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문제로 결승 3번 치르고 우승자 바뀌었다 소문 돌아…MBC 제작진 “확인 결과 사실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며 글로벌 성공을 거둔 ‘피지컬: 100’을 연출한 장호기 MBC PD의 말이다. 장 PD는 ‘피지컬: 100’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제작진도 어느 출연자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우리 나름대로 큰 가이드를 가져갔지만 예상이 깨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정말 아니나 다를까, 매번 예상을 벗어났다”며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렇게 강조한 리얼리티와 달리 우승자가 뒤바뀌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심각한 편집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예상된다.
‘피지컬: 100’은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100명이 상금 3억 원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이 방송은 올해 2월 13일부터 19일까지 4542만 시간의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최소 4500만 명 이상이 시청한 프로그램이란 얘기다. ‘피지컬: 100’은 2주 연속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토록 흥행한 ‘피지컬: 100’ 결승전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뒷말이 계속된다.
100명과 치열한 접전 끝에 톱2가 된 우진용과 정해민은 마지막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무한 로프 당기기’란 게임을 진행했다. 도르래에 걸린 로프를 당겨 더 많이 당긴 참가자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무한 로프 당기기를 두고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방송 장면을 보면 바퀴에 걸린 로프를 당기는 장면에서 우진용은 비교적 손쉽게 로프가 나오는데, 정해민은 팔에 걸고 로프를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이를 두고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진용 씨는 “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넷플릭스 측은 “제작을 맡은 MBC 제작진 측에 확인한 결과 정해민 씨 장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정해민 씨의 재경기 요구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결과 결승전을 둘러싼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결승전이 한 번이 아니었고 그 와중에 우승자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정해민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을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A 씨는 “이 일로 정해민은 상심이 매우 크다고 알고 있다”며 “‘피지컬: 100’ 관련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는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을 통한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 결승 미션인 로프 당기기 미션이 시작됐고 양측이 당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당기고 있었고 당시 정해민이 훨씬 많이 당겨 차이가 꽤 많이 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우진용이 손을 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첫 번째 경기는 이렇게 중단됐다.
제작진이 달려가 기계 상황을 체크했다. 기계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때 우진용 측에서 ‘끽끽’ 거리는 소리가 너무 많이 난다고 했고, 정해민은 ‘처음 도르래가 굴러갈 때 끽끽 소리가 나기도 한다’고 제작진에 말했다고 한다. 결국 제작진은 양쪽 기계에 윤활유를 바르고 로프가 걸린 도르래 장력을 좀 더 낮춰 난이도를 조절해 쉽게 당길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는 양쪽 다 쉽게 밧줄을 풀 수 있었다. 두 번째 경기에도 정해민이 앞서 경기가 끝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작진이 재경기를 요구했다. 결승전 경기 오디오에 문제가 생겨 영상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아는 관계자 B 씨는 “정해민을 둘러싸고 제작진 5명이 재경기를 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압박했다고 한다. 제작비도 많이 든 프로젝트기 때문에 이렇게 방송으로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제작진 측은 ‘사실상 이긴 부분도 있으니, 로프 줄을 조금 잘라주겠다는 제의도 했다’고 한다.
정해민은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전력을 다해 당겼고, 힘을 다 쏟아서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제작진이 수십 분 동안 매달린 끝에 결국 정해민은 재경기를 수락했다고 한다. 정해민 측 로프가 안 돌아가는 장면은 세 번째 진행된 경기에서 나온 장면이다. A 씨는 “진짜 안 돌아가는 도르래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진용, 정해민 모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렇게 결승전이 끝났고 우승자가 정해졌다. 1등 우승상금은 3억 원이지만, 2등은 아무것도 없다.
이 때문에 ‘피지컬: 100’ 마지막 장면이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는 얘기도 있다. 일반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우승자가 포효하거나 세리머니를 하기도 하고, 기존 탈락자도 돌아가며 축하해주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그에 비해 ‘피지컬: 100’ 마지막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우진용 측 소감 한 마디 정도를 끝으로 곧바로 방송이 종료된다. 양측 다 찝찝한 결말 때문에 우승 분위기가 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기존 탈락자들도 이 상황을 즉각적으로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탈락자 가운데 응원을 위해 섭외된 출연진은 한쪽 방에서 대기하면서 모니터를 보며 리액션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진용이 손을 들면서 경기가 중단되거나, 어수선한 상황에서 몇 번의 재경기가 있었던 것만 알 뿐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A 씨는 “워낙 예민한 얘기라 출연진들 사이에서도 쉬쉬 하는 분위기이지만 ‘전력을 다 쓴 정해민 전완근이 다 털렸기 때문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는 말이 돌긴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나중에 당시 상황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는 얘기가 있다. 관계자 B 씨는 “이 같은 얘기를 듣고, ‘왜 즉각 반발하지 않았냐. 오디오 문제라고 해도 재경기를 받아들이면 안됐다. 올림픽 결승전에 오디오 문제 있다고 재경기하냐’고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일반인 C 씨는 비슷한 상황에서 일반인 출연진이 제작진 측에 문제를 제기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C 씨는 “실제로 리얼리티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혼선을 빚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렇다고 해서 촬영장 문화도 잘 모르는 일반인이 100명 이상 되는 제작진이 피곤해 하는데 ‘재촬영 요구’ 등에 문제를 제기하긴 어렵다”면서 “내가 안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이미 오랫동안 소통해 온 작가 5명이 읍소하고, 달래면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재경기를 받아들였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MBC 제작진은 “확인해본 결과, 결승전이 총 3번 진행됐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현재 제작진은 인터넷 상의 확인되지 않은 각종 루머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해민이 ‘피지컬: 100’ 관련 게시물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 올리는 것을 두고도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피지컬: 100’이 글로벌 흥행을 하면서 출연자들이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2등인 정해민은 한 개도 올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해민 씨를 잘 아는 관계자는 “정해민이 ‘피지컬: 100’ 관련해 출연을 후회할 정도로 상처가 크다. ‘피지컬: 100’과 관련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
MBC에서는 우진용이 손을 들고 문제를 제기해 첫 번째 경기가 중단됐다는 부분에 대해 ‘우진용이 손을 들고 문제를 제기한 적 없으며 강한 소음 발생으로 안전사고를 우려한 제작진이 공식 마이크로 경기를 중단 시킨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두 번째 경기가 정해민이 앞서 경기가 끝났으나 제작진이 재경기를 요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경기 재개 후 약 26초 만에 줄타래의 줄이 엉키는 사고로 경기가 다시 중단된 것이며 정해민이 앞서 경기가 끝난 상태에서 제작진이 재경기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피지컬:100’ 마지막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우진용 측 소감 한 마디 정도로 곧바로 방송이 종료된 부분에 대해 제작진은 ‘한계를 넘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두 출연자에 대한 예우 및 진지하게 진행된 결승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판단 하에 연출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