독감과 감기 유행이 소아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교수 역시 “여름이 되면서 조금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보통 계절성 주기가 있다. 봄철과 겨울 사이에 주로 감기가 유행한다. 학교 개학과 방학 등도 유행에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7월이 돼야 어느 정도 감기 유행이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인데, 2학기가 시작되고 가을이 되면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감기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이제는 매우 익숙해진 코로나19 예방수칙과 거의 동일하다. 또한 감기에 갈리면 외출을 자제하고 최대한 쉬어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코로나19 감염 대응법과 같다. 항간에선 오랫동안 감기에 걸리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감기를 앓고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예방 접종과 감염을 통해 코로나19 면역력을 확보하며 체득한 경험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재훈 교수는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며 “감기 바이러스에 걸려서 면역을 획득하기보다 안 걸리고 지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