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핑 잘못해 A 씨 차량 파손한 박 사장, A 씨가 피해 글 올리자 명예훼손 고소…A 씨도 민사 소송 계획
최근 인터넷 차량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차량 래핑 업체 고소하고 싶다’는 글에 적힌 댓글이다. 이 글은 U 업체에서 차량 래핑을 진행한 피해자 A 씨가 올린 글이다. A 씨는 래핑 과정과 래핑 결과물 사진을 올렸는데 사진을 본 커뮤니티 회원들은 대체로 ‘초등학생이 한 수준’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U 업체 사장 박 아무개 씨는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카페 사장’으로 소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U 업체는 간판 등 매장 사인물과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은 특이한 소품들이 많아 사무실을 카페로도 운영했다고 한다. 5월 22일 A 씨는 차량 래핑을 위해 업체를 검색하던 중 U 업체를 블로그에서 발견하게 된다.
양측의 입장, 내용증명, 피해자가 제시한 사진, 녹취 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사건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A 씨는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차량 래핑을 위해 U 업체에 문의했다. A 씨는 기아 레이 차량에 래핑을 해 부동산 광고를 입히고자 했다. A 씨가 전체 래핑 견적을 묻자 박 씨는 “시공범위 80% 이상 래핑은 자재와 시공비 포함 60만 원”이라면서 “실사 출력하면 하자가 발생할 수 있고 색이 빠지거나 제거 시에도 손상이 있을 수 있다. 래핑 전용지로 시공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에 A 씨는 “그렇다면 래핑 전용지로 하겠다”고 말했다.
A 씨와 박 씨는 시안 수정으로 며칠에 걸쳐 얘기하게 된다. 그러다 박 씨가 “상부도 래핑해야 하는 거냐. 그럼, 전체 래핑이라 100만 원부터 시작이다. 그래도 (확인을 제대로 못 한) 제 실수도 있고 전체 래핑을 같은 가격에 할인해 진행해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자신이 잘못 알았다고 할인해서 계약했던 가격에 해준다고 하니 그때는 인간 부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시안 수정이 메시지로 오가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자, A 씨가 U 업체 사무실로 방문해 시안 수정을 확정 짓기로 했다. 5월 30일 A 씨가 박 씨 사무실에 찾아갔다. A 씨는 “일반적인 사무실이 아니라 카페 같았다. 외모도 범상치 않았다. 그래서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봤는데 유명 예능에 출연한 장면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뒀다. 그래서 그분이 유명 예능에 출연했던 분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박 씨와 시안 수정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도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그때 당시에는 젠틀하게 응대해 주셔서 마음이 쏙 들었다. 거기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였다니 끝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제는 6월 1일 래핑 작업이 진행되면서 발생했다. 박 씨가 A 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길에 앉아 작업을 하다 보니 하루에 끝낼 수가 없었다. 어두운 곳에서 작업하다 뒤 범퍼 쪽이 하자가 발생해 다음 날 재시공해 드린다고 말했다. 다음날 작업하려고 시트지도 주문해 뒀다”라면서 “그런데 다음 날 오후 연락이 와서 갑자기 진행이 어렵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A 씨는 다른 의견을 냈다. A 씨는 “애초에 작업장이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박 씨가 주소를 불러 달라고 했다. 이후 혼자 찾아와서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시작할 땐 어둡지도 않았고, 어두워져서 시공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조명을 설치하거나 나중에 진행했어도 된다. 어두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어두운 게 문제가 아니고 박 씨 실력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A 씨는 시공한 래핑 차량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A 씨는 “차량 래핑 상태가 지저분한 데다 완성된 상태라고 보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이걸 떼어내면 뭔가 다른 게 있나 의심할 정도로 그분을 믿었다”고 말했다.
6월 2일 A 씨는 박 씨에게 “이 작업 사장님도 아시고 저도 알지만,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어떻게든 마무리해 보려고 하신 건 알겠는데 환불 받는 건 둘째 치고 지금 작업 상태를 보니 여기저기 칼로 상처 낸 게 한두 군데가 아니다.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형상이라 이렇게 타고 다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 씨는 “네 사장님 송구합니다. 저는 일당도 자재 값도 포기하고 해드리려고 한 건데 폐만 끼쳤다”고 사과했다.
6월 2일 A 씨는 차를 공업사에 맡겨 수리 견적을 받아봤다고 한다. 이때 A 씨는 박 씨가 차 상태를 확인하려고 래핑한 걸 떼어냈다. A 씨는 “공업사 사장이 ‘래핑 업체가 차를 완전히 망가트려 놓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업사 측은 래핑 업체가 상처 낸 부분과 고무 부분 도장이 까진 점 등을 원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180만 원으로 견적 냈다고 한다. 공업사 측은 ‘일부 기스가 있어도 도장은 한 판 한 판 들어가다 보니 공임이 많이 책정된다’고 했다고 한다. A 씨는 이 견적서를 박 씨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 이후 연락이 점점 닿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6월 3일 A 씨는 박 씨에게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거냐?”고 했고 결국 전화 통화를 하게 된다. 약 13분간의 전화에서 초기 박 씨는 ‘죄송하다’고 일관하다가 A 씨가 견적이 180만 원이라고 하자 ‘선을 넘었다’면서 소리를 높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둘 사이의 통화에서 박 씨는 ‘(견적이) 있는 거 없는 거 다 때려 넣은 거 보니까 인정을 못 하겠다. 법대로 해라”고 했다. 이에 A 씨가 “칼 기스 낸 게 있지 않냐”며 “그럼 아시는 공업사에 가서 원상복구해달라고 견적 내보라”고 했다.
박 씨는 “칼 기스를 내가 낸 건지, 전에 누가 낸 건지 어떻게 아냐”며 “도의적 책임 정도는 지려고 했는데 범퍼 정도면 몰라도 이건 아니다. 인정 못 한다”라고 했다. 이에 A 씨는 “칼 기스 낸 거 인정 못하시냐”고 다시 묻자, 박 씨는 “칼로 자르는데 어떻게 기스가 안 나냐”고 말했다.
A 씨는 “알아보니 래핑 업계에서는 칼로 자를 부분에 마스킹 테이프(보호 테이프) 등으로 상처 나지 않게 조치한다고 한다. 전문업자들 얘기로는 ‘숙련도에 따라 미세하게 날 수도 있지만, 칼자국이 안 나야 정상이다’라고 했다. 그들은 ‘칼빵’ 나는 게 당연하면 누가 래핑을 의뢰하겠냐’고 반문하더라”라고 설명했다.
6월 5일 A 씨는 이 같은 과정을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렸다. 댓글이 1000개에 가깝게 달리면서 박 씨를 향한 비난이 커졌다. 이에 6월 12일 박 씨는 A 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서 박 씨는 “범퍼 가는 데도 30만~40만 원이고 고무 패킹까지 손상돼 180만 원 손해배상을 말한 건 선을 넘은 건데, 이런 명확하지 않은 얘기를 자신을 특정해서 글을 올려 전국적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면서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일요신문에 “(고소에 대해서) 진행 중 사안으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A 씨도 차량 손해에 대한 민사소송 등을 계획 중이며, 박 씨의 고소가 접수될 경우 대응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준헌 법무법인 세림 변호사는 박 씨가 재물손괴죄 등으로 처벌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일종의 재물손괴죄로 볼 수 있다. 재물손괴는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고 있어 래핑 업자가 래핑을 주업으로 하므로 아무리 실력이 형편없었다 하더라도 고의로 손괴했다고 보기 어려워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 씨가 A 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경험담을 통해 타인들도 피해를 보지 않게 할 공익적인 목적인 만큼 이게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서경 서울고등법원 조정 전담 변호사는 A 씨가 래핑을 임의로 제거한 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박 씨는 범퍼 일부만을, A 씨는 차량 전체를 피해로 주장하고 있어 대립하고 있다. A 씨가 래핑을 이미 벗겼기 때문에 증거보전이 됐다고 보기 어려워, CC(폐쇄회로)TV 등 추가적 증거가 없으면 피해 부분 입증에 다툼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