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1000만 고지 임박, 8편까지 기획…“나의 연골 뼈 영혼 갈아넣었다” 진심 증명
마동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범죄도시’의 3번째 이야기 ‘범죄도시3’(제작 빅펀치픽쳐스‧홍필름‧BA엔터테인먼트)가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5월 26일 시작한 석가탄신일 연휴에 맞춰 사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해 48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 축포를 쐈고, 5월 31일 정식 개봉해 단 7일 만에 누적 관객 600만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돌파했다. 이는 1761만 흥행작 ‘명량’과 1157만 관객을 모은 ‘부산행’과 같은 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가뿐히 700만 동원을 넘는 것은 물론 1000만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시3’가 일으킨 돌풍은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극장 관람료 상승 탓에 관객이 급감했던 불황기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특히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로 ‘관람료 인상’을 지목했던 지적들도 이젠 힘을 잃게 됐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관람료에 상관없이 극장을 찾는다는 사실이 ‘범죄도시3’ 흥행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극장가 성수기인 7~8월 여름을 앞두고 ‘범죄도시3’가 지핀 열기를 반갑게 바라보고 있다. 2022년 5월 ‘범죄도시2’가 1269만 명을 동원하면서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은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3편이 극장 부활의 신호탄을 쏜 덕분이다. ‘범죄도시’ 신드롬의 중심에는 마동석이 있다.
#기획 제작 주연까지 올라운드 플레이
‘범죄도시’ 시리즈는 형사 마석도를 연기한 마동석의 통쾌한 주먹 액션으로 흥행을 일궜다. 액션은 마동석과 뗄 수 없는 장르. 어릴 때 이민 간 미국에서 복싱 선수로 활동한 이력, 한국으로 돌아와 배우 공유 등의 트레이너를 맡았던 경력 등으로 데뷔 초 액션 영화에 주로 얼굴을 비췄다. 물론 처음부터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건 아니다. ‘행인6’ ‘깡패7’ 등 이름도 없는 단역으로 출발해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등 상업영화로 차츰 영역을 넓혔다. 관객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6년 출연한 영화 ‘부산행’부터다. 좀비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원펀치’ 액션이 화제를 모으면서 할리우드 진출까지 성공했고, 지금의 ‘범죄도시’ 시리즈 탄생도 이끌었다.
마동석은 존재감 없는 배역을 맡았던 데뷔 초부터 연기와 별개로 영화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병행했다. 뜻이 맞는 제작자나 작가, 신인 감독들과 아이디어를 짜고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작업에 유독 애착을 갖고 공을 들였다. 그 기간이 20년을 훌쩍 넘는다. 배우로 서서히 자리 잡은 뒤에는 창작자들과 뜻을 모아 ‘팀 고릴라’를 결성했다. 이곳을 통해 세상에 나온 영화가 ‘챔피언’ ‘동네 사람들’ 등이다.
마동석이 ‘범죄도시’를 처음 구상한 시기도 10년여 전이다. 데뷔 때부터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그는 마냥 기다리지 말고 직접 기획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범죄도시’다. 실제 사건들을 취재하고 형사들의 생활을 지켜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마동석은 평소 알고 지내던 형사들을 만나 그들이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 사고를 취합해 이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아이디어를 찾고 시나리오를 기획, 개발하는 데 필요한 돈은 전부 마동석의 출연료로 충당했다. 여러 영화에 출연해 번 돈을 자신이 기획하는 작품의 작업에 쏟아 붓는 마동석의 고집은 영화계에서도 유명한 이야기다. 주변에선 마동석을 향해 “변변한 차 한 대도 없다”거나 “맨날 똑같은 배트맨 티셔츠만 입고 다닌다”고 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20년 동안 자비를 쏟아 부어 기획한 작품이 현재 80여 편에 달한다. 그 안에 ‘범죄도시’ 시리즈도 있다.
사실 ‘범죄도시’는 ‘부산행’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범죄도시’ 1편을 기획하던 시기, 마동석은 티켓파워를 검증받지 않은 배우였다. 게다가 ‘범죄도시’ 1편의 연출은 신인 강윤성 감독이 맡기로 한 상태였다. 투자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배우와 감독’에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망설이던 사이, ‘부산행’은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마동석은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그러자 상황은 역전됐다.
#마동석 패밀리 ‘범죄도시’ 시리즈로 잭팟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마동석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영화를 기획, 제작하고 주연까지 맡은 건 일부분에 불과하다. 마동석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을 선정하는 것부터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들을 직접 찾아 캐스팅하는 역할도 맡는다. ‘범죄도시’ 세계관을 총지휘하는 전방위 사령탑이자 설계자다.
실제로 ‘범죄도시’ 1편의 강윤성 감독은 2003년 ‘영어 완전 정복’ 연출부 등으로 영화 작업을 시작하고도 10년 넘도록 장편 데뷔를 하지 못했던 연출자다. 하지만 마동석과 인연을 맺고 영화 기획에 동참하면서 ‘범죄도시’ 감독을 맡은 덕분에 데뷔작으로 688만 관객에 성공한 흥행 감독으로 단숨에 등극했다.
2, 3편을 연출한 이상용 감독은 더 특별한 경우다. 1편의 조감독이었던 그는 마동석의 선택으로 2편의 연출자가 됐고, 데뷔작으로 무려 1000만 관객을 달성한 행운을 잡았다. 3편 역시 1000만 돌파가 유력한 만큼 이상용 감독은 지금껏 연출한 2편의 영화가 전부 1000만 관객을 달성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눈앞에 뒀다.
3편에 새롭게 합류한 개성 넘치는 배우들도 전부 마동석의 안목으로 직접 캐스팅한 인물들이다. 악랄한 마약 범죄를 일삼는 빌런 이준혁부터 마석도 형사의 조력자로 등장한 초롱이 역의 고규필, 마석도 형사의 오른팔 김만재 형사 역의 김민재 등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접근하지 않은 마동석의 완벽주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때문인지 마동석은 ‘범죄도시’에 대해 “나의 연골과 뼈, 주먹과 영혼을 갈아 넣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총 8편으로 만들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영화를 하는 모든 사람의 꿈”이라는 게 마동석의 말이다. 이미 4편 촬영은 마쳤고, 8편까지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한 구상도 마쳤다. 마동석은 ‘분노의 질주’ ‘다이 하드’ ‘007’ 시리즈를 예로 들면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한 로망을 드러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