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존 대출금리 인하는 인색…정책 금융상품 역마진 부담도 변수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예금은행 대출금리를 보면 신규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5.76%에서 4월 5.14%로 하락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7.97%에서 6.3%로 내렸다. 이 기간 국고채 금리(3년물 기준)가 3.63%에서 3.26%로 내린 부분이 반영됐다. 같은 기간 잔액기준 금리는 주담대가 3.83%에서 4.16%로, 신용대출은 6.22%에서 6.35%로 오히려 높아졌다.
변동금리 대출은 6개월에 한 번씩 금리 조정이 이뤄져 시장을 후행적으로 반영한다. 올해 2분기 시장금리 하락세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조정할 때는 시장금리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의 각종 비용도 가산금리 명목으로 가산된다. 가산금리에는 은행들이 목표한 이익 수준도 반영된다. 연체율이 높아지거나 수익성이 악화되면 시장금리에 상관없이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한 11개 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를 기존에 발표했던 3.5%에서 4.5%로 높여서 확정했다. 저소득자를 우대하는 소득우대금리는 기존대로 0.5%로 유지했고, 금융거래 실적에 따른 은행별 우대금리를 최대 2%에서 1%대로 낮췄다. 앞서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에 3.5% 이상의 기본금리를 제공하면 역마진이 난다는 입장이었다. 우대금리를 다 전부 다 받으면 6%까지 가능하지만 기본금리를 낮춰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낮은 금리가 평균적으로 적용되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의 압박에 결국 기본금리를 높이면서 상당한 역마진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 예상 가입자 300만 명을 기준으로 은행들이 이자 1%를 더 주는데 필요한 돈은 5년간 약 2조 5000억 원이다. 기본금리가 높아져 가입자가 더 늘수록 비용 부담도 커지게 된다. 정부가 추산한 청년도약계좌 가입대상은 400만~500만 명이다. 과연 은행이 막대한 역마진을 고스란히 감수할지는 불투명하다.
4월 말 기준 예금은행 대출금은 약 2200조 원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라고 보면 가산금리를 0.004%포인트만 높여도 연간 이자수익을 4000억 원 이상 늘릴 수 있다. 연간 1000만 원을 빌린다면 4000원 정도의 이자를 더 내는 셈이다. 결국 정부가 은행에 떠넘긴 청년도약계좌 비용 부담을 전 국민이 나눠 부담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