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문가 “부당노동행위 소지”…CJ제일제당 “조합원 사이 형평성 문제 때문”
CJ제일제당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일방적으로 2023년 임금을 결정했고 지난 3월부터 임금인상분을 반영해 지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으로 확인되는 자에 대해서는 임금인상분을 반납하도록 독촉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5월 26일 입장문을 통해 “단체교섭 과정에서 임금교섭 결과에 관계없이 회사가 기존처럼 임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조합원으로 확인되는 자에 대해서는 임금을 반납하도록 개별 면담을 강행하거나, 강제적인 임금 반납 조치를 취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조합원에 대해서는 협상이 마무리되면 인상안을 적용하기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세웠고 조합원들 중 일부가 미리 2023년 임금인상안 적용 전에 조합원임을 밝혀 인상 적용이 안 된 채 (임금을) 지급 받고 있었다”며 “조합원 사이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동의를 받아 회수를 진행하려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은 CJ제일제당의 결정이 일반적이지 않은 행태라고 입을 모은다.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전문가도 있다.
1953년 설립 후 70년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CJ제일제당에 처음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이후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포괄임금제 폐지, 상여금 연간 16.6% 지급, 노동시간‧휴일‧휴가 개선,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해 왔다. 이후 교섭에 난항을 겪으며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2022년 11월 노조는 비비고죽, 비비고 김치, 햇반 등을 생산하는 진천 BC사업장에서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후 지난 5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진천공장 김치라인 조합원 100여 명이 하루 지명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19일에는 피자 생산라인 조합원들이 작업을 중단하고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이달 서울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전개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노조가 속한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정확한 계획은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문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과정에서 CJ제일제당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임금협상이 체결되기 전까지 현재 적용된 임금인상분을 반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CJ제일제당 노조는 5월 26일 입장문을 통해 “사실상 조합활동을 통해 조합원으로 확인된 자에 대해서는 이미 인상된 임금을 사후적으로 반납시키거나 삭감하는 조치로서 명백히 노조법 제 81조가 말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대처가 조금이라도 더 진행될 경우 쟁의행위와 함께 법적 조치를 병행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이미 독단적으로 인상한 임금액을 또 다시 독단적으로 삭감, 반납시킬 것이 아니라 임금협약 체결 후 조합원에게 인상차액을 소급해 지급하는 것이 정상적 사고방식에 따른 조치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완료하기 전까지 전체 직원에 대해 임금인상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했으나 전 직원이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조합원인 경우 원한다면 추후 임금을 적용하겠다 했고, 20여 명 정도가 회신을 주셨다”며 “이후 조합원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인상 적용된 부분에 대해 동의하면 회입(회수)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 것”이라 해명했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갈등을 겪는 일은 흔하지만, 이미 지급된 임금인상분을 반납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는 전무하다고 노동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류순건 노무법인 이인 노무사는 “일반적으로 임금인상률이 확정되면 기지급된 것과 임금인상률 간 차액에 대해 상계처리를 한다”며 “이렇게 지급한 걸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김경락 대상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전체 임직원 중 노조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경우라면 임단협 체결 후 비조합원에 확대해 적용하고, 그게 아니라면 노조원에게 별도 적용하는 방식으로 한다”며 “이미 지급한 것을 토해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밝혔다.
노조 내에서 형평성을 이유로 CJ제일제당 사측이 기지급분을 반납하라고 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전문가는 “노조가 판단할 일”이라 선을 그었다. 10여 년간 노조 자문을 맡아온 김민아 법무법인 도담 노무사는 “형평성에 대해서는 노조원들 사이에 합의와 판단이 필요한 일이지 회사가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일반적이지 않은 요구이고, 반납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측의 인상분 반납 요구가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부당노동행위’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 취급을 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사용자가 지배‧개입하는 등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조정법(노조법) 제81조 제1항에 의해 금지돼 있으며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당노동행위’로는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노조 설립을 부추기거나 유도하거나 반대로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금지하는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개입‧방해하는 경우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경우 등이 있다.
김경락 노무사는 “노조원 입장에서는 기지급된 임금인상분을 뱉어내는 불편함이 노조가 협상을 질질 끌어 발생한 일이라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며 “그러면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사측과 협상에서 지위 선점을 못할 수 있다. 결국 노동조합 내 단결력이 약해질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 (조합) 탈퇴를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노조법에서 얘기하는 ‘부당노동행위’ 중 ‘사용자의 지배‧개입 의사’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주 1회, 총 50여 차례 교섭에 성실히 임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협상 체결 전에 노조원을 대상으로 인상안을 적용하면 오히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있어서 임협 체결 이후 인상된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